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용인시에서 죽전에 건립 중인 데이터센터에 대한 감사에 나서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해당 자산은 퍼시픽자산운용이 캐나다연기금(CPPIB)의 투자를 받아 개발하고 있는 자산입니다. 그간 인근 주민들은 전자파 등에 대한 불안감을 이유로 개발을 반대해왔습니다. 2019년에는 네이버가 용인시에 데이터센터를 건립하려다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되어 결국 세종시로 선회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용인시에서의 개발 무산 이후 100여 곳에 가까운 지자체들이 데이터센터 유치를 위해 네이버에 의향서를 제출하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이후 지난달 네이버가 세종시에 건립한 국내 최대 규모 데이터센터 '각 세종'의 상량식이 열렸습니다.
인근 주민들과 환경단체 등이 데이터센터 건립을 반대하는 주요 이유는 전자파에 의한 악영향 우려입니다. 이는 용인 또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나타났던 현상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러한 동시에 전세계적으로 서로 유치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시설이기도 하다는 점입니다. 사실 모든 전문가들이 데이터센터의 인간에 대한 전자파 영향은 없는 수준이라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습니다만, 생소한 시설 또는 부동산인 만큼 일반 시민들이 이를 이해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나 우리나라에서는 전자파에 대한 기준이 해외 여러 나라들보다 엄격한 편이고 데이터센터로 인한 전자파는 이 기준치의 몇만분의 일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싱가포르에서는 데이터센터 개발과 함께 지역 랜드마크 조성, 싱가포르 특유의 친환경 건축과 에너지 개발을 동반하면서 지역 주민들과의 합의에 이른 사례가 있습니다. 이를 고려할 때, 우리나라 최고 IT 기업의 데이터센터를 놓친 용인시도 훗날 조금 더 심도있는 합의를 추진하지 안았던 과거를 아쉬워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에게 생소한 데이터센터가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데이터센터는 서버나 네트워크 회선 등을 제공하며 데이터를 모아두는 시설입니다. 서버호텔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하며 데이터 물류센터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최근 IoT, AI, 클라우드 서비스 등 데이터 관련 산업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하며 데이터를 보관하는 데이터센터에 대한 수요 또한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전세계적으로도 거대 IT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과거에는 인프라 설비로 여겨지던 데이터센터가 최근에는 투자 자산으로서 인식되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는 일반적으로 보유 주체에 따라 엔터프라이즈(Enterprise)와 코로케이션(Colocation) 방식으로 분류됩니다. 엔터프라이즈는 기업 또는 기관이 직접 보유하며 운영하는 방식이며 코로케이션은 이를 임대하는 방식입니다. 데이터센터를 직접 구축하고 운영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이점에 따라 최근에는 전문 기업이 데이터센터 공간을 임대, 관리해주는 코로케이션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코로케이션은 다시 홀세일 코로케이션과 리테일 코로케이션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홀세일 코로케이션은 대규모의 우량 임차인을 위한 것으로 마스터 리스에 비유할 수 있으며, 리테일 코로케이션은 다수의 임차인을 위한 것입니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기업은 에퀴닉스(Equinix)와 디지털리얼티(Digital Realty)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리츠를 활용했다는 점입니다. 리츠를 통해 법인세 면제 혜택을 활용했으며 활발한 유상증자를 통해 자산취득에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이들이 빠른 외형 성장을 추구한 이유는, 데이터센터 시장은 시장 선점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데이터센터는 전통적 상업용 부동산 자산인 오피스 등과 다르게 손바뀜이 쉽지 않습니다. 데이터센터의 특성상, 운영 능력이 중요하기에 현재까지 이 역량을 제대로 갖춘 시장 참가자가 많아 매각 시에 적절한 매입자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또한 임차인 입장에서도 안정성을 중시에 한 번 입주한 데이터센터를 변경하지 않기에(lock-in) 한 번 선택한 데이터센터에 반영구적으로 머무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데이터센터 리츠시장은 2025년까지 연평균 25% 이상의 성장률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시장상황에 직접적으로 영향받는 타 부동산 자산군과 달리, 데이터센터는 성장할 수밖에 없는 데이터 수요를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임차인 또한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편이라 현재까지는 안정성과 성장성 모두를 가지고 있는 자산군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에퀴닉스와 싱가포르투자청(GIC)는 합작회사를 통해 한국에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를 예고했습니다. 디지털리얼티 또한 이번달 초 상암동에 데이터센터를 오픈했으며 2025년까지 국내에 3개의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한국은 우수한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우선, 전세계 최상위 수준의 통신망 공급률과 IT 수준을 이유로 들 수 있습니다. 그만큼 배후 수요가 탄탄하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지정학적으로도 안정된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홍콩이나 중국의 경우, 여러 시위 등으로 불안정한 정세를 보이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 지진과 해일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습니다. 비용 측면에서도, 세계적으로 가장 저렴한 수준의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코로나 직전인 2019년경부터 데이터센터가 투자부동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코로나를 거치며 시행사, 부동산자산운용사, 자문사 등이 시장에 진출하고 있으며 적극적으로 서비스라인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도 데이터센터 유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앞서 기술했던 사례처럼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일반 시민들과의 괴리감을 좁힐 필요성이 느껴집니다.
참고문헌
이경자. (2020.06.24.). 데이터 센터: 디지털 부동산, 거대한 성장의 공간.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박도휘, 이명구, 강민영. 2019.10. 대체 투자의 새로운 기회, 데이터센터가 부상한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