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유소들이 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연료 자동차에서 전기차로 패러다임이 변화하며 수익성이 악화되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국내 주유소 수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그간 주유소들은 편의점이나 세차장 등과의 결합을 통해 수익성 향상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시장의 큰 흐름을 거스르지는 못했습니다. 특히, 주유소는 폐업을 하고 싶어도 쉽게 할 수 없어 방치해두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 이유는 법적으로 주유소 폐업 시, 기름탱크로 인해 오염된 토양을 필히 정화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아 울며 겨자먹기로 운영도, 폐업도 아닌 상태로 방치해두는 것입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2020년 코람코자산신탁에서 코람코에너지플러스 리츠를 상품으로 내놓으며 국내에서 주유소가 투자자산으로서 대중들에게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해외에서는 주유소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리츠 사레가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최초로 시도됐습니다. 국내 정유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전국 187개의 주유소를 인수하고 이들을 각각 다양한 전략을 통해 운영할 계획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반적으로 주유소는 지역의 요충지에 위치한다는 점에서 많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코람코는 추후 주유소를 리테일 혹은 물류 서비스와 결합하거나 토지정화 작업 후 재개발 전략까지도 활용할 예정으로 알려졌습니다.
코람코가 부동산 산업의 관점에서 주유소에 대한 화두를 던진 후, 주유소와 부동산 산업의 결합물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블루마켓'은 현대오일뱅크가 출시한 중고거래 플랫폼입니다. 현대오일뱅크 보너스 카드 회원이라면 주유소 내에서 안전히 중고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입니다. 최근 중고거래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는 환경과 더불어 주유소들이 도시 내 주요 길목에 위치한다는 점, CCTV가 설치되어 있고 밝은 조명이 있다는 점, 주차 공간이 있다는 점 등의 장점을 활용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초소형 전기차 '쎄보C' 전시와 판매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했습니다. 이외에도 최근 디지털 아트 갤러리를 개최하거나 캠핑카의 오폐수를 처리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GS칼텍스는 이케아 픽업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이케아에서 주문한 상품을 주유소에서 수령함으로써 소비자 입장에서는 배송비를 절약할 수 있습니다. 가구의 경우, 특성상 부피가 크고 무겁기 때문에 이에 비례해 배송비도 높게 책정되고 있습니다. 이케아 픽업서비스는 가구 배송비를 기존 가격의 30% 수준까지 낮출 수 있습니다. 현재는 전국 몇몇 지점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으며 차차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도심 소형 물류 사업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주유소의 장점을 활용해 물류 공간을 임대하거나 공유형 창고 등의 방식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SK에너지 소방청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우리동네 응급처치소'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주유소 내에 AED와 응급키트 등을 구비하고 응급상황 발생 시 직원이 직접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습니다. 소화기를 대량으로 비치해 주변에서 화재 발생 시 빠른 진압의 거점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대구의 한 직영점을 시작으로, 차후 이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경상남도 김해의 한 S-Oil 주유소에는 방송인 노홍철이 운영하는 '홍철책빵'이 입점했습니다. 서커스장 컨셉의 매장이며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도 겸하고 있습니다. 주유소가 가진 산업시설의 이미지를 F&B 리테일로 중화해 이미지 제고 효과를 노릴 뿐만 아니라 수익성도 끌어올릴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홍철책빵은 오픈 후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습니다.
일본의 이데미츠 코산은 이동용 MRI 장비를 활용해 주유소에서 뇌검사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일반적으로 뇌검사는 비싼 가격이 요구됩니다만 이 서비스는 1/3 수준까지 가격을 낮췄습니다. MRI나 CT와 같은 고가의 검사 장비는 병원에서도 모든 시간을 100% 활용하고 있지 못합니다. 이들의 비어있는 시간을 활용하고 담당 의사들이 결과를 진단하면 결과를 스마트폰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병원과 의사, 소비자들의 니즈를 적절히 혼합한 사례라 볼 수 있습니다.
주유소 뿐만 아니라 자동차 대리점 또한 사양길로 접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이커머스가 성장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는 자동차 세일즈 또한 온라인으로 대체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테슬라는 오프라인 매장을 더이상 운영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뒤 대부분의 매장을 폐업했습니다. 현재는 주요 지점 몇 개만 남겨둔 상태입니다.
다만, 국내에서는 이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자동차 딜러십이 크게 줄고 있지는 않습니다. 국내 자동차 시장 특유의 환경이 아직까지는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판매 자체를 온라인으로 전화하기보다는 기존의 대리점이나 전시장을 최근의 트렌드인 소비자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재편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전시관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앞으로는 거시적 환경 흐름에 따라 '판매'를 중점으로 하는 자동차 대리점은 축소가 불가결해 보입니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주유소들의 변화와 같이 자동차 대리점도 어떤 변화를 맞이할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