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육아를 하니 처음에는 정보를 어디서 얻어야 할지 몰랐다.
휘운이의 조부모님께서도 아이를 키워 보신지 40년이나 지나 기억이 또렷하지 않았다. 나는 주부들이 많이 다니는 카페를 찾아다녔다. 맘 카페도 가보고 인테리어 관련 사이트도 가보고 여기저기를 기웃거렸다. 왜냐하면 휘운이는 이제 이유식을 할 시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출생 4개월 중반 정도에 이유식을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첫 이유식은 쌀을 갈아서 만든 쌀가루로 만들었다. 입을 오물오물하는 휘운이에게 한 숟갈을 주니 너무 잘 먹었다. 백색의 하얀 쌀가루는 그야말로 설탕가루 같았을 것이다. 휘운이는 준비한 40미리를 다 먹고 계속 입을 오물거렸다. 첫 이유식에 휘운이는 100미리 정도를 먹었다.
생후 2개월 때 수유 후에 트림을 시키지 않고 재웠다가 크게 토하는 모습을 본 후로는 철저히 트림을 시켰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분명한 트림 소리가 들릴 정도로 오래도록 등을 두르렸다. 그런데 너무 많은 양을 한꺼번에 먹인 탓일까. 휘운이의 얼굴이 점점 파랗게 변하는 것 같았다. 입술은 수영장에 오래 놀면 나타나는 푸른 입술처럼 되어갔다.
얼굴의 표정과 눈동자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둔해졌다. 나는 점점 당황스러웠다. 어느 순간 휘운이는 호흡이 불규칙하게 변하면서 얼굴의 혈색이 더 좋지 않게 변하고 있었다. 아이를 데리고 동네 병원까지는 시간이 부족해 보였다. 그렇다고 구급차를 부르는 것도 이미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휘운이의 사지를 주물렀다. 배도 주무르고 온몸을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크게 달라진 것 없었다. 무서웠다.
5분 정도 사이에 휘운이는 급속도로 나빠지기 시작했다. 그때 또 한의사의 말이 떠올랐다. 앞에서 소개했던 한의사가 그때도 지금과 같은 상황을 이야기했다. 마치 이 상황을 예상하기라도 한 듯, 그날 강의 내용이 열 감기에 이어 현실화되어 가고 있었다. 한의사는 이유식을 시작하면 체하는 아기들이 있다. 손쓸 겨를이 없으면 어른 손가락 따듯이 따라고 했다. 이 방법은 양의, 즉 일반 소아과에서 절대 하지 말라고 하는 행위다. 면역력이 약한 아기에서 2차 감염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소화력이 좋지 못해서 집에 사혈 침이 2개나 있고 소독 솜도 항상 구비되어 있었다. 그나마 천만다행이었다.
그 찰나의 시간에 방법은 이것밖에 없는 거 같았다. 나 같은 경우에는 따면 즉각 반응이 왔다. 나는 휘운이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를 닮았기를 바라며 휘운이의 손가락을 소독했다. 여러 번 닦았다. 침도 새로운 침을 꺼내 여러 번 닦았다. 사실 지금 여기까지 쓰고 있는 순간에도 이 글을 누군가 본다면 무슨 사이비 침쟁이 글처럼 보게 되지 않을까 겁이 난다. 나는 휘운이의 양손의 엄지 손가락을 한 번씩 찔렀다. 휘운이는 울지 않았다. 그만큼 정신이 없어 보였다. 피는 꽤 많이 나왔다. 양손을 소독 솜으로 잘 닦고 후시딘을 발라 주었다.
거짓말 같았다. 1분도 안 돼서 혈색이 돌아오고 눈동자의 움직임도 돌아왔다. 그리고 손가락 통증이 뒤늦게 느껴진 것인지 아니면 속이 편하지 못해서 그랬는지 천천히 찡얼대며 울기 시작했다. 그런 휘운이를 안고 나도 얼마나 안도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는지 모른다. 우리 둘 다 진정되고 나서 평소 다니던 동네 소아과에 갔다. 별 이상은 없고 소아과 의사로서 사혈침을 찌르는 행위는 하지 말라고 당부하셨다. 하지만 그 순간 그 누구도 휘운이의 얼굴을 보면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이유식도 참 못 만들었다. 무슨 근거 없는 자신감인지. 당시에도 서점에는 이유식 레시피에 대한 책이 있었다. 한 권도 사보지 않고 인터넷에서 두서없이 대충 찾아보고 만들었다. 단계별로 시기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아기 이유식을 만들면서 내 위주로 만들었다. 둘째 규리를 키울 때는 소유진 씨가 쓴 이유식 책으로 똑같이는 아니지만 최대한 단계별로 그리고 체계적으로 만들어 주었다.
만약 나중에 규리가 둘째의 서러움에 대해서 표현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우리 집은 아들/딸 구분 짓지 않겠지만, 어쨌든 책, 장난감, 옷가지 등 많은 것을 물려받을 것이다. 규리는 자기는 새 것이 없다고 투정을 부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빠가 베타테스터 같이 좋지 않은 육아 방식을 다 경험을 했기 때문에 규리는 월등히 발전한 아빠가 키웠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러니 둘째는 둘째대로 좋은 것을 누린 셈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