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 안녕... 다시 만나자...
초음파를 보시던 의사 선생님은 한참 말도 없이 바쁘셨고... 왠지 많이 당황한 모습이었다. 아...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게 이런 건가? 확실히 잘못되었다. 머리맡에 서서 아무것도 모른 채 신이 난 남편을... 차마 바라볼 수가 없었다. 눈물이 막 고이려는 찰나 선생님이 입을 여셨다. "죄송하지만... 뭔가 잘못된 것 같아요. 아기 심장이 안 뛰는 것 같습니다." 아... 그랬구나... 그래... 아무도 잘못한 사람은 없었는데 갑자기 다들 미안해지고 죄인이 되기 시작했다. 의사 선생님은 연신 "죄송해요... 몇 번을 다시 봐도 잘못된 것 같아요. 죄송해요."라고 본인 잘못처럼 이야기하시고... 나는 겨우 눈물을 참고 나와서는 남편에게..."미안해... 어떻게 하지"라는 말만 했다. 남편은 "아무도 잘못한 게 없는데 왜 미안해... 괜찮을 거야."라며 나를 달래 줬지만... 그 눈에도 눈물이 가득한 게 느껴졌다. 일단은 3-4일 정도 후에 다시 한번 보자 하셨다. 아무 생각이 안 났다. 초음파에 보이던 2개의 젤리 곰 같은 모습이... 분명히 내 뱃속에 있는데... 그저 당황했다. 나는 인정도 되지 않았다. 괜찮다고 다독이는 남편에게 우겨서 결국 다른 병원까지 가서는 확인을 받았다. "자연 배출이 안되면 수술을 하셔야 합니다."아... 그랬다.
눈물을 겨우 참으며 로비에서 결제를 하고 있는 남편을 기다리고 있는데 배를 감싸 안은 다른 임산부들이 눈에 들어왔다. 다들 분주하게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며 검진도 받고... 초음파 사진을 보며 행복해하고... 부모님께 전화드려 "아... 오늘 초음파 보니 공 주래요..." 하며 축하받는 모습까지... 내가 세상에서 제일 나쁜 죄인이 된 것 같았다. 결혼 6년 만에 임신이었던 터라 바로 지난주에 부모님과 친한 친구들에겐 이미 알렸는데... 이걸 어떻게 이야기하지? 남편이 그렇게 기쁘게 웃는 모습은 처음 본 것 같은데 어쩌지? 회사엔 임신을 알리지도 못했는데 뭐라고 하고 휴가를 내지?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다가 결국... 나는 임심을 하면 안 되는 사람인 건가? 그렇게 어렵게 가졌는데 왜 이렇게 금방 또 잃게 된 거지? 내가 무슨 죄를 지었나? 누구는 하고 싶지 않은 임신을 해서 아기를 버리기도 한다는데... 나는 왜 이렇지? 그렇게... 바닥을 치고 그것도 모자라 지하를 파고 들어갔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남편과 나는 말을 하지 못했다. 슬퍼하지도... 위로하지도 못하고... 3일이 지나 병원에 다시 방문하니 수술을 권하셨다. 약을 먹어서 자연 배출을 유도한 뒤 안되면 수술을 해야 한다 하셨다. 약을 먹고 어마어마한 피를 흘렸지만 쌍둥이는 내 뱃속에 그대로였다. 아... 이렇게도 잘 붙어 있는 녀석들이 어떤 원인으로 잘못된 건지... 내가 뭘 잘못 먹었나? 너무 걸어 다녔나? 내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나? 정말이지... 내가 잘못해서 이렇게 된 것만 같았다. 결국 수술을 하고 돌아왔다. 임신을 하려고 몇 년을 기다리고 몇 달을 준비해서 딱 두 달을 내속에 품었는데... 2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서 두 달 정도는 매일같이 눈물이 났던 것 같다. 내가 그러고 있는 동안 주변에서 임신소식은 어찌 그리 들려오는지... 직장 동료에... 시누에... 친구에... 나만 빼고 다 임신하는 것 같았다. 남편은 괜찮다고 하며 매일 나를 챙기느라 바빴지만... 결국 하루는 심장을 움켜쥐고 집에 들어왔다. 놀라서 병원을 갔더니 이상은 없고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받으신 게 있냐는 의사 말에... 나는 또 무너졌다. 당신도... 많이 기뻤고... 또 많이 슬펐구나...
꼬박 1년이 지난 이야기인데... 지금도 글을 쓰며 그때 생각을 하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하지만 이젠 그때보단 괜찮다. 언젠가 다시 와줄 날도 있겠지... 그 이후에 우리는 3번 더 시험관 시술을 진행했고 아직도 진행 중이다. 아직 포기가 안되는 거 보면... 더 해야 할 이유도 있는 것 같아서 기대하며 진행 중이다. 그러니... 내 일기도 계속될 거다. 잘 가... 안녕... 근데 꼭 다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