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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감독 Sep 15. 2021

<선배 워킹맘들의 수줍은 고백>

새동네를 다니면서 참 많은 사람들이 나와 휘운이 옆을 스쳐 지나갔다. 그중에서도 할머님들이 지나가며 툭 던지고 지나가는 말들이 나를 많은 생각에 빠지게 했다.


요즘은 맞벌이를 해야 조금은 여유 있게 살 수 있다. 사치를 부리지 않더라도 남들이 하는 만큼 딱 그만큼만 하고 살려고 해도 맞벌이를 해야 된다. 그래서 내 주변에도 보면 아이가 걷는다 싶으면 어린이 집으로 보내고 일을 시작하는 이들이 많다. 이 부분이 난 정말 부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한 부분이다. 나도 아직 정답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까지 아이를 둘 키워오면서 느끼는 바로는 만 3세까지는 가족과 집에서 최대한 많이 부대끼면서 지내는 게 애착에는 정말 좋다는 생각이다. 


아이를 부모가 키우면 좋다는 것은 어떤 부모가 모르겠는가. 아이에게 좋은 것을 해주고자 하는 선택이 집마다 다르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게 되는 상황이다. 요즘에 욜로(YOLO = You Only Live Once)라고 해서 한 번 사는 인생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자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 단어를 소비하는데 합리적 이유로 들이대고 있다.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욜로 마인드로 살려면 아이를 낳아선 안된다. 아기는 일반적으로 부모가 원해서 소환된 존재다. 아이는 원하지 않았다. 아이는 부모의 행동에 따라 습관이며 의식이 결정되는 존재다. 그래서 사회성이 본격적으로 발달되기 전에 아이 들고 붙어 있고 싶었다. 초등학교 들어가자 함께 할 시간이 많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첫째 휘운이가 초등학생이 되어서 그 시절 함께 보낸 것이 애착 형성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느끼지만 당시에는 피부로 느끼지 못했다. 하루하루가 고단한 날이면 어린이집 보내지 않는 내 결정이 옳은 것인지, 내일이라도 당장 알아보고 어린이집에 보내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까 갈등을 많이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도 길에서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할머니들을 만났다. 동시에 만난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길에서 우연히 말을 걸어왔다. 그때 당시 써둔 일기를 가지고 왔다.


아빠가 육아를 하다가 보면 이런저런 관심을 좀 받습니다.
 
  이런 관심이 엄마들도 받는 것인지는 모르겠어요. 애기띠를 하고 동네를 걸어 다니면 할머님들이 한 마디씩 던지십니다. 계절에 따라 다양합니다. ‘애 땀 흘리네 윗옷 하나는 벗기지’ , ‘양말을 신겨야지..’ ‘남자가 애 본다고 고생하네요’ 남자라서 애 보는 게 더 힘들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마… 밥 챙겨주고 이런 거 때문에 그런 거겠죠. 새로 이사를 간 동네에서 처음에 별 말이 없다가 저 아저씨가 자주 출몰한다 싶으면 슬슬 다가오세요.  
 
  아이가 걷기 시작하고 활동범위가 넓어지면서 최대한 밖으로 많이 다니려고 노력했어요. 당시에 저는 2층짜리 주택에 세를 들어 살았는데 1층에는 주인 내외가 살았죠. 입주하는 날 인사를 하고 별다른 교류 없이 지냈습니다. 어느 날,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정해진 곳도 없이 집을 나오는데 집주인 아주머니를 만났어요. 주인아주머니도 손자를 안고 계셨고요. 다른 할머니들처럼 저에게 ‘아빠가 육아한다고 힘들죠’라는 인사말을 건네시고 불쑥 한마디 하셨어요.
 
 “애기… 꼭 가족이 키워야 해요…”
 “아… 네… 그러려고요..”
 “나는 내가 젊어서 맞벌이해서 돈 버는 게… 애들 위하는 건지 알았어.. 그랬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까 그게 아니야.. 돈 벌어서 풍족하면 잘 크는 줄 알았어. 근데… “
 
 근데.. 이후에 한 참 말이 없었어요. 저는 어색해서 고개만 끄덕이고 있는데..
  
 “2층 네는 꼭 그렇게 해봐요. 내가 남의 집 애 키우는데 간섭하는 거 같기도 하지만… 나는 그게 너무 후회된다고. 애들이 반듯하게 못 자랐어. 지금 생각하니 그게 다 내 탓이야. 그래서 난 지금 애들한테 내가 손자들 다 키워줄 테니까 스트레스받지 말고 일하고 싶으면 일 해라고 해.. 그때 못 해준 거를 손자들한테라도 해주고 싶어서..”
  
  그 동네에서 2년도 못 살았는데요… 재미있는 게.. 저런 이야기를 서로 다른 할머니들로부터 2번을 더 듣게 됩니다. 세 분의 어머님들로부터 고백 아닌 고백을 들은 거죠. 세 분 모두 ‘아이를 직접 키우지 못하고 밖으로 나다닌 게 후회된다’라는 것이 공통점이었습니다.
 
  이 글은 열심히 일 하는 워킹맘들을 비난하려고 쓰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저에게 고백한 어머님들이 단지 아이를 직접 양육하지 않았다고 아이들이 똑바로 성장하지 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의 가까운 친척들 중에서도 시골에서 부모가 초등학교 중퇴에 농사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셔도 자녀가 모두 서울대를 진학한 집도 있어요. 꼭 좋은 학교가 아니라도 사회적으로 자리 잡아서 효도하고 사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문제가 뭘까요?
 모르죠. 하지만 추측을 한다면…  일을 하면서 고됨을 아이들에게 그대로 표현하셨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자기가 밖에서 돈을 버는 것이 다 너희 때문이고 너희 때문에 내가 이렇게 힘들다. 악다구니를 했을 테고, 심하면 때리고 남편을 원망하고 세상을 원망했을 겁니다. 아이들 앞에서요. 기둥이 되는 부모의 이런 원망은 고스란히 아이들의 성정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그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내가 이렇게 된 것은 부모 때문이라고 화살을 되돌려 쏘겠죠.
  
  여기 두 번째 고백이 있습니다.
 워킹맘을 하고 있는 여자 후배들의 고백이에요. 육아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여자 후배들과 이야기도 재미납니다. 저는 때론 남편의 편이 되어 이야기도 해주고 가끔은 후배들의 입장에서 남자들을 같이 욕해주곤 해요. 후배들의 가장 큰 고민은 ‘아이를 언제쯤 어린이집에 보내고 복직할까’입니다. 12? 15? 18? 24? 몇 개월이 좋을까. 일단 어린이 집에 보내는 건 기정사실입니다. 후배들에게 위의 어머님들의 고백을 들려줍니다. 제 이야기를 들은 후배들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밖에서는 애를 위해서 돈 번다. 뭐하다 하지만 솔직히… 애 보는 게 힘들어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참 이기적이죠.. 내가 엄마 맞나 모르겠어요. 직장에서 육아 휴직하는 친구들도 그래요 아 빨리 나가고 싶다고…”
  
 참 어렵네요.  저도 육아를 하려고 선택하는 순간 심정이 복잡했거든요. 하지만 결론은 하나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신이 워킹맘이든, 전업맘이든, 주부 아빠던 당신의 고통을 아이들에게 전가하거나 비치지 않는 것! 그 인내가 부모라는 글자의 획을 이루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당시에 이렇게 개폼 잡고 썼던 글에 반하게 나는 그렇게 잘 하시 못한 것 같다.

내가 하는 일은 그러니까 시나리오를 쓰고 뭔가 감정적인 요소를 창작하는 일들은 하루 종일 때론 몇 날 며칠을 그 감정을 머릿속에 담고 유지하면서 지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이들은 나의 그럼 상태를 알아주지 않는다. 늘 붙어 있어 주길 바라고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잠드는 순간까지 정신없이 뛰어다닌다.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나고 내 시간으로 받은 그 잠깐의 두어 시간에 난 책상에 앉으면 감정선의 유지는 온데간데없다. 그러면 화가 나고 짜증도 나고 괴롭다. 모든 것이 뒤로 후퇴하고 삭제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 기분이 수면으로 충분히 가시지 않으면 나는 아이들에게 짜증을 냈다. 그리고 학교를 가거나 유치원을 가면

고요해진 그 시간에 또 후회를 한다. 글이나 매체에서 육아 관련해서는 다들 혼내고 후회하고 한다는데 나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오은영 선생은 오늘도 화면에 등장하셔서 공감해주셔야 한다고 하는데 알겠는데 안된다. 이러다가 언제 완성하나. 애들이 순식간에 커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꼭 그런 생각을 하고 다닐 때면 또 다른 이웃이 지나가며 "애들 정말 빨리 크니까 이때 잘해줘야 된다"라고 훈수를 둔다. 결국 자책을 한다. 내가 빨리 잘 되지 못해서 그렇게 된 것이지. 그 누구의 잘 못도 없는걸. 세상에 육아는 혼자 하는 것 마냥 투덜대는 마음을 다시 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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