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을 빛낸 101명의 귀인들

1세부터 100세까지 <시청자투어>

by 고작
개인적으로 세 시즌 통합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은
시즌1 <시청자투어> 3탄
'1세부터 100세까지'
함께한 여행입니다.

오늘의 여행 콘셉트는
<처음이자 마지막 여행>입니다.

_W6O9928시청자투어 단체.jpg 1박 2일 시즌1 시청자투어 3탄 단체사진 '일박을 빛낸 101명의 귀인들' - 포토그래퍼 성함을 기억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의미 있는 사진 정말 감사합니다.


추억의 <시청자투어>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시즌4에 돌아와서도 시청자투어를 추진하고 싶었지만 코로나 때문에 세상의 눈치가 보여서 진행하지 못했다. 그래서 더 의미 있게 남아있는 <시청자투어> 3탄. 1세부터 100세까지 한 명씩 모여 출연자만 100명, 그중에 미성년자와 어르신들은 보호자를 동반해서 시청자만 약 130명 이상. 늘어난 출연자만큼 스태프도 두 배로 참여해서 1박 2일 역사상 가장 많은 인원이 함께한 여행이었다.


시청자투어는 세 달 전부터 준비했다.

당시 <시청자투어> 모집을 시작하고 약 7만 건에 가까운 신청서가 들어왔다.

우편으로 3,574명, 온라인으로 66,059명이 지원해서 총 69,633명.

성별은 남자 33,364건. 여자 36,269건 (남자 47.9% vs 여자 52.1%)

지역별로는 경기도에서 전체 4분의 1인 약 25%의 17,000건 정도가 접수됐고

다음은 서울 22%, 경남 6.3%. 그리고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프랑스, 아르헨티나, 브라질, 예맨, 남아공 등 전 세계 해외에서 총 136건의 신청서가 접수됐다.


그 사연을 다 읽느라 평소보다 더 일찍 출근하고 더 늦게 퇴근했는데도 다음 날 사연은 또 쏟아져서 마치 매일 연재되는 신작처럼 반가웠다. 그중에 전화 인터뷰와 미팅한 분들만 수 백 명. 90대 어르신들 중에 멀리 사는 분들은 출장 미팅도 다녀왔다. 목소리만 들어도 '1박 2일'을 사랑해 주시는 마음이 느껴져서 감사했고 덕분에 내가 얼마나 행복한 일을 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그때 많이 들었던 말이 "나는 안 뽑아줘도 돼! 근데 내가 일박이일을 정말 좋아해. 고마워요. 이런 프로그램 만들어줘서!" 였으니... 눈물나게 기쁘고 고마웠다.


정말 감사하게도 출연자 경쟁은 정말 치열했다.

가장 어린 1세는 90명이 지원했고, 경쟁률이 가장 낮았던 100세도 2명이나 지원해서 경쟁은 있었다.

나이별 경쟁률이 제일 높았던 TOP 3는

1. 16세 3,188 VS 1

2. 20세 3,141 VS 1

3. 17세 3,112 VS 1

_W6O9334시청자투어10.jpg 가장 치열한 경쟁률을 뚫은 10대의 뒤태가 아름답다! 아니, 10대라 사춘기를 걱정했는데 현실은 정말 귀여웠던 기억. 부디 그대들의 10대에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기를.


영유아부터 60대까지는 최소한 수십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뚫어낸, 그야말로 엄청난 행운의 주인공인데.

누가 대단히 특별해서 뽑은 것이 아니라 그 나이대를 가장 잘 상징하는 분들을 뽑았던 것 같다.

당시 나영석 PD님은 인터뷰에서 "국민들의 표본이 카메라 앵글 속에 하나로 들어간다는 데 의미가 깊다고 본다"라고 말씀하셨으니까.

_W6O9251시청자투어 오프닝.jpg 1박 2일 시즌1 시청자 투어 3탄 '1세부터 100세까지' 오프닝 촬영 중. 당시 90세 김영자 할머니와 인터뷰 중인 성시경 오빠. 무릎이 넘 감동이었어!

2011년 8월 26일, KBS 공개홀 앞에서 오프닝을 시작했다.

1세부터 100세까지 등장하고 한 명씩 소개하는 시간만 거의 2시간이 걸려서... 이 세트는 신의 한 수였다.

맨 앞줄은 90세부터 100세, 두 번째 줄은 1~9세, 세 번째 줄은 10~19세... 이렇게 80대까지 앉아 총 100명이 모였다. 아! 원래 100세까지만 모집했는데. 뜻밖에 103세 할아버지의 등장으로! 101번째 시청자가 특별히 합류했다.

_MG_9894시청자투어103.jpg 103세 김정암 할아버지의 뒷모습


당시 내가 정리한 103세 할아버지에 대한 소개글이다.

(103세) 김정암 - 90은 청춘! 103년 살아있는 역사... 레전드 할아버지!
90대 총 어르신 중에 나이는 제일 많지만 정정한 순위로는 거의 1등!
핸드폰 통화가 가능할 정도로 귀가 밝으시고, 평소 헬스도 하고 탁구도 즐긴다.
'씨름선수 강호동'을 기억할 정도로 기억력도 좋으시고, 말씀도 조리 있게 잘하신다.
(노인정에 모인 다른 어르신들께 1박 2일 시청자투어 콘셉트를 설명할 정도)
손자, 손녀가 무려 62명! 지금도 너무너무 건강하고 밝으신 멋쟁이 할아버지!

다시 봐도 얼마나 건강한 분이었는지 생생하게 느껴진다.

사실 어르신들이 이 여행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실 수 있을지 걱정이 없었다면 거짓말인데... 당시 20대였던 나보다도 신나게 즐겨주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70대는 이팔청춘이었고, 80대도 팔팔하셔서 손 한번 잡아드릴 틈이 없었으니까. 90대도 처음 등장할 때만 동선 안내차 손을 잡아드렸고 이후에는 알아서 척척 따라오셔서 내 도움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어린아이들도 낯선 사람들이 가득한 현장에서 잘 있어줘서 고마웠다. 나중에 내가 아이를 낳고 보니 당시 영유아 보호자들은 정말 큰 용기를 내신 거였다.

모두 귀한 걸음으로 와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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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MG_3886.jpg 시청자투어 팀별 조장들 (왼쪽부터) 김종민, 전현무, 백지영, 김병만, 강호동, 이수근, 은지원, 엄태웅, 이승기, 성시경

나이대 별로 팀장도 정해졌다.

영유아 전현무

10대 백지영

20대 강호동

30대 엄태웅

40대 이승기

50대 김병만

60대 이수근

70대 은지원

80대 김종민

90대 성시경


일박 멤버들과 인연이 있는 게스트 분들이 흔쾌히 와주셔서 자리를 빛내주셨다. 오프닝 촬영을 마치고 아침식사를 했는데.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은 성시경 오빠가 어르신들이 남긴 음식을 먹었던 것. 가족끼리도 쉬운 일은 아니라서, 내가 자식을 낳고도 아들이 남긴 밥을 먹는 게 당연한 게 아니라 그때 성시경 오빠의 모습은 더 감동이었다. 당시 성시경 오빠는 예능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지 않았는데. 시청자투어 때 90대 어르신들을 따뜻하게 잘 챙기고, 뭐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제작진 마음을 사로잡아) 시즌2 고정 멤버로 섭외 요청을 드리게 됐다는 비하인드가 있다.


_MG_4191시청자투어 전세기.jpg

오늘 여행의 목적지는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

특별히 전세기를 타게 됐는데. 제작비가 많아서가 아니라 이걸 타려고 그동안 제작비를 엄청 아껴 썼다는 사실. 당시 기장님께서 반가운 인사말을 전하시면서 우리를 환영하는 의미로 "1박~"을 선창 해주셔서 다 같이 "2일!!"을 외쳐본 것도 기억에 남는다. 비행기에서 그렇게 큰소리를 질러본 경험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으니까.


_W6O9522시청자투어 기내복불복2.jpg 세계 최초 기내 음료 복불복 서비스를 준비하는 멤버들 "나만 아니면 돼!" ^^

부산의 베이스캠프는 기장.

지금은 부산 기장이 핫플레이스가 됐지만 그때만 해도 조용하게 촬영할 수 있는 곳이었다. 시즌1 때는 시청률도 정말 높고 인기가 많아서 조용한 시골에 가도 사람들이 몰려서 촬영하기가 힘들었는데. 당시 우리끼리 조용히 촬영할 수 있고, 대식구를 반겨준 베이스캠프도 있었다. 게다가 부산은 관광지여서 여행 코스와 음식에 선택지가 많았다. 제일 중요한 건 비행기, 기차가 다 있어서 이동이 편한 게 장점이었다. 촬영이 끝난 후 100명이 넘는 인원의 귀가길도 편해야했으니까.


거주지에 따라 서울, 광명, 동대구, 울산행은 KTX로 귀가했고. 80대 이상 어르신들은 모두 개별 배차를 해서 춘천, 강릉, 고성, 철원, 천안, 충주, 평택, 전주, 예천, 상주, 김해, 영천, 거창 집으로 모셔다 드렸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도 배차 기장님들이 제일 고생하셨겠다 싶다. 늘 그랬지만 일박의 수호천사들이 확실하다. 그날은 서울과 부산에서 운전해주신 관광버스 기사님들도 큰힘이었다.


첫날밤 저녁에는 축하 공연을 준비했다.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공연 큐시트를 짜는 것은 음악프로그램 하나는 준비하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었다. 피디님은 가수들 섭외에 공을 들였고, 작가들은 무대 소품과 음원을 챙기고 손글씨로 가사지를 직접 만들어 갔다. 프롬프트 모니터까지 준비할 여력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하필 비가 왔다. 가사지가 젖거나 찢어질까 봐 조마조마했던 기억. 무대가 끝날 때마다 빛의 속도로 빗물을 닦아주던 진행팀. 덕분에 큰 사고 없이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무대를 빛내주신 가수는 현철 선생님, 비스트, 클로버, 코요태, 백지영 & 전현무 <DASH> , 성시경 & 이승기 듀엣곡 <향수>, 개그맨 류담, 김병만, 이수근 오빠가 같이 '줄넘기의 달인' 코너를 보여줬다. 마지막 무대는 각 팀 조장들이 준비한 단체곡 <사랑의 트위스트>까지. 덕분에 뮤직뱅크, 가요무대, 전국노래자랑, 개그콘서트가 다 모인 자리로 1세부터 103세까지 남녀노소가 즐겼던 축제였다.


_W6O9821.jpg '사랑의 트위스트' 공연 후 시청자와 함께 외치는 "1바악~ 2일!" 순간

원래 일박은 게임에서 이겨야만 밥을 주는 야박한 프로그램이지만! 이번 여행는 어린아이와 어르신들을 위해서 저녁식사와 야식까지 준비했다. 비 내리는 밤에 먹는 따뜻한 국수는 마음까지 뜨끈하게 데워주었다. 그날 어린아이들은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잠들었지만 어르신들은 마치 수학여행을 온 소년소녀들처럼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 방 저 방에서 웃음꽃이 피었다. 웃음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질 때마다 내 입가에는 미소가, 눈가에는 촉촉한 비가 내리던 밤, 어쩐지 하루 만에 101명의 식구가 생긴 것처럼 든든했다.


다음 날 아침은 부산의 맛! 돼지국밥을 먹고 점심에는 크루즈를 타고 뷔페를 먹으며 관광을 했다. 멤버들도 이렇게 놀면서 배부른(?) 촬영은 처음이었으리라, 시청자분들 덕분에 잘 먹고 실내취침까지 했던 감사한 날이기도 하다. 우리 모두 촬영이 아니라 여행 온 것처럼 모처럼 즐긴 1박 2일이었다.


촬영장에서 마지막 슬레이트는 (퇴근이라) 반가운 법인데. 어쩐지 클로징이 아쉬웠던 날... 나처럼 그새 정들었는지 이별 앞에 눈물을 보이는 사람도 많았다. 하룻밤 사이 친해진 팀원들은 연락처를 나누고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모두 아쉬운 인사말을 나눌 때 90대 어르신들은 말이 없었다. 곱게 한복을 입고 오셨던 94세 이정임 할머니가 팀원들 손등에 입을 맞췄다.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없을 테니 이렇게 안녕합시다...' 묵언의 마지막 인사 같았다. 할머니는 사전 미팅 때도 인상적이었다. 카메라 앞이라 부끄럽다며 얼굴이 붉어지던 모습이 수줍은 소녀같았는데... 마지막 인사는 누구보다 용감하고 멋있었다. 나는 가끔 그 장면이 떠오를 때마다 몇 번이고 가슴이 뜨거워지곤 했다.


그날 90세 김영자 할머니의 보호자로 오신 손녀분 말씀을 전하면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이제 또 볼 일은 없을 거야... 근데 이제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어."

"이런 좋은 프로그램 덕분에 우리가 이런 행복한 시간을 다 경험하고 너무 고맙지."


주변에 젊은 사람들까지 코끝이 찡해졌던 기억이라고 하셨다. 정말 감사하게도 김영자 할머니 손녀분과의 인연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을 때도 축하 인사를 전해주셨고 자녀분들이 책을 깨끗하게 봤다며 비싼 전집을 물려주셔서 우리 아들이 소중하게 잘 봤다. 한 번씩 안부를 전해주신 덕분에 시청자투어를 같이 추억할 수 있어서 좋다. 당시 76세 박채하 할아버지도 종종 전화를 주셨었는데... 늘 이렇게 지낸다는 소식도 없이 "고마워요, 고마워."라고 말씀하셨다. 언제부턴가 전화는 오지 않지만... 할아버지의 따뜻한 음성을 마음속에 잘 품고 있다.


짧은 인연이었지만 너무 귀한 만남이었던 101명의 귀인들.

그들에게도 평생에 한 번뿐인 특별한 여행이었겠지만 나 역시 두 번 다시 못할 여행이라...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여행으로 남아있다.

사람 인연은 모르니까 언젠가 또 만난다면... 정말 반가울 것 같다.

다시 만날 때까지, 부디 건강하고 또 안녕하기를 빈다.



***다음 화 예고***
다음 주는 설날특집!
문경에서 만났던 할머니의 새해 소망을 공개합니다.
여러분의 새해 소망은 무엇인가요?
2026년에는 다~ 잘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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