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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호할미 Jan 20. 2021

널 만나려고

나도 이제 고차수 인가?

 4번째 시술. 주사의 용량은 좀 더 늘어났고, 기대감도 두려움도 또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함께 늘어만 갔다. 좋은 점 도 있다. 이젠 반 의료진 수준이다. 음... 좋은 게 확실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처음 시술을 진행하면서 작은 증상이라도 있으면 걱정하고, 고민하던 것과는 달리 담담하게 지낼 수 있었다.


 시험관을 준비하며 호르몬제 같은 약을 먹기도 하고, 그 유명한 여러 가지 주사들을 맞기도 하는데 조금씩, 그리고 사람마다 증상이 발현되기도 한다. 먼저 프로기노바. 약국에서 여성 호르몬이라고 간단히 설명을 해 주셨는데 나는 유독 이 약을 먹으면 약간의 두통이 있었다. 처음에 병원에 이야기를 하니 두통이 있다는 이야기는 잘 못 들었으나 그럴 수도 있다고는 하셨다. 참을 만은 했지만 뭔가 싸한 그 기분이 싫었다. 아! 소론도정이라는 약도 주로 함께 먹었는데 이 약은 처음에 암환자가 먹는 약이라 설명해 주셔서 잠시 흠찟 놀랐었다. 난 암환자는 아닌데 먹어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도 잠시 했다. 물론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약이라도 효능이나 작용에 따라 다른 용도에서 사용도 할 수 있는 건데 처음엔 왜 이런 걸 먹어냐하는 거지? 했던 것 같다. 이런 것들에 대해 의사 선생님께 여쭤보고 싶지만... 항상 물어보진 못했다. 그냥... 다 필요해서 주는 거겠지 하며... 아프면 참아가며, 결국 카페에 글을 써서 동지들의 대답을 들어 보는 수밖에...


 주사도 처음엔 무서웠다. 내 배에 내 손으로 주사를 놓는 게... 내가 나를 안 믿으면 누가 믿겠냐 만은... 나는 주사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주변에서 다들 무서워서 남편한테 부탁했다 하기도 하고... 매일 병원에 갔다는 분도 있고... 하지만 의외로 주사를 놓는 건 괜찮았다. 바늘도 엄청 얇은 주사기였고, 병원에서도 너무 친절하게 가르쳐 주셨다. 그리고 후일담이지만 배에 피하지방이 많으면 덜 아프다는 말을 굳이 해 주셨다. 그래... 난 안 아팠다. 하지만 고날 에프 주사를 맞으면 이상하게 엄청 졸렸다. 그리고 나만 그런 것 같지만 배가 고팠다. 생리주기에 군것질하고 싶은 것처럼... 자꾸만 뭐가 먹고 싶고 졸려서 남편은 시술도 하기 전에 임신한 거냐고 의심했다. 그리고 악명 높은 크록산 주사. 이건 맞기만 하면 멍이 든다. 진짜 조심했는데 멍이 든다. 배가 그라데이션으로 멍이 든다. 먼저 맞은 곳은 은행잎 같은 노란색, 최근 건 한여름에 잘 익은 포도처럼 검정에 가까운 보라색... 나중엔 주사는 놓을 자리가 없다. 


 하지만 4 회차쯤 되니 두통이 오면 따뜻한 차라도 마시며 견뎌 보고, 주사 맞고 졸리면 나가 걷는다. 걷는 게 난포가 자라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고, 나의 경우 낮잠을 길게 자면 기분이 좋지 않아서 견디기 위해 걷고, 군것질은 적당한 선에서 조절한다. 그렇지 않아도 호르몬 영향으로 2-3킬로는 왔다 갔다 하는데 군것질까지 보탤 수는 없다.

 하지만 난임 관련 인터넷 카페에 들락거리는 것은 고쳐지지 않는다. 난임을 겪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그 카페에 가서 글을 읽고 답글도 달고... 사실 글을 보다 보면 처방이 다른 걸 보고 나는 왜 이런 조치가 없나 걱정도 되고 누군가가 어떤 걸 먹고 효과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당장 나도 사 먹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하루에 몇 번 흔들흔들... 하지만 또 나만 아프고 이상한 증상이 있는가? 싶다가 동지들을 발견하면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 없다.


4차쯤 돼었으니 여유도 부려보자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편하면 더 잘된다는 말을 들었던 덕이다. 여행은 못 가는 시국이어서 한적한 곳에 남편이랑 캠핑을 갔다. 가서 장작불 피워 불멍도 즐기고, 그러다 주변 다른 텐트에 아이들이 떼쓰는 거 보며 그래도 애가 없으니 캠핑은 더 편하네... 하다가 결국 왜 나만 애 없냐고 울고 끝냈다. 그래... 여유는 무슨... 횟수가 늘어갈수록 대상 없는 원망에 걱정에 불안감까지 차곡차곡 더 쌓여만 간다. 


 그렇게 꾹꾹 눌러가며 참아가며 도전한 나의 4번째 시도도 착상도 차 시도하지 못한 채 끝이 났다. 이번에 안되면 그냥 포기할래!라고 당차게 남편한테 이야기했던 내 모습은 어디 가고... 여보... 나 병원을 옮겨볼까? 하고 있다. 에휴... 성공도 포기도 내 맘 대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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