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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감독 Jul 15. 2021

<예상치 못한 결여>

아들은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천천히 인간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주름이 가득한 얼굴이 탱탱해지고 핏기 없던 피부는 생기 있는 분홍빛을 띄기 시작했다. 눈은 3일 만에 떴지만 한 가지 문제가 보였다. 왼쪽 눈에 눈곱이 자주 생기는 것이다. 소아과 선생님은 눈물샘이 막힌 것 같은데 자연적으로 뚫리기도 하니 조금만 더 지켜보자고 했다. 


아들의 눈물샘보다 조금 더 걱정스러운 일이 생겼다. 모유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나보다 아내가 더 답답 해 했다. 가슴통증도 호소했다. 아내를 담당한 간호사 중에 한 분은 모유는 흰색의 혈액과 같다는 말을 했다. 들어오는 간호사 선생님들마다 모유를 나오게 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셨는데 그 해결책이 다 달랐다. 누구는 이렇게 만져줘라, 또 다른 누구는 저렇게 맛사지 해줘라. 유두를 조금 쥐어짜라. 아니다 짜지 마라. 등등. 아내는 점점 고통스러워했다. 첫 아이에게 모유도 제대로 먹이지 못해 마음도 아픈데 진짜 가슴도 아프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것을 사람들은 젖몸살이라고 했는데 참 말도 잘 지어낸다고 생각했다. 주변에 젖몸살을 풀어주는 전문 케어 샵이 있다고 해서 검색했다. 병원 바로 앞에 있었다. 샵에는 다른 장비나 장치는 없고 연세가 있으신 어머님 나이에 여성이 정성스레 가슴을 마사지해서 젖몸살을 풀어주고 모유도 잘 나오게 하는 것이었다. 


아내는 간절해 보였다. 젖은 50ml도 나오지 않았다. 아들은 분유를 섞어 타 먹이다가 가슴 통증으로 이제 50ml도 짜내지 못했다. 유두는 너무 지나친 마사지로 염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염증으로 인해 완전히 모유수유를 못하게 되었다. 모유수유를 못하니 가슴 통증은 더욱 심해졌다. 악순환이었다.


아내는 수유실에서 연락이 오면 수유 패드를 들고 수유실로 갔다. 아내는 어느 날, 수유실을 다녀오더니 시무룩했다. 다른 엄마들이 자기를 힐끔힐끔 본다는 것이다. 아내는 그 이유를 분유 수유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수유실에서 유일하게 모유수유를 안 하는 사람은 아내, 한 사람이었다. 이것은 물론 아내의 기분 탓 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도 아내의 생각과 같았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모유에 대한 중요성을 TV에서 상당히 많이 소개를 했다. 프로그램마다 소개하는 대표적인 문구는 ‘모유를 먹이지 않는 당신은 무지하다’로 일관되었다. 이 부분은 자연분만과도 연결된다. 자연분만을 하지 않으면 나쁜 엄마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게 제작된 프로그램들이 많았다. 모유수유는 더 심했다. 자연분만처럼 역시나 모유를 고집하는 남편들이 많다는 것이다. 아내의 상태에 상관없이. 아마 그런 남편들은 자신이 많이 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TV를 통해서 소개되는 다큐멘터리나 지식공유 프로그램들을 보면 세상에 모유만큼 완벽한 유아식은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렇게 좋은데 일부러 안 먹이는 엄마는 없다고 생각한다. 정말이다. 모유가 철철 나오는데도 속옷까지 다 젖어가면서 일부러 안 먹이는 아기 엄마가 있을까? 자연분만이나 모유수유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사람들이 있다. TV 패널로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유수유로 잘 키운 엄마와 그러지 못한 엄마가 함께 나온다. 모유수유를 하지 못한 엄마들은 이유 없이 죄인이 된 것처럼 이야기를 한다. 나는 자연 분만과 모유수유로 인해 시선이 주는 차가움을 알게 됐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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