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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감독 Sep 07. 2021

<서울 살이>

후암동 집이 계약기간 만료가 되었다.


집주인은 나쁘지 않았지만 볕이 들지 않는 집이 싫었다. 아기가 있는데 습기가 많고 집이 오래되어 자꾸 조금씩 부서지는 것들이 있었다. 집을 옮겨야 했다. 솔직히 말하면 벗어나고 싶다는 표현이  정확했다. 2 5천짜리 전세였다. 서울 시내에서  돈으로   있는 곳은 아주 오래된 구도심이나 나보다 나이가 많은 집이었다. 그래도 어쩔  없었다. 경기도권으로 갈까 하고 다녀 보기도 했다. 아내의 직장이 너무 멀었다.

집을 구하면서   가지 기준을 두었다. 그중에 첫 번째가 2층이었다. 볕이 들어와야 했고, 옥상을 사용해서 이불 빨래도 금방 건조할  있는 곳이었으면 했다. 추가적으로 옵션을 선택할  있다면 눈이 많이 오는 겨울을 생각해 아이와 편하게 다닐  있게 오르막이 심하지 않았으면 했다. 집세가 싸면 집이 오래됐거나 오르막이 가파른 곳에 집이 있었다. 부동산의 등급은  5만 원 차이로 이렇게 철저하게 등급이 나뉜 물건이  있나 싶을 정도로 확실했다. 

이태원에 있는 집을 구했다. 정확히는 보광동. 아내와 나는 우리는 한류의 서울 중심부에서 제일 유명한 관광지만 다닌다고 웃었다. 이태원 4번 출구에서 나와 폴리텍 대학 방면으로 내려오면 대학 아래 재개발 지역에 있는 단독주택 2층에 들어가게 되었다. 주인 분들이 1층에 거주하고 있었고 손주들이 있어서 아이가  뛰는 것을 이해해 주셨다. 볕은  들어왔다. 약간의 경사가 있었지만 아주 위험 하진 않았다.

책 육아에 물든 나는 우선 거실에 하얀색  책장을 들였다. 아내가 언제  공간을  채우냐며 걱정했다. 2층으로 올라오는 계단이 길고 높았다. 아내가 출근하면 나는 휘운이와 오전에   오후에 산책을 했다. 오전에는 주로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오후에는 동네 구경을 하러 다녔다. 이곳은 이태원이지 않은가. 외국에서 오는 모든 외국인 관광객들이  번은 들려서 논다는 . 이태원 프리덤.

나도 이곳에서 휘운이의 성장과 함께 하고 싶은 일은 조금씩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야말로 프리덤을 외치고 싶은 마음이랄까. 나는 루틴이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몸이 피곤해도 루틴이 확립되어 있으면 어째 저째 하게 된다. 한참 운동을  때도 그랬고 육아도 루틴에 의해서 몸을 움직였다. 육아를 하다 보면 모든 것이 감정적으로 치우치기 때문에  어떤 상황보다 루틴이라는 것은 중요했다. 오전에 마트를 가면 애기띠와 유모차를  가지고 가야 한다. 휘운이가  걸었지만 아기라서 얼마 걷지 못하고 안아 달라고 하거나 얼마  가서 유모차에 타고 싶어 했다. 유모차에 태우고 마트로 가면 진입부터 난관이다. 대부분의 마트 입구가 계단으로 되어 있었다. 유모차나 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없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운  들고 들어간다. 마트 통로와 통로는 유모차 가로폭 사이즈와 거의  맞다. 조심히 가지 않으면 진열대의 물건을 떨어뜨린다. 휘운이가 조금씩 자랄 때마다 손으로 진열대 물건을 잡아채서 곤란했던 적이 많았다. 마트는 대부분 살림하는 주부들이 사용한다. 마트의 입지조건이나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해서 어쩔  없겠지만 나는 이런 부분에서도 육아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었으면 한다.

마트를 매일 다니다 보니 계산대에서 근무하시는 분들과 일하는 직원들이 나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아기 데리고 오는 아저씨다른 아빠들은 가끔 아이들을 데리고 주말이나 퇴근  밤에 들리는 것이 전부인데 나처럼 본격적으로 유모차를 밀고 아기띠를 두르고 장바구니를 매달고  보는 사람은 없으니 말이다. 이렇게 알아 봐줘서 덕을  것도 많다. 계산을 후다닥 먼저  주시거나 물건을 찾지 못해서 물어보면 직접 갖다 주시는 일이 종종 있었다.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때로는 육아에 대한 관심이 너무 지나치셔서 피곤했던 적도 많다. 사람들의 인식에는 아빠가 아이를   본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아이를 데리고  밖을 나서면 마트까지 가는 동안 평균 3 정도의 꾸지람을 듣는다. 모르는 어르신들로부터. 한여름이라도 아이에게 양말을 신기지 않으면 차다고 뭐라고 하시고, 아이를 아기띠에 매고 다니면 아이 다리가 불편해 보인다는 , 목이 힘들어 보인다는 , 충고가 다양하다. 이런 관심도 육아를 해보신 분들이 한다. 남자들은 20~70대까지 관심을 보인 적이 없다. 귀엽다거나 예쁘다는 말들은 전부 여성분들이 한다. 여성들이 아기에게 주는 작은 관심은 여성으로서 본능도 있겠지만, 남자들이 관심이 없는 것은 육아에 대한 남자들의 무관심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군인들의 군복에 다림줄은 군인들만 기가 막히게 알아본다. 다시 말하지만 해봐야 눈이 간다.

시간이 지나면서 휘운이와 나는 정말 많이 다녔다. 늘 같은 곳이긴 했지만 조금씩 다니는 범위를 넓혔다. 이태원역은 물론이고 이슬람 사원에서 쭉 시작되는 우사단 길, 해밀턴 호텔 뒷골목에서부터 구불구불 길을 따라 온갖 유명한 식당들을 지나고 미군부대를 지나 녹사평역까지. 내가 이렇게 다닌 이유가 있었다. 아이를 운동시키려고? 아니다.

공원을 찾아다녔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를 찾아다녔다. 지금은 용산구 이태원동 주변에 놀이터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곳에는 보광초등학교도 있고 아이들이 많이 산다. 후암동  때도 놀이터는 후암동 전체에  곳이었다. 한강 쪽으로  내려가면 내부순환도로 아래로 놀이터 비슷한 곳은 있지만 위에서 떨어지는 먼지로 아이들과 놀기는 여건이 좋지 못했다.  이태원 일대를  돌고 나서 우리는 용산구청에 가서 놀았다. 3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을 내려와서 공무원 분들 일하시는 앞에서도 놀았다. 그곳에는 시민들이 기다리면서 책을   있게 책장이 있었다. 같이 책을  보다가 프린터, 팩스 구경하고 밖으로 나와서 예쁜 카페나 옷가게들 구경하고 그렇게 돌아다녔다. 매일.

문화 콘텐츠는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를 압도하고 있는 한국에서. 그것도 서울의 한 중심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가 없다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 이 모든 것이 아마 부동산의 개념이 철저히 돈벌이에 맞춰져 있기 때문 일 것이다. 도서관이 변두리나 산꼭대기로 밀려난 것은 이미 오래다. (서울은 현재 아이들을 위한 작은 도서관이 많이 늘어나고 있긴 하다.) 책 육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이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래도 몇몇 생각 있는 시도지사들이 중심부로 도서관을 배치하고 있지만 많이 부족하다. 선진국에 가면 큰 도서관이 도시의 중심을 잡고 있고 각 지역마다 연계된 도서관이 즐비하다. 그 옆에는 아이들의 놀이터가 꼭 있다. 구도심이라 그런가? 주변에 새롭게 올라가는 아파트에는 단지 내에 놀이터도 좋고 도서관도 있지만 외부인은 출입금지가 많다. 공공 도서관과 놀이터가 필요하다. 특히 놀이터는 노숙자들의 은신처가 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지속적인 관리도 필요하다. 우리가 남대문이 있는 남창동에 살 때는 오래된 놀이터가 있었지만 노숙자분들의 쉼터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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