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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rban Syntax Jul 24. 2022

도심 하늘길 개통 멀지 않았다.

얼마 전, 현대자동차그룹의 UAM(Urban Air Mobility | 도심항공운송수단) 독립법인인 슈퍼널(Supernal)이 영국에서 열린 국제 에어쇼에 참가했습니다.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인  EVTOL(Electric Vertical Take-Off and Landing | 전기수직이착륙기) 컨셉 모델을 공개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최고급 자동차 뿐만 아니라 항공기 엔진 제조사로도 명성 있는 롤스로이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5년까지 공동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도심에서의 하늘길도 머지 않아 열릴 것으로 기대됩니다.


출처: 현대자동차, 한국경제


도심 항공 운송 모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용어 정립이 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UAM이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지기는 했지만 AAM(Advanced Air Mobility), RAM(Regional Air Mobility), EVTOL 등이 혼용되고 있습니다. 현재 많은 기업들이 UAM 개발에 참여하면서, 마케팅 전략에 따라 어느 정도 구분을 두기는 하지만 사실 크게 보면 모두 같은 뜻입니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 한화시스템 등 4개의 기업들만이 UAM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해외에서는 벌써 수백개의 기업들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몇 년이 지나면 선두 기업들이 서서히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수소연료 기술에 남다른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어떻게 결합할지도 주안점입니다.


UAM의 등장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입니다. 인류는 대부분의 시간을 지상에서 보내다가 도시가 발달하며 지하를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장거리 이동에 있어서는 해양을 거쳐 항공로를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인간의 공간은 지상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간척과 해양 구조물 등을 통해 절대적인 면적 자체를 증가시키기도 했습니다. 그에 비례해 트래픽도 증가하면서 자연스레 이동 통로로서 공중을 이용하는 방법을 떠올렸습니다. 드론 기술의 발전과도 궤를 같이 합니다.


역할

UAM의 컨셉 자체가 도심에서의 공중 길을 개척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교통수단으로서의 역할이 가장 대표적입니다. 다만, 처음부터 일반 시민들이 대중적으로 이용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초반에는 관광산업, 주요 인물 의전 등 이용비용이 다소 높더라도 수요가 발생할 수 있는 분야에서 활용될 것입니다. 그 이후 규모의 경제 원리에 따라 대중화되면 머지 않아 대중교통으로서의 역할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배송수단으로서의 역할도 있습니다. 당장 드론의 물류 산업 내 활용 가능성을 계속해서 시험받고 있습니다. UAM을 통한 배송수단은 도심 내 물류 거점(last mile)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류를 보관해두면 기한 내 최종 소비자가 수령해가는 형태의 서비스가 가장 현실적입니다.


관광 목적으로도 충분히 활용 가능합니다. 옛부터 전망대, 열기구, 대관람차 등 도심을 공중에서 내려다보는 관광 프로그램은 항상 존재했습니다. UAM을 통한 도심 전망 구경 뿐만 아니라 호텔과 연계할 수도 있으며 관광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여러 관광지 사이에서의 빠른 이동도 가능합니다. 


긴급 상황에서의 활용도 있습니다.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UAM을 통해 소방관이 출동해 초기 화재 진압에 나설 수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긴급 의료 상황 발생 시에도 의료진이 출동해 대응하거나, 환자를 병원으로 빠르게 운송할 수도 있습니다.


현실적인 문제 - 정류장

UAM은 문자 그대로 도심에서 운행하는 운송수단입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듯 도심 내의 단거리 또는 인접한 도시 간을 운행하는 목적입니다. 조금 더 먼 미래에는 항공기와 경쟁하거나 역할이 분화될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고려 대상이 아닙니다. 도심과 같이 건축물, 시설, 사람이 밀집한 곳에서 어떻게 타고 내릴지가 현재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가장 실현 가능성이 큰 곳은 건물 옥상의 헬리포트입니다. 국내의 경우, 건축법에서 일정 규모 이상 건축물의 경우 헬리포트 또는 대피공간 등을 설치하도록 법제화되어 있습니다. 물론 기타 환경을 고려해야 하지만, 수직 이착륙을 위한 공간이 이미 준비되어 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어떤 섹터의 건축물이 이용될지는 고민이 필요합니다. 주거시설의 경우, 사생활 문제로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호텔 또는 오피스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호텔의 경우에는 관광 프로그램, 픽업 서비스 등과의 연계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오피스는 도심 내 이동이라는 목적에 가장 잘 맞아 미래에는 대중교통으로서의 역할과 의전 등에 활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 경우 오피스 임차인들과 단순 UAM 이용객들과의 공간 분리가 필요할 것입니다.


또한 헬리포트를 통한 UAM이 상용화된다면 부동산 산업에서의 지형도 변화가 생깁니다. 기존 리테일을 결합한 건축물들은 저층부에 리테일을 배치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이러한 패러다임이 앞으로는 저층부와 최상단에 리테일을 배치하는 경향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흔히 구름다리라 부르는 스카이브릿지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는 같은 부지 내에 있는 쌍둥이 빌딩에서 주로 설치되었습니다만 헬리포트를 통한 이동이 활성화된다면 소유주가 다른 건축물이더라도 건물 간 이동이 용이하도록 여러 스카이브릿지를 설치할 유인이 높아집니다. 물론 이에 따른 법률적 지원이 필요할 것입니다.


주유소를 활용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이전 글에서 주유소의 변화에 대해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최근 주유소는 리테일, 물류, 헬스케어 등과의 결합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주유소들이 사양산업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 교통의 요지에 위치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주유소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특히나 최근 활용되고 있는 다양한 산업들과의 결합에 있어서 서로가 서로의 가치를 높여주며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에는 기술 발전을 따라가기 쉽지 않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10년 전만 돌이켜봐도 우리네 삶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인간 자체의 성장과 발전은 왜 이다지도 느릴까요? 그러면서도, 환경 변화에 계속해서 적응해나가는 모습을 보면 신기하기도 합니다. 앞으로는 삶의 환경 변화 주기가 더욱 빨라질 것입니다. 옛사람들이 말한 격언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가 과장을 섞은 위트였지만 이제는 그 본래 의미를 유지하려면 '1년'으로 바꿔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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