매거진 도시 개발

창조적 파괴의 신도시

판교의 성공 요인 : 혁신 클러스터

by Urban Syntax

판교.

몇년 전까지만 해도 주거,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가리지 않고 가장 뜨거운 지역이었습니다. 최근 정가에서도 모 이슈 때문에 뉴스에 많이 오르내리는 이름이었습니다.


지역개발의 성공에 대한 평가의 잣대는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가장 일반적인 기준은 경제적 성장입니다. 현대사회에서 국가 경제의 규모와 성장은 기업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으며, 이는 지역경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지역 소득수준을 끌어올립니다.


경제학자 조셉 슘페터는 자본주의 사회의 역동성은 혁신에서 비롯된다고 주창했습니다. 특히 기업가의 혁신을 강조했는데, 기업가의 새로운 생산요소의 결합을 통한 혁신이 이윤을 창출하고 이것이 경제발전 과정을 이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새로움을 창조하고 변화시키는 과정을 ‘창조적 파괴’라는 개념으로 제시했습니다.


1980년대 이후 지식기반산업이 발전하며 경제성장의 공간적 단위로서 도시 및 지역이 대두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혁신의 개념과 결합되며 혁신은 기업뿐만 아니라 도시와 지역의 성장을 이끌어가는 역할로 강조되었습니다. 선진국들은 일찍이 이를 인지하고 혁신 클러스터 조성을 통한 신산업 육성을 적극 추진해왔습니다. 미국은 실리콘밸리를 통해 전세계 인재들을 빨아들여 끝없이 새로운 공룡기업들을 탄생시키고 있으며 프랑스는 소피아 앙티폴리스, 스웨덴은 시스타를 중심으로 신산업을 적극 성장시키고 있습니다. 개발도상국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인도는 방갈로르를 중심으로 IT 강국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벤치마킹한 국내 혁신 클러스터가 판교의 테크노밸리입니다. 판교는 수도권 2기 신도시라는 지역개발조성단계에서부터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첨단산업 유치를 추진했습니다. 초기 계획단계에서부터 용지의 공급과 업종 제한, 주거환경 등을 치밀하게 설계했고 결과적으로 판교 테크노밸리의 성공과 함께 판교 신도시의 지역개발 또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신도시

광의적 의미에서 신도시는 새로 계획하여 만들어진 계획도시로서 개발되지 않은 지역에 도시기반을 비롯하여 도시형성에 필요한 인프라를 갖추고 그 지역에 새로 만들어진 지역 공동체 또는 새로운 도시 형태를 말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토교통부의 『지속가능한 신도시 계획 기준』에 따라 ‘신도시’를 『택지개발촉진법』 상 330만m2(100만 평) 이상의 규모로 정책적으로 추진된 택지개발사업으로 정의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모든 도시 개발을 330만m2 이상의 규모로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보다 작은 규모로서 사실상 신도시 역할을 하는 지역개발사업 또한 활발합니다. 이러한 도시조성사업은 대체로 『택지개발촉진법』과 『공공주택특별법』, 『도시개발법』의 3개 법률에 따라 추진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지역개발사업은 그 규모와 주요 목적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는데. ‘1기’, ‘2기’, ‘3기’로 대표되는 신도시, 보금자리주택 조성사업, 행정중심복합도시, 혁신도시 등이 그 예입니다.

그러나 신도시 개발사업이 항상 성공적인 성과를 가져오지는 않습니다. 각 개별 신도시에 대한 평가는 정책 입안자, 연구자 등이 모두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으며 바라보는 관점이 다릅니다. 국토교통부 보도자료(2018.12.19, 2019.06.07)와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윤정중〮윤정란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3기 신도시의 개발 방향은 크게 ‘서울도심까지의 출퇴근 시간 30분 이내’, ‘일자리 공급’, ‘자녀 양육과 친환경’, 그리고 ‘전문가와 지자체의 참여’를 포함합니다. 이에 따라 현재 우리나라의 성공적인 신도시 건설을 위한 기준은 크게 이러한 네 가지 방향을 지향한다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산업 클러스터

산업 클러스터란 서로 관련 있는 기업과 연구소, 기관들이 한 곳에 모여 집적의 효과를 내는 것입니다. 이 효과는 기업들 및 지역들 간 사회경제적, 기술적, 그리고 지리적 거리 등을 포함하는 상호의존성과 유사성 정도에 따라 일정한 패턴을 보입니다. 그리고 이 일정한 패턴은 지역 차원의 관점에서는 경제활동의 집적이나 산업의 군집입니다. 따라서 산업 클러스터에서의 핵심은 ‘지리적 근접성’입니다. 마이클 포터와 폴 크루그먼은 지리적으로 인접한 주체들 간의 연결을 클러스터의 핵심 개념으로 제시합니다.

기업들은 공간적으로 가까운 곳에 위치함으로써 서로에게 다양한 편익을 발생시킵니다. 즉, 긍정적 외부효과가 존재하고 이것이 집적경제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규모나 경계에 대해서는 추상적이고 학자들의 견해 또한 각각 다른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산업 클러스터라 부를 수 있는 지역에 대한 선정이 쉽지 않고 이에 대한 기준이 학자들마다 달라 클러스터의 개수 등 객관적이라 볼 수 있는 자료도 아직까지는 통일되지 않았습니다.

‘지리’라는 요소의 중요성에 따라, 산업 클러스터를 구성하고 육성하기 위한 정책은 그 지역의 핵신산업을 발굴하고 지역의 강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집중됩니다. 따라서, 산업 클러스터 정책은 산업정책인 동시에 지역개발정책입니다. 현대의 산업정책은 지식의 향상과 외부경제를 통해 투입 단위당 산출물을 증가시키는 총요소생산성의 향상을 목표로 하며, 산업클러스터는 생산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필요한 자원의 결합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강점을 가집니다.


혁신 클러스터

슘페터는 혁신을 ‘기존에 존재하는 자원들 간의 창조적인 결합’으로 정의했습니다. 기업이나 연구기관에서 창출된 지식은 확산되면서 모방, 변형의 과정을 거쳐 활용됩니다. 이러한 지식확산의 혜택을 누리고자 하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공간적인 집중 현상이 발생합니다. 혁신 클러스터는 일반적 산업 클러스터에서 R&D와 고차원의 가치사슬이 엮인 혁신 추구형 산업 클러스터를 말합니다. 이는 단순히 집적의 효과와 생산사슬에 치우친 산업 클러스터의 다음단계로서, 새로운 기술과 연계산업, 기업과 금융의 연계까지도 고려한 고차원의 산업 클러스터입니다. 그리고 혁신과 지식의 확산효과가 특정 지역으로의 집적을 유발해 해당 지역의 성장 또한 이끌게 됩니다.

이러한 혁신은 경제 내에서 내생적으로 발생하는 기술진보를 통해 장기적인 경제 성장을 만들어내므로 지역의 내생적 성장에 있어서 핵심적인 주체라 볼 수 있습니다. 즉, 도시 및 지역의 성장은 그 공간에서의 혁신과 지식 확산, 그리고 외부의 혁신을 받아들이는 능력에 의한다고 일반화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연구개발, 즉 R&D입니다. 연구개발 능력이 전술한 모든 요소들의 배경이 되는 변수로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혁신성에 기여하는 요소는 크게 상부구조와 하부구조로 구분됩니다. 상부구조는 조직과 제도 등의 제도적인 요인을 의미하며 하부구조는 혁신을 지원하는 체제로서 도로와 통신망 등의 물리적 하부구조와 대학, 연구소 등 인적자원을 포함하는 사회적 하부구조로 나뉩니다. 그러나 혁신 클러스터의 완성은 이러한 요소들을 단순히 갖추고 있는 선에서는 불가능합니다. 핵심은 이 요소들이 잘 갖춰진 동시에 각 요소들 간 상호작용이 얼마나 활발하고 원활하게 상호작용하는지 여부입니다. 이에 따라 클러스터의 주요 주체는 중앙정부보다 지방정부의 역할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지역의 환경적 특수성을 고려해 정책적 지원과 네트워크 연결이 보다 중심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식기반 경제의 도래와 혁신주도형 경제성장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인해 세계 각국은 지방 정부를 넘어 중앙 정부 차원에서 혁신 클러스터 육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혁신 클러스터는 핵심 인력 확보를 위해서 지리적으로 그들이 선호하는 도심 내에 구축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에 따라 많은 스타트업과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이 도시에서 탄생하거나 도시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미국의 실리콘 밸리가 대표적이며 런던의 테크시티, 중국의 선전과 중관촌, 그리고 한국의 판교와 광교의 테크노 밸리 등이 이러한 혁신 클러스터의 예입니다.

그러나 혁신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는 주요 문제 중 하나입니다. 혁신을 측정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1) 혁신활동을 위한 투입물에 대한 측정, (2) 혁신활동의 중간산출물에 대한 측정, (3) 혁신성과에 대한 직접적인 측정입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자면, 혁신활동에 대한 투입물은 R&D에 대한 지출 측정, 중간산출물은 특허로 등록된 신제품의 개수, 성과에 대한 측정은 혁신 관련 저널 게재 건수 등을 파악합니다.



판교 신도시

지난 노무현 정부 당시, 수도권 10개 지역과 충청권 2개 지역 총 12개 지역을 2기 신도시로 지정해 개발했습니다. 이 정책은 전원도시론의 현대적 해석을 통해 수도권의 과밀 해소와 주택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서 추진되었다. 수도권 2기 신도시 중 판교와 동탄, 위례 신도시는 서울 강남지역 주택수요와 기능을 분담하기 위해 기획되었으며 광교 신도시는 수도권 남부의 행정을 분담하고 첨단 산업을 육성하는 기능으로 계획되었습니다.

수도권 1기 신도시는 특히 서울의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해 서울 근교에 주택 물량의 대량 공급을 최우선 목적으로 삼았습니다. 이후의 수도권 2기 신도시는 주택 공급과 더불어 1기 신도시에서 발생한 문제점들을 교훈 삼아 더 쾌적한 주거환경을 조성하는 동시에 서울의 기능을 어느 정도 분담하고자 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서울 도심 반경 20km 안팎에 위치한 1기 신도시들과 달리, 2기 신도시는 30km 이상 떨어진 곳에 조성되어 교통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대신에, 2기신도시는 충분한 녹지율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으며 도시별 특화 계획으로 자족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정되었습니다.

판교 신도시는 수도권 제2기 신도시로서 분당구 삼평동, 백현동, 판교동, 운중동 등 4개 행정동에 걸쳐 8,922,000m2 규모 택지에 29,263세대의 주택 공급, 인구 88,000명으로 계획되었습니다. 판교 신도시의 조성 목적은 강남 지역 주택 수요 대체이고 이와 함께 자족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경기도에서 자체적으로 산업(혁신) 클러스터를 조성하였습니다. 개발 사업은 경기도와 성남시,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주체가 되어 2003년부터 시행하였습니다.

개발 계획 당시부터 판교 신도시는 2기 신도시 중 가장 성공적인 개발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습니다. 그 이유로는 첫번째, 1기 신도시 중 가장 성공적인 분당신도시와 인접하여 분당신도시의 인프라를 누릴 수 있으며, 두번째, 우월한 GBD 접근성을 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도 개발 이후 판교 신도시는 2기 신도시 중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꼽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판교 신도시의 성공에 있어서의 요인은 전술한 두 가지보다 자족성이 지목되었는데, 이 중심에는 판교 테크노 밸리가 있습니다. 판교 테크노 밸리의 성공에 힘입어 현재는 제2, 제3 판교 테크노 밸리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테크노 밸리

산업 클러스터의 기본 요건은 특정 산업 분야의 다수의 기업들과 관련 기관 및 제도들이 지리적으로 집적하여 상당히 긴밀하게 연계를 맺음으로써 생산 및 물류비용, 기술혁신 및 확산등에 있어서 다양한 집적경제를 창출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집적이익을 위해 산업이 한데 모이는 현상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으나 판교 테크노 밸리의 경우처럼 정책적인 의도에 의해 인위적으로 조성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판교 테크노밸리는 경기도가 수도권 제2신도시 중 하나인 판교신도시에 자체적으로 조성한 66만m2 규모의 산업 클러스터이며,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의 IT, BT, CT 중심의 융복합 테크노밸리를 목표로 하는 혁신 클러스터입니다. 위치선정 당시 강남역에 직통으로 연결되는 신분당선과 판교신도시 계획에 의해 타당성이 인정되어 유치경쟁에서 승리하게 되었습니다. 2004년 판교 신도시 실시계획 승인이 난 이후 2006년 부지조성공사 착공, 2012년부터 기업입주를 시작했습니다.

본래 수도권의 신도시는 인구집중이 된 서울의 인구를 분산시켜 자급자족이 가능한 새로운 중심지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러나 실상은 서울 내 주택가격 상승을 막아보고자 서울 근교 지역에 대규모의 주거지역을 건설한 뒤 서울로 진입하기 쉽게 교통수단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따라 수도권 신도시들은 자급자족 기능이 떨어지게 되고 베드타운화가 되는 것이 기존 수도권 신도시의 일반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수도권 1기 신도시들이 이러한 행보를 걷자 2기 신도시에서는 변화를 주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문제점은 2기 신도시에도 상업, 공업 인프라가 들어오기 전에 주택이 먼저 지어져 분양을 받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신도시 지역 내에서 자체적으로 일자리 창출이 수월하지 않았으며 서울출퇴근을 위한 교통 인프라도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연유로 한때 2기 신도시들은 주택 공급량보다 수요량이 적어 미분양이 오랫동안 지속되거나 분양 취소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판교 신도시는 판교 테크노 밸리 덕분에 경제적인 자립에도 성공하였습니다. 주변에 수원, 용인, 분당 등 인구가 많은 도시들을 배후에 두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지리적 근접성에 그치지 않습니다. 신분당선으로 인해 서울, 수원, 용인 등에 빠르게 접근 가능하고 경강선을 통해 여주, 이천과도 원활한 이동이 가능합니다. 덕분에 판교 신도시는 가장 성공한 신도시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판교의 경제적 자립이 가능하게끔 한 판교 테크노 밸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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