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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호할미 Nov 19. 2020

널 만나려고

기다림은 너무 힘들다

 처음 피검사 결과를 듣고 임신이면 임신이지... 자궁외 임신은 또 뭐며... 이미 나이도 많고 아이는 둘 이상 낳고 싶었는데... 쌍둥이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하루에도 수십 번 했다. 자궁외 임신이 뭔지 검색해보고 깜짝 놀라기도 하고... 쌍둥이 유모차는 얼마나 하나 검색도 해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테스터도 계속해 보았다. 선배들이 점점 진해지는 걸 보면 임신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는 말에... 

 그렇게 이틀이 흐르고 다시 피검사를 하는 날... 아기집이 보이기 전엔 이틀 뒤에 한 번 더 검사를 해서 수치가 2배 정로 올라가야 정상 임신으로 볼 수 있다고 하셨다. 두 번째 피검사는 좀 더 여유롭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여전히 떨리고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또 피를 뽑아두고 오후 4시 반!! "오늘 피검사 수치가 1142입니다. 두배하고도 한참 오르는 걸 보니 임신이라고 볼 수 있겠어요. 한 주 뒤에 병원에서 만납시다." 얼마나 듣고 싶었던 말이었던가... 그날 퇴근하는 남편에게 소식을 전하는데 뭔가 전쟁에 승리한 장군이 된 기분이었다. 그동안 괜찮다고는 하지만 아이를 너무나도 좋아하는 남편에게 뭔가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숙제를 해낸 기분... 프러포즈 이후에 그렇게 해맑게 좋아하는 남편 표정은 처음 본 것 같았다.


 일주일 뒤에 병원에 가니 초음파로 아기집을 보여 주셨다. 5주. 나도 이제 임산부 반열에 들어선 것이었다. 난임 카페에서 암묵적인 룰이 있었다. 다른 동지들이 좌절하지 않도록 앞에서 너무 기뻐하지 말 것. 초음파 사진을 자랑하듯이 들고 다니지 말 것. 너무 나도 신났고 자랑하고 싶었지만 동지들을 생각해 꾹 참았다. 같이 진료실에 들어가지 못한 남편이 어떻게 됐냐고... 자꾸만 물었지만... "조용히 하고 따라와."한마디로 정리하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차에서 초음파 사진을 보고 또 봤다. 아기집은 두 개였다. 세상에... 아기가 생긴 것도 모자라 둘이라니... 너무 행복한 순간이었다. 


 배 속에 아기는 11주는 되어야 귀도 생긴다는데... 우리 부부는 벌써부터 태명을 지어두고 불러줬다. '단비'랑 '봄비'. 단비라는 이름만 지어 뒀는데... 봄쯤이 예정일이라 봄비라는 이름을 함께 붙여 주었다. 열심히 읽지 않았던 성경도 부쩍 더 챙겨서 읽고, 보고 싶은 드라마도 참았다. 다소 자극적인 장면이 있어서 태교에 나쁠까 봐 꾹 참았다. 거기다가 웬일로 거의 10년 만에 닭발이 먹고 싶었다. 세상에... 입덪이 맞나? 아직 아닐 텐데? 의심을 하면서도 남편은 헤벌쭉한 얼굴로 먹고 싶다는 것을 사다 날랐다. 2주 뒤에 초음파를 보러 가는데 그저 계속 보고 또 보고 싶었다. 일기장을 사서 일기도 쓰기 시작했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행복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행복한 2주를 보내고 초음파를 보러 갔던 날. 사실은 너무 궁금하고 보고 싶어서... 피가 조금 보인다는 핑계로 이틀이나 일찍 병원에 갔다. 병원에서는 초기에 소량의 피는 괜찮다 하셨지만 내 마음이 괜찮지 않았다. 그저 하루라도 빨리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이날은 7주가 되는 날이었다. 아직 아무 증상들도 없어서 내 안에 쌍둥이가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초음파를 매일매일 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 내 마음을 알았는지 우렁찬 심장소리까지 들려주셨다. 그리고 아기집도 꽤 커져 있는 모습에 난황까지 확인을 하니... 조금 안심이 되는 기분이었다. 근무 중인 남편에게 소식을 전하니 본인은 심장소리도 못 들었다고 아쉬워했다. 쌍둥이는 잘 자라고... 이렇게 좋아해 주는 남편이라니... 정말 세상이 다 내 것 인양 행복했다. 다만 선생님께서 12주까지는 안정이 필요하니 조심하라는 말씀을 하셨다. 운동도 하고 싶었고 집에만 있는 게 답답했지만 어쩔 수 없지... 대신 심장소리도 들었겠다 부모님과 절친에게는 임신 소식을 알리기로 했다. 으.... 떨려... 다행히 다들 엄청 축하해 줘서 너무 고마웠다. 이제 임신이 실감이 나는 것 같았다. 


 행복한 2주를 또 보내고는 다시 병원에 갔다. 이번에 초음파를 보면 다음부턴 한 달에 한번 본다고 하시던데... 내가 잘 기다릴 수 있을지... 남편도 너무 같이 보고 싶다고 졸라 토요일로 병원을 예약하고 함께 나섰다. 뭔가 남편과 같이 병원에 간다고 생각하니 더 실감이 났다. 그렇게 함께 초음파 검사에 동행을 했는데... 선생님이 '어....'한마디만 하시고 조용해지셨다. 그러고는 기계를 만지는 손이 바빠지셨다. 아... 뭔가 잘못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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