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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rban Syntax Aug 15. 2022

수익형 '주거' 부동산, 성장할 수 있을까?

부동산의 유형은 크게 주거용(residential), 상업용(commercial), 산업용(industrial)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들 셋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경향이 있지만 이 중 메이저 시장은 단연 주거용 부동산과 상업용 부동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국내 시장에서는 일반적으로 주거용 부동산은 분양형 사업 모델, 상업용 부동산은 임대수익형 사업 모델을 바탕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관습적으로 '수익형 부동산=상업용 부동산'으로 인식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러한 기류가 변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몇년 동안은 분양형 주거 부동산 개발 사업이 쉽지 않았습니다. 정책 흐름상 규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정부 차원에서 임대주택을 적극적으로 보급하려는 시류가 이어졌습니다. 물론 공공임대주택을 중심으로 활성화되었고 민감임대주택에 대한 방향은 여러모로 혼란스럽기는 했습니다. 다만 여러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임대주택, 즉 수익형 주거 부동산에 대해 시장에서 더 열린 시각을 가지게 된 점은 사실입니다.


이에 부흥해 기업들도 시장에 진출해 있습니다. SK D&D는 '에피소드'라는 브랜드를 런칭해 지속적으로 사업 확장 중에 있습니다.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큰손인 GIC 뿐만 아니라 교직원공제회 등 기관투자자와의 협업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에피소드는 임대주택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처럼 보편적 주거 안정의 개념에서 등장한 상품은 아닙니다. 어느정도 경제력이 있는 2030 연령대를 타겟으로, 도심에서의 즐거운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주거형태입니다. 그러다보니 젊은 연령대를 타겟팅했다는 특징에 비해 월세는 결코 저렴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마케팅 전략이 시장에서 호응받으면서 현재 맹그로브와 같은 후발주자도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에피소드 강남 co-works(출처: 에피소드)


국내 부동산업계 선두주자인 이지스자산운용 또한 주거 부동산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맹그로브의 운영사인 MGRV 뿐만 아니라 디벨로퍼인 네오밸류와도 협업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거자산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이지스레지던스리츠'를 상장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리츠는 국내의 임대주택 및 코리빙(co-living)과 해외 대학교의 기숙사를 기초자산으로 삼고 있습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서는 멀티패밀리와 스튜던트하우징 등 임대주택 섹터가 크게 각광받고 있어 향후에도 이를 노릴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는?

국내 시장에서도 주거 유형이 다양화되면서 이를 위시로 한 다양한 상품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인구구조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주택 시장에서도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실버타운

은퇴자를 대상으로 하는 실버타운이 기대되는 섹터 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자산에서 부동산 자산의 비중은 약 70% 정도로 굉장히 높은 편입니다. 문제점은 부동산의 특성상 현금화가 쉽지 않아 자산에 비해 실질적인 생활의 질은 높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주택연금이 등장했으나 현실적인 문제로 국민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받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청년들의 사회 진출 시기가 늦어진 동시에 폭등한 주택가격으로 인해 독립시기도 덩달아 늦어지면서 은퇴 전후로 자녀까지 케어해야 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자녀 세대가 독립 후 부모 세대를 어느 정도 부양 또는 보조하는 것이 당연한 도리로 여겨졌지만 모든 세대에 걸쳐 여유가 없어지면서 은퇴 후 자녀 세대에 기댈 수 없다는 인식이 넓게 퍼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문화적 환경에 따라 실버타운은 나름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동산 자산에 묶여있는 돈을 유동화해 정기적으로 비용을 지불하는 대신 거주 안정성과 인프라를 보장받으면서 개인 자산 운용의 폭을 넓힐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을 통해 비슷한 연령대 주민들과 교류할 수도 있으며 헬스케어 상품과의 결합을 통해 건강 진단까지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큰 걸림돌은 아무래도 주택 가격의 변동성입니다. 몇번의 주택 가격 폭등 시기를 거치면서 주택을 소유하고 있으면 거대한 capital gain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인식이 자리잡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앞서 언급한 주택연금이 사실상 사장된 이유도 이와 맥락이 같이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또 언젠가 있을 주택 가격 폭등 시기의 잠재적 capital gain을 포기할지 말지 딜레마가 되는 것입니다. 관련 정책과 시장에 대한 신뢰 회복이 사회 전체의 합리적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우리나라 특유의 부모 부양 문화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자녀 세대에 기대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퍼지는 것은 사실이나, 아직까지 기성 세대에서는 실버타운 자체가 자녀 덕을 보지 못하는 이들이라는 인식도 있습니다. 또는 실버타운은 부유한 이들을 위한 상품이라는 인식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스튜던트 하우징

대학가 주변의 기숙사도 향후 안정적인 수익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체적인 학령 인구가 줄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서울 소재 주요 대학 주변에서는 주거 수요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스튜던트 하우징의 경우, 미국 등지에서는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자산군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블랙스톤이 미국 최대의 스튜던트 하우징 리츠를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은 전세계의 젊은 인재들이 끊임없이 몰려든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큰 차이점을 보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흐름이 유입된다면 서울시 한정으로 잠재력이 충분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서울 소재 대학들의 기숙사 수용률은 20%에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젊은 세대에 어필할 수 있는 리테일을 결합한다면 큰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이에 대한 리스크 요인으로는 대학가 주변 영세 임대사업자와의 협상을 들 수 있습니다. 기숙사를 추가할 경우 학생들의 수요가 줄어 이들의 임대수입이 타격을 받기 때문에 원룸 임대사업자들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실제로 다양한 대학들에서 기숙사 건립 문제로 주변 영세 임대사업자들과 갈등을 겪었던 사례가 다수 있습니다. 경희대학교의 경우 기숙사 완공 후 개강 직전까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한동안 임시승인만으로 기숙사를 운영했던 사례가 있으며 한양대학교, 고려대학교, 성균관대학교 등도 기숙사 건립 문제로 갈등을 겪었습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수익형 주거 부동산이 등장할 것입니다. 어떤 시장참가자들이 어떤 전략을 활용할지, 그리고 누가 파이오니어가 되어 시장을 선도할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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