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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감독 Jul 22. 2021

<새로운 배움>

함께 산다는 것


나는 자취할 때부터 함께 살던 고양이가  마리 있었다.


암컷의 이름은 ‘시라’, 수컷은 ‘소라라고 불렀다.   녀석은 길고양이 었는데, 발견 당시 4마리가 함께 상자에 담겨 공사장에 버려진 것을 고양이를 키우는 분이 구조를 했다. 3마리는 시라의 형제자매로 모두  하얀색의 코숏(코리안 쇼트 헤어)였고 소라는 검은색 줄무늬가 있었다. 새하얗고 예쁜 시라 형제들은 사람들이 금방 데리고 갔다. 시라와 소리가 남았고 시라를 데리고 가겠다는 사람은 많았다. 하지만 임시 보호를 하고 있던 분은 소라가 혼자 남을 것이 걱정이 되어  마리를 같이 데리고 가지 않으면 내어주지 않겠다고 했다. 나는  마리를  데리고 왔다. 우리는 그렇게 시라는 7, 소라와는 2021 현재 13년을 함께 살고 있다.

휘운이가 생기고 나서 나는 기대를 했다. 고양이 관련 커뮤니티에서 본 적 있는 아기와 고양이가 함께 있는 사랑스러운 분위기의 집을 상상했다. 그래도 100일까지는 고양이와 아기를 격리하는 것이 좋다고 해서 아이가 지낼 안방 침실 문은 다이소에서 구입한 망으로 문을 만들어서 막아 두었다. 내 껌딱지들인 두 녀석은 조금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내가 더 이상 그들과 자지 않고 숨만 쉬는 작은 생명체 하고만 자고 먹고 했으니까 말이다.

 고양이들이 아기를 싫어하는 것 같았다. 인터넷 고양이 카페 커뮤니티를 아무리 찾아도 이런 경우는 보이지 않았다. 대게 일주일 정도는 경계를 하다가도 괜찮다는 판단이 서면 옆에서 냄새도 맡고 확인을 하곤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휘운이 옆으로 오려고 하지 않았다. 그리고 밖에서 야옹야옹 나에게 나오라고 울었다. 그래도 고양이들은 그렇듯이 둘이서 의지하며 잘 지내는 듯했다. 어쩌면 나는 그렇다고 믿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일정 부분 육아와 같다. 특히, 집에서 키우는 동물 같은 경우는 정말 아이와 같다. 밥을 챙겨줘야 하고 때마다 병원에서 주사를 맞아야 하고 영양 공급도 조절하면서 챙겨야 한다. 양치도 해야 하고 화장실이나 배변 매트도 갈아줘야 한다. 사람으로 따지만  2~3 정도 때까지의 모습을 죽을 때까지 갖고 있는 것과 같다. 그러니 어쩌면 나는 손이   가는   녀석과 손이 아주 많이 가는  하나가  생긴 셈이었다.

그 손이 많이 가는 아이를 보면서 우리는 다른 여느 집과 마찬가지로 매일 새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언제 목을 가늘까, 언제 뒤집을 수 있을까, 빨래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목욕은 이렇게 하고, 청소는 몇 번을 해야 하는지 등등 하나하나가 여전히 선택의 연속이었다. 휘운이는 태열이 아주 대단했다. 태열이라는 것은 아기가 태어나고 100일까지 유지되는 보호막 같은 것이다. 체온이 평균치보다 높아 몸에 들어오는 바이러스를 차단하고 면역력을 높여 주는 기능을 한다고 한다. 휘운이는 4월 생으로 한여름이 되었을 때는 100일로 향해 가고 있었고 에어컨과 선풍기를 24시간 켜놓아야 잘 자고 잘 놀았다. 잠시라도 환기를 한다고 꺼두면 금세 땀범벅이 되어 울었다. 귓바퀴 뒤쪽과 목에 있는 아토피성 피부는 땀띠와 함께 금방 빨개져 올라왔다. 그러면 서둘러 청소와 환기를 마무리하고 에어컨을 돌려야 했다.

휘운이가 낮잠을 자게 되면 섭섭함이 가득한 두 녀석을 달래기 위해 녀석들 옆에 앉아했던 것들이 육아정보 검색과 육아 관련 독서였다. 육아 책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었다.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울 수 있는 방법론들로 가득 찬 책’과 ‘부모들의 심리적 안정을 줄 수 있는 책’이었다. 그중에서도 아빠 육아에 대한 책은 거의 없었고(2014년 기준) 꼽자면 책 육아에 상징적인 푸름이 아빠가 쓴 ‘배려 깊은 사랑이 행복한 영재를 만든다’와 ‘몰입 독서’ 정도가 유일했다. 그 밖에 읽은 책들은 인터넷 서점에서 육아로 검색하면 상위에 노출되는 베스트셀러 책들이었다. 그 책들 중에서 법륜스님의 ‘엄마 수업’이 부모로서의 자세에 대해 생각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나는 부모로서 서로 한 인간으로 대해 주 길 바라지, 부모니까 효도를 바라거나 투자 개념으로 아이들을 키우고 싶진 않다.(모든 부모가 애기 때는 다 이렇게 생각하신다고 한다. 나도 아이가 중고등학생이 되면 변하게 될까?) 아이는 원해서 우리 집에 태어난 것이 아니다. 더 나아가서는 이 세상에 온 것이 아니다. 부모가 소환했다고 생각한다. 소환은 우리가 해놓고 아이들에게 수많은 업을 덧씌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읽은 책 중에 도움이 되었던 책은 수면에 관한 책이다. 나는 예민하고 잠귀가 밝아서 잠을 깊이 잘 못 든다. 그래서 숙면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 내가 2000년도에 캐나다로 유학을 갔을 당시의 일이다. ‘챕터스’라는 서점이 있었다. 아주 큰 서점이었는데 거기에는 한 섹션을 내어줄 만큼 육아에 관한 책이 많았고 그중에서도 아기 수면에 대한 책이 꽤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기억이 나서 나는 온라인 서점에서 검색을 했다. 2014년 당시에는 책이 딱 2권 있었다. 그중에서 영국의 전문가가 썼다는 책을 구입해서 보았다. 책을 보니 왜 부모님들이 아기들에게는 등 센서(등이 바닥에 닿으면 잘 자던 아기도 바로 깬다는 것을 표현한 말)가 있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었다.

요약하면 대충 이러하다. 밤잠을 길게 잘 자야 아이의 성장과 발육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이제 우리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낮잠을 너무 많이 자서도 너무 덜 자서도 안된다. 잘 자기 위해서는 충분히 잘 먹여줘야 한다. 아기를 키우다 보면 힘 들어서 아이가 잠들고 나서 깨우기가 싫어진다. 육아하는 부모는 이 짧은 자유가 너무나 달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깨워야 하는 시간이 10분, 20분, 30분 아차 하는 순간에 1시간 가까이 더 재울 때도 있다. 이렇게 되면 밸런스가 무너진다. 밤에 늦게 자게 되고 그렇게 되면 늦게 일어난다. 늦게 일어나면 자연히 낮잠 시간도 뒤로 밀리게 된다. 가끔은 아기에게 자연의 섭리대로 한다고 내버려두다가 낮밤이 바뀌어서 생고생을 하는 부모들이 더러 있다. 이 상황이 되면 재우려고 엎고 안고 별의별 방법을 다 동원해서 재운다. 그리고 완전히 잠이 푹 들 때까지 안고 있다. 어설프게 잠들었는데 바닥에 내려놨다가 깨면 모든 것이 헛수고로 돌아간다.

책에서는 잠이 깊이 들지 않았을 때 아기를 바닥에 내려놓아서 아기가 누워서 자는 것을 몸으로 알아야 한다고 한다. 설령 깨려고 하더라도 비몽사몽 간에 바닥에서 마치 엄마나 아빠가 안고 있는 것처럼 옆에서 붙어서 토닥거려 재우는 연습을 반복해서 습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나도 이 가이드에 따라 휘운이를 재웠다. 처음에는 잘 되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이 책의 가이드에 설득이 되었다. 맞는 말 같았다. 이것이 완전히 습관화가 되고 나서는 휘운이는 안고 있으면 잠들기 전에 등을 뒤로 활처럼 휘어서 바닥에 내려놓으라고 발버둥 쳤다. 오히려 말이다. 그래서 침대도 아니고 맨바닥에서 이불만 깔고 재웠던 우리 집에서 휘운이는 바닥에 누워야만 꿀 잠자는 아기가 되었다.

휘운이의 생후 100일까지 과정은 대부분 순탄했다. 하지만 여전히 신경 쓰고 있는 것이 있었다. 눈물샘이 아직 막혀 있었다. 나는 매일 수유를 하고 나면 엄지손가락으로 아이가 아파할 정도로 눌러가며 마사지를 했다. 이 방법은 안과에서 알려준 방법이었다. 2개월에 한 번씩 가서 눈을 점검하고 인공눈물을 처방을 받고 마사지 방법도 재차 교육받았다. 눈곱으로 인해서 결막염이 생길까 매일 걱정을 했다. 더구나 무더운 여름이었으니 더 신경이 쓰였던 것 같다. 병원에서는 이대로 자연스럽게 뚫리지 않는다면 조금 더 성장한 후, 눈물샘이 잘 보이게 되면 바늘로 찔러 인위적으로 구멍을 내줘야 한다고 했다. 이 부분은 내가 아는 지인의 아이가 같은 증상이어서 알고 있었다. 지인의 아이가 유치원생인 시절에 눈물샘을 찔러 눈물과 핏물이 같이 흘러나오는 사진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나는 그렇게 되지 않기 바라며 열심히 마사지를 했다.

아빠의 노력이 통했던 것일까. 아이는 정말 거짓말처럼 100일쯤 눈물샘이 뚫렸다. 정말 신기했다.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의 눈을 보았는데 평소보다 눈곱이 훨씬 덜 붙어 있었다. 원래라면 눈곱이 눈을 많이 덥고 있어서 눈을 스스로 못 뜰 정도였다. 인공눈물을 흘려가며 눈곱을 녹여 제거를 해줘야 눈을 겨우 뜰 수 있었다. 눈곱이 좀 없다는 생각을 하며 눈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하루가 더 지났는데 눈곱이 생기질 않았다. 그렇게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도 눈곱은 더 이상 생기지 않았다. 정말 감사할 일이었다.

이 기쁜 소식을 어머니께 전하니 어머니는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내가 절에 갈 때마다 눈물샘 뚫리게 해달라고 기도를 열심히 해서 그렇다’ 그때 생각했다. 이래서 고부간의 갈등이 시작되는 것이구나. 100일 동안 밤낮으로 마사지 한 사람은 나인데 공은 부처님이 빼앗아 가버렸으니 말이다.

100일에 또 하나의 일이 있었다. 100일 되자 정말 거짓말처럼 태열이 떨어졌다. 다시 한번 인체의 신비에 놀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렇게 태열이 떨어지자마자 휘운이가 난생처음으로 열 감기를 앓았다. 아기를 키우면 다들 겪는 일이라지만 그때의 당혹스러움은 아직도 내 몸에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열감기와 관련해서 나는 색다른 경험을 한다. 아래 글은 당시에 경험하고 정리한 글이라 첨부합니다.


<양의와 한의>

**아래 글의 내용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므로  각자  알아보시고 적용하시기 바랍니다 **

매년 듣는 뉴스이지만  겨울 독감은 다들 심하다고 그러네요.

저도 목이 조금 약한 편이라 겨울이면 목감기가   옵니다. 초기에 곧장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심해지기 전에 잡습니다.

아이들은 감기가 오면 참으로 다양하게 오지요. 특히, 영유아 아이들은 열이 제일 무섭습니다. 아기가 태어나면 선생님들이 ‘열과 화상만 조심하면 된다’라고 하시죠. 요즘 엄마들이 똑똑하고 행동파가 많으셔서 의사 선생님도 긴장을 하고 진료를 보셔야 할 거예요. 예전처럼 열난다고 약을 아무렇게나 넙죽넙죽 받아 먹이는 엄마들이 많이 없어요. 약 이름을 검색해보고 정확하게 어떤 약인지, 중복되는 약 성분은 없는지 등등 다양하게 확인합니다. 생활 주거지 주변에는 양의를 바탕으로 하는 소아과가 많아서 대부분의 엄마들은 쉽게 소아과를 가시죠. 한의원은 어른들이 침을 맞거나 허한 기운을 보충하고자 약을 짓기 위해 가시거나 간단한 상담 차원에서 가시지 아무래도 아이 문제로는 소아과보다는 덜 가십니다.

제 아이가 정확히 100일 되는 날, 지인의 초대로 육아 관련 강연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한 사람이 하는 강연은 아니었고 놀이, 인문학, 의학 등 다양한 분야의 선생님들이 나오셔서 육아와 관련하여 자기 전공 이야기를 해주는 자리였어요. 저는 그곳에서 한의사께서 이야기해 주신 ‘열’에 대한 강의를 관심 있게 듣고 왔어요. 그리고 공교롭게도 바로 그다음 날, 그러니까 아이가 101일째 되는 날, 첫 열감기를 하면서 그 한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신 증상들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어요.

선생님 강의 요지는 이랬어요.

사람의 몸에서 열이 난다는 것은 몸에 좋지 않은 것이 들어와서 열로 말려 죽이려는 것이다. 이것은 여러분도 익히  아시는 내용이다. 그런데 열이 난다고 해서 곧장 해열제를 써서 열을 낮춰버리면 아이들은 자기 면역이 강화되지 못한다. 스스로 열을 이겨 보아야 한다. 당장 열이 나는데 무슨 기준으로 약도 주지 않고 보고만 있느냐. 아이가 이길  있는 상황에서는 아기들의 양쪽 귓불과 엉덩이가 차갑다. 신기하게도. 열은 분명히 40도인데 귀와 엉덩이는 차다. 이때는 온몸을 감싸고 머리에서 열이 빠져나가게 머리만 젖은 수건으로 닦아주면 된다. 하지만, 귀와 엉덩이까지 뜨거우면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라

영유아 질병 관련해서 베스트셀러인 ‘삐뽀삐뽀 119 소아과’에서는 아이가 열이 나면 옷을 다 벗기고 찬물로 계속 닦아주고 심할 경우는 찬물에 씻어 주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한의사 선생님은 오히려 몸을 꽁꽁 감싸고 머리만 내놓으라네요.

이런… 역시 여기서도 부모의 선택이 필요합니다.

아무튼 강의 다음 날, 아이는 정말로 아빠인 나를 시험에 들게 하려고 한 것인지, 열감기가 시작되었어요. 열은 39도는 금방 넘어가고 40도까지 치솟았죠. 그때 아이의 귀와 엉덩이를 만져보았습니다. 차가웠어요. 중요한 것은 아이는 높은 열에도 잘 놀았어요. 아픈 아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그래도 일단 집 앞에 소아과는 갔지요. 당시에 그 동네에 막 이사를 간 터라 어디 병원이 좋은지도 모르고 그냥 보이는 병원으로 곧장 갔어요. 그 병원에는 사방에 ‘한의학은 진짜 의료가 아니다’라는 취지의 포스터가 붙어 있었죠.

원장 선생님의 설명은 이러했습니다.

-특정 바이러스 감염이나 염증반응이 아니라면 열은 일주일이  돼서 내려간다. 아이가 컨디션이 괜찮으면 일단 약은 먹이지 말고 버텨 보도록 하자.

부모의 입장에 따라서 꽤 신뢰가 가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할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물었죠.

-특정 바이러스라 하면 무엇인가요?

-요도를 통해서 감염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주일이 지나도 열이 지속되면 요도염을 중심으로 다양한 검사를 해야 한다. 무조건 컨디션을  지켜보라.

 후로 5일간 40 가까이 오르는 열에도 불구하고  놀았습니다. 밤에  때는 끙끙 앓았지만 6일째 되는  아이는 정말 열이 내렸어요. 약은  방울도 대지 않았죠. 혹시나 해서 첫날 병원에서 해열제를 받아왔습니다. 5 동안 아이의 귀와 엉덩이는 고온에도 차가웠습니다.저는  점이 정말 신기했어요.  이후에 감기를 동반한 열이 나는 일이 있긴 했지만 아이는 2일이면 거뜬히 털고 일어났습니다. 아내는 수술로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내심 면역에 관련된 질병에서 아이가 취약하면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그렇게 2년이 좀 지나고 열 따위는 우리 아들에겐 아무것도 아니라는 오만이 자리 잡고 있을 때,

사건이 하나 납니다.

자려고 누운 아이가 열이 조금 나기 시작했어요. 습관처럼 귀를 만졌습니다. 뜨거웠어요. 엉덩이도 만졌더니 열이 있더군요. 아내가 약을 먹일까 하고 물었습니다. 제가 말렸어요. 새벽에 한 번 보자. ‘오늘이 첫날이니까 내일 병원에 가보던지….’ 새벽에 보니 38도에 있었고 귀와 엉덩이도 여전히 열이 났어요. 그때 무지 갈등을 했어요. 그냥 오기도 생기고… 아이 아픈 것 가지고 무슨 혼자서 그랜드슬램을 하려고 했는지, 약을 먹이지 않았죠.

아이는 새벽 6시쯤 경기를 하기 시작했어요. 눈이 돌아가고 경직이 되면서 벌벌 떨기 시작했어요. 세상에 태어나서 한 인간으로서 가장 무서운 순간이었습니다. 순간 동네에 응급실이 어디 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어요. 그야말로 패닉 상태였죠. 일단 아이를 담요로 둘둘 말고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계절은 이른 봄이어서 새벽 공기가 찼어요. 아이를 안고 근처 병원을 가는데 찬 바람으로 아이의 열이 조금 식었는지 아이의 정신이 돌아오더군요. 병원에서 피를 뽑고 온갖 검사를 다 했습니다. 수액도 맞고요. 한바탕 난리를 쳤지요.

저는 아이의 몸이 알려주는 신호를 무시했어요. 무지하고 못난 아빠의 욕심이었죠. 열이 나도 한 번의 예외 없이 귀와 엉덩이는 차가웠어요. 근데 딱 한 번 달랐던 증상을 무시한 것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졌어요. 다행히 아이는 다른 감염은 없었습니다. 모든 것이 정상이었어요. 의사 선생님께서 경기를 한 번 하게 되면 쉽게 하게 된다고 별도의 주의를 요한다고 하시더군요.

아이들의 면역에 대한 말이 많습니다. 그래서 항생제 사용도 엄마들이 굉장히 민감하지요.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양의나 한의를 어느 한쪽만 신뢰하고 다른 쪽은 무시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외국과 다르게 아시아에 위치한 우리는 ‘한의학’라는 분야도 잘 발전하고 있어요. 이 두 분야의 의학을 잘 고르게 사용하면 금상첨화겠죠. 양의는 새로운 이론이 등장하면 과거에 진리처럼 믿어왔던 이론들이 하루아침에 거짓이 되는 경우들을 종종 봅니다. 하지만, 인체를 정확하게 판독할 수 있으므로 세심한 진료가 가능하고, 한의는 몸의 체질을 파악해서 우리 주변의 자연이 주는 약재로 평소에 몸을 보호할 수 있지만, 맹신할 경우 사이비 민간요법에 당 할 수가 있습니다.

지난주에 아이가 감기가 왔어요. 열이 39도였고 귀가 뜨거웠습니다. 고민하지 않고 좌약형 해열제를 투여했어요. 밤에 열은 내려 잠은 잤어요. 그리고 다음날 소아과에 가서 진료를 받았어요. 열이 있지만 귀가 차가워져서 콧물 약만 먹이고 해열제는 주지 않았습니다. 소아과 선생님도 독감이지 않을까 했는데 이틀 만에 떨어졌어요. 아내와 저는 영유아 시절부터 약에 의지하지 않고 아이 스스로 이겨낸 경험 덕분이라고 믿고 있어요.

도입에도 개인적인 경험이라고 밝혀서, 제 방식을 추천하기에는 민감한 부분입니다. 더구나 아이들의 질병과 관련된 일이니까요. 하지만, 방법론에 대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고민을 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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