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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호할미 Jan 21. 2021

널 만나려고

새로운 시작

 4차 시술을 시작하면서 남편은 그랬다. "시험관 시술... 몸에 별로 좋지 않다 그러더라. 내 옆자리 계장님 있잖아. 동생네가 시험관 시술을 오랫동안 하다가 건강만 나빠지고 포기하셨대. 나는 아기도 좋지만 당신 건강을 해치는 건 싫어. 이번에도 실패하면 포기도 생각을 해보자." 나는 왠지 이번엔 그냥 성공할 것도 같았고 똑같은 패턴으로 계속 진행되는 이 과정에서 벗어나고도 싶었다. 그래서 고민 없이 그렇게 하자고 동의를 했다.

 하지만 결국 실패로 끝났고, 차마 내입으로 그만하겠다고도 더 해보고 싶다고도 말을 못 했다. 그만하겠다는 말은 길에 지나가는 아이들만 봐도 예뻐하는 남편과 내가 포기가 될까도 싶고... 양가 어른들 얼굴부터 사돈에 팔촌까지 얼굴이 순간 머리를 지나갔다. 그렇다고 계속하겠다고 하자니 비용도 만만치 않고 더하면 가능성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나도 남편도 유독 아이를 좋아한다. 특히 남편은, 아이들도 남편을 좋아한다. 다니고 있는 교회에서 남편이 없어져서 찾다 보면 아이들이 항상 둘러싸고 있었다. 뭐 마술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아이들한테 인기가 많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냄새가 나나 싶을 정도다. 심지어 처음 보는 아이도 남편을 쓱 한번 만지고 씩 웃고 간다. 보통은 어른이 아이들 머리를 쓰다듬고 가는 게 정상 아니던가? 근데 애들이 남편 종아리를 쓱 쓰다듬고 간다. (오해는 마시길... 하필 종아리인 것은 주로 만지는 이들의 키 때문이다.) 조카들도 이모부를 정말 좋아한다. 놀아주기도 잘 놀아주고 무엇보다 뭐라고 떠들어도 대꾸를 해주고 잘 들어줘서 그런 것 같다. 


 결정을 못하고 계속 이런 생각을 반복해서 하다가 결국 헛소리를 하고 말았다. "여보, 나에게도 자기에게도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계속 착상이 되었다 유산되고, 착상도 안되고 하는 걸로 봐선 내 잘못이 더 있지 않을까? 우리... 이혼할까? 여보는 왠지 아이가 꼭 있어야 할 것 같아." 힘들게 일하고 저녁 잘 먹고 아무 생각 없이 티브이 잠깐 보며 쉬는 남편에게 다가가서 대뜸 이런 말을 던졌다. 그러고서는 혼자 미친 듯이 울었다. 그리고 조금 있다 엄청 혼났다. "나도 아이가 있었으면 좋겠어. 그래... 지금도 조카만 봐도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운데 우리가 낳은 아이가 있음 얼마나 좋겠어. 그렇지만 네가 좋으니 아이도 갖고 싶은 거지. 이혼은 무슨... 그리고 네가 이야기하고 왜 네가 우냐? 억울한 건 나구만... 마음이 힘든 건 알지만 할 말과 안 할 말은 구분하자. 시험관을 계속 하든 포기하든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근데 이혼은 안돼." 아... 이 사람... 평생 연애한 번 못해본 남자를 만나서 쏙 썩어가며 8년을 가르쳐 결혼했더니 이제 안 가르쳐도 정답을 잘 이야기하네... 


 결국 다시 시도해 보기로 했다. 도저히 포기가 안됐다. 대신 병원을 바꿔보기로 했다. 내 고집으로 일반 산부인과에서 진행하고 있었는데 제약이 많아 시험관 시술을 전문적으로 하는 병원에 가보기로 했다. 나와 비슷한 케이스의 친구에게 소개를 받아 병원을 옮기게 되었다. 이제 병원을 가려면 왕복 3시간을 운전을 해서 다녀야 하는데... 진짜 잘할 수 있을까? 병원을 옮긴다고 잘 될까? 포기해야 하는 건데 억지로 또 붙잡고 있는 건 아닐까? 우리 부부의 운명에 아이가 있을까? 지금도 셀 수 없을 만큼의 걱정과 고민이 머릿속을 떠돌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포기가 안되니... 될 때까지 해 볼 수밖에... 꼭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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