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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호할미 May 12. 2021

널 만나려고

널 만나기 위한 대가가 때론 무겁다.

 정부에서는 난임 부부를 위해 시술비를 지원해 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기준 중위소득 180% 이하에 해당이 되는 경우 인공수정은 총 5회, 신선배아 이식은 총 7회, 동결배아 이식은 총 5회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나마도 중위소득 180%라는 기준이 맞벌이의 경우 해당이 어려워 지원받는 부부가 많지 않다고 한다. 나의 경우 항상 턱걸이로 해당돼서 지원받다가 결국 남편의 외벌이를 하면서는 넉넉히 기준에 해당이 되었다. 그런데 그나마도 이제 마지막이다.

 지원을 받으면서 시술을 하는데도 나의 경우 추가로 대략 150만 원 정도가 더 필요하다. 나의 경우 일반적으로 맞지 않는 주사를 내 체질 때문에 추가로 맞는 거라 좀 더 드는 편이지만 그 주사를 맞기 전에도 50~80만 원 정도를 더 사용했던 걸로 기억한다. 어떨 때는... 나는 돈으로 애를 만들고 있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또 어쩔 때는 애를 키우려면 어느 정도의 재정이 필요한데 아이를 만드느라 그 재정을 몽땅 쏟아내고 있으니... 이게 맞는 건가 싶기도 하다. 몽땅 아이를 만드는데 다 써버리면... 뭘로 키우지?

 첫 아이라도 시술 지원에 대한 제한을 없애달라는 청원들이 계속 늘어간다. 나도 접하게 되면 늘 동의하고 있다. '첫 아이라도...'라는 말이 항상 마음에 새겨진 듯 남는다.  적어도 돈 때문에 아이를 포기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나도... 간절히 원하는 누군가도... 하지만 여러 이유 때문에 포기를 하는 경우들도 많이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도 신의 영역을 어찌할 수 없다. 난자가 생겨나는 것도, 건강한 정자도... 수정이 되어 잘 분열하는 것도 이게 착상하는 것 까지... 기술이 좋아져서 사람이 개입하고 있지만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정해져 있다. 특히나 다들 제일 힘들어하는 게 착상이다. 좋은 상급 배아라고 한다. 이식도 잘되었다고 한다. 이후에 피검사 수치를 볼 수 있을만한 날이 되려면 10일이 걸리는데 10일 내내 피를 말리는 시간이다. 혹여 많이 움직여서 문제가 되려나? 아님 너무 안 움직여 문제가 되면 어쩌지? 화장실 갔는데 흘러내리면? 잠깐 뛰었는데 괜찮을까? 정말이지 내 행동 하나하나가 다 문제가 되는 것처럼 여겨진다. 이 기간 동안에 호르몬을 최적화해 주기 위해 주사나 질정을 처방받지만 그야말로 될놈될이라고 누군 누워만 있어도 안되고 누군 뛰어다녀도 되고, 또 누군 너무 돌아다녀 안된 기분이고... 알 수가 없다. 무슨 노력을 해야 하는지 알 수만 있다면, 뭘 먹어야 좋은지, 운동을 얼마나 해야 좋은지 암튼 그 용한 방법을 알 수만 있다면 마다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걸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 보면서 벌써 7번째인 거다.

 물론 다른 사정이 있는 사람들도 도와야 하고 나라에서 돈 쓸 일이 한두 가지겠냐 만은... 최소한의 행복을 위한 지원이라면 첫아이라도 가질 수 있도록 누구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봤다. 뭐... 내가 겪고 있는 일이라 공감돼서 더 그렇겠지만... 지금도 누군가는 전혀 지원도 없이 10회가 넘어가는 고차 수동 안 시술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누군가는  속도 모르고 꼭 그렇게 까지 아이를 가져야겠냐 하겠지만... 나로서도 포기가 안 되는 건 사실이다.

  경제적인 이유로 시험관 시술을 하며 다투는 부부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들도 많다. 여자만 시험관 시술이 힘들다 생각했는데, 남편의 경우에도 아내가 시험관 시술에만 매달리다시피 하게 되며 힘든 것이다. 남편도 내가 시술 후에 기분이 오락가락하면 힘들어하는 게 보인다. "좋게 생각해." "잘 되겠지." 그럼 "신경도 안 쓰이냐? 그렇게 대충 넘어가는 거냐?"하고 내가 시비를 걸고 "여보, 좀 조심해"라고 한마디라도 하면 내가 "나하고 싶은 것도 못하고... 네 새끼라고 벌써 조심하라 그러냐?" 한다. 내가 생각해도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거기다 어떤 부부의 경우 남편이 "나는 시술하려고 돈 벌어다 주는 기계 같다."라고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하고, 부부관계도 원해서가 아니라 정해진 날엔 꼭 해야 하고 아닌 날엔 할 수도 없고 하다 보니 "마치 번식장의 동물"같다고 하시는 분도 있었다. 예전엔 즐겁게 다니던 여행도 유명하다는 한의원 줄 서기로 바뀌고, 함께 나눠마시던 커피 한잔도 카페인은 안 좋다며 못 마시게 하고, 속상해서 맥주라도 한잔 하고 싶은데 "나는 이렇게 주사까지 찔러가며 노력하는데 그 술 한 번을 못 참냐"하고 혼이 나고, 그럼 또 "이런 남편 믿고 나는 어떻게 시술을 하고 애를 낳겠냐"하며 난리가 나기도 한다. 겨우 맥주 한잔에 말이다. 난감한 일이다. 이쯤 되면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기 위해서 아이를 갖고 싶은 건데... 사랑은 어디로 도망갔나 싶기도 하다. 실제로 시험관 시술을 하다 이혼하는 부부도 더러 있다고 한다.

 아이는 소중하다. 함부로 생겨서도, 아무에게나 생겨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렇게 간절히 원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겐 좀 생겼으면 좋겠다. 내가 신이라면 얼마나 간절한지, 앞으로 어떻게 키울 건지 보고서를 작성해 오라고 해서 평가해 보고 생기게 해 것 같은데 그분의 마음은 또 그렇지가 않은가 보다. 일단... 이번엔 좀 생겼으면 좋겠다. 지원금이 더는 없어서도 아니고, 돈이 없거나 남편과 싸워서도 아니다. 그냥... 이제 아이를 갖고 싶다. 미친 듯이 힘들고 죽을 것 같이 힘들면서도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다는 그 마음을 나도 느껴보고 싶다. 그리고 우리 둘이서 느끼는 행복을 더 늘여갈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번외로... 부모님의 마음도 느껴보고 싶다. 아들을 낳으면 시어머니 마음이 이해가 된다는데... 그것도 궁금하다. 사실... 어떤 이유든 상관없다. 그저 누구에게도 조건 없이 줘보지 않았던 내 사랑을 쏟아보고 싶다. 이제... 오지 않으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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