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그림의 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이지레이 Apr 08. 2020

누구나 서있는 길 위에서.

on the road_


2018년 브런치 계정을 처음 만들고 나서 그림과 글을 몇번 포스팅하는 시도 끝에 거의 잊고 지낸지가 1년이 넘었네요. 최근 어떤 일을 계기로 죽어가던 저의 계정들을 하나하나 살려가려고 합니다. 


그럼, 오랜만에 1포스팅 시작해볼께요.



artwork by Lazyray ( re-painting 2020 )







2014년 이 그림을 그렸을 때는, 몇년간 꾸역꾸역 다니던 회사를 두번째로 때려치고 그림작가가 되겠다며 철없이 외치고 다녔을 때였어요. SI그림책학교 라는 곳에서 작가수업을 받으며 막연한 희망과 단꿈에 젖어서 사회적 잉여인간으로 그림말고는 할 일이 없었던 때였죠. 매우 게으르기도 했지만 매우 치열하기도 했던 날들. 하루에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겨우 두세시간 뿐이던 날도 많았고, 잘 풀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로 흘려보내기만 하는 날들이 며칠째 이어지기도 했어요. 그래도 그림 말고는 다른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던 때였기에 그 시간들이 가끔, 아니 자주 그립기도 합니다. 오히려 그림 작가로 살아가는 지금은 매순간 그림 말고 다른 생각들을 더 많이 하고 있다는게, 참 아이러니하죠.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며 그 시기의 그림들을 다시 찾아 digital re-painting 작업을 하고 있어요. 오랜 시간을 들여 그림 한장을 작업하고 세밀하게 공들여 그려냈던 그림들을 보면서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되요. 지난 6년간 저는 참 많이 변했고 제 그림도 참 많이 변했어요. 더 나은 방향으로 변해왔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아래의 그림이 아크릴로 작업했던 2014년의 원본입니다.




artwork by Lazyray ( acrylic painting | 594 X 420mm | 2014 )






누구나 자신의 길 위에서 걷거나 뛰거나 가끔은 맥없이 주저앉아 쉬기도 합니다.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자신만의 길을 찾아내야 하고, 믿고 걸어가야 어딘가에 도착할 것이기 때문에 그 과정이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겠죠. 하지만 가끔 어떤 사람은 그런 과정들이 그냥 싫어서 다른이의 삶에 올라타 짐이 되고자 합니다. 남의 어깨에 올라타서 멀리 보고 싶기도 하고, 어려움없이 다치지 않고 쉽게만 가고 싶거든요. 몇년 전까지 바로 제가 그런 소망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었어요. '난 정말이지 더이상은 돈을 벌기 위해 억지로 일하고 싶지 않아. 좋아하는 일만 실컷 하며 소박하게 살고싶어. 누군가 나의 경제적인 뒷받침이 되어 주기를' 실제로 그렇게 바랬고 희망하는 행운을 잡지 못했다는 것에 많이 실망하며 살았어요. 정말로 몇.년.간.



결국 무임승차를 바랬던 댓가로 제가 오랫동안 쌓아왔던 것들 조차 모두 내어주고 나서야 인생의 당연한 진리를 깨닫게 되었어요. 내 두발로 딛고 일어서서 내 의지로 걷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설사 일시적인 행운이 잠시 찾아오더라도 그건 내 것이 아니라는 걸. 너무 당연하지만 믿고싶지 않았던 깨우침들을 얻고 나니, 모든 걸 잃었는데도 불행함은 더 작아졌어요. 굉장히 힘든 상황에 처했을때도 움츠러들지 않고 당당해져요.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자부심이 커가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되었죠. 



이제 다시는 누군가에게 기대거나 올라타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겠죠. 하지만 또 언젠가는, 나의 선의로 누군가를 내 어깨에 태우고 길을 걸을만큼 강하고 큰 사람이 되어있기를, 그것을 바라기는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많은 그림 작업이 궁금하시다면,


https://www.instagram.com/urei_nun/


매거진의 이전글 Two of us. 00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