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요 제주도!
"일주일 동안 못 찾았다는 게 말이 돼?
한 팀은 차로 쫓고
한 팀은 배로 추적 중인데
코빼기도 안 보인다고?"
"네. 헬기라도 띄어야 할까요?"
"그건 최후에! 좀 더 찾아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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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여행 콘셉트는
<잠복수사 아님 주의!
오늘도 답사 중>입니다.
<1박 2일>은 보통 2주 동안 준비해서 하루 반나절을 촬영하고 2회 방송된다.
일 년에 한두 번 장기프로젝트가 있는데 <시청자투어>와 <재외동포> 특집은 출연자 모집부터 촬영까지 두 달 정도 걸렸고 시즌2 <자연탐사프로젝트 돌고래 114> 특집은 답사만 세 달 동안 이어졌다. 2012년 2월에 한 번, 3월에 한 번, 4월에 두 번. 총 네 번에 걸쳐 답사를 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제주 바다에 살고 있는 '남방큰돌고래' 114마리를 찾기 위해서.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김현우, 손호선 박사님과 함께 돌고래 추적에 나섰다.
"바다 위에 거품이나 기포가 보이면 돌고래가 있는 곳"이라고 했다.
돌고래가 숨을 쉬기 위해 수면 밖으로 모습을 드러낼 때 바닷물이 출렁거려 그 주변이 거품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하루 종일 바다를 보고 또 보고 계속 보고 있으니까... 내 눈에 기포가 낀 것처럼 흐릿했다.
그때 나는 다큐프로그램은 못 하겠구나... 생각할 정도로 인내심에 한계를 느꼈다.
어느 날, 대정읍 해안도로에서 정확히 바다 위에 '기포'를 발견했다.
물거품 같기도 했고 파도가 일렁이는 것 같았으나 몽글몽글한 거품 사이로 검은 실루엣이 등장했다.
육안으로 보아도 헤엄치는 남방큰돌고래들이 잘 보였다. "유레카!"
네 번의 답사 중 복불복처럼 두 번은 돌고래를 봤고, 두 번은 못 봤지만 처음으로 본 돌고래 떼의 모습이 잊히지 않을 정도로 감격스러웠다.
이제 돌고래들 동선도 충분히 파악했겠다, 자신만만하게 촬영을 추진했고
돌고래 박사님도 "이대로면 촬영날에는 여기쯤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촬영 날 아침, 이번 여행의 미션은 간단했다.
"해가 지기 전까지 남방큰돌고래를 찾으면 됩니다. 찾으면 다음날 전원 기상 미션 없이 숙면!
실패하면 제주 바다에 입수하는 겁니다. 여러분이 돌고래가 되어 주세요."
멤버들도 오늘만큼은 입수보다 남방큰돌고래를 만난다는 설렘에 들떠있었다.
돌고래를 만나기 전에!
<1박 2일 자연탐사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 고래연구소 박사님의 인터뷰로 밝힌다.
남방큰돌고래는 인도양과 태평양 연안에 살고 있는데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지 않고 개체군을 이루어 그 지역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제주도 연안에는 살고 있는 114마리의 남방큰돌고래는 전 세계 남방큰돌고래 무리 중 가장 작은 개체군입니다.
1년에 대략 6~7마리 정도가 태어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2009년 한 해 동안 포획되거나 그물에 걸린 혹은 배에 부딪혀 10마리가 사망했습니다. 제주도에 남방큰돌고래가 사라진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남방큰돌고래를 볼 수 없다는 뜻입니다.
남방큰돌고래는 인간과 친화력이 가장 뛰어난 돌고래로 연안에서 1-2km 떨어진 곳에 살고 있기 때문에 육지에서도 볼 수 있는 돌고래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차를 타고 해안도로를 따라가면서 육상 조사를 하고, 해상 조사를 할 때는 고무보트를 타고 나갑니다. 일단 큰 배를 타고 나가면 돌고래 서식지에 교란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가장 당부하고 싶은 부분이기도 한데. 가끔 관광객들이 어선이나 큰 배를 타고 나가서 돌고래를 발견하면 돌고래를 더 가까이에서 보려고 돌고래 사이를 지그재그로 다니거든요. 그 과정에서 돌고래 지느러미가 다칠 수도 있기 때문에 이 방송을 보신다면 얼마 남지 않은 남방큰돌고래 보호를 위해 그런 행동은 자제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드디어 '남방큰돌고래를 찾아서' 멤버들은 육지팀과 바다팀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자동차, 고무보트, 수중카메라팀, 만약을 대비해 KBS헬기까지 준비한 '육해공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나는 돌고래 박사님과 육지 팔로우팀 차량을 뒤쫓았고
그동안의 경험으로 드넓은 바다 위 '기포'를 잘 찾을 자신이 있었다.
오늘은 반드시 파도와 기포를 구분하리라!
허나! 돌고래가 어찌 사람의 뜻대로 움직이겠는가... 예측은 완전히 벗어났다.
기포는커녕 잔잔한 물결에 내 속은 파도가 쳤다.
멤버들도 진심으로 돌고래를 쫓는 데만 집중하느라 방송 '분량'이랄 것도 없어서 더 허무했다.
이대로 방송이 될 수 있는가? 비상회의가 시작됐다.
결국 최후의 수단으로 헬기를 띄우기로 결정했다.
헬기는 인원 제한이 있어서 성시경 오빠가 대표로 탑승했고 제주도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한 30분쯤 지났을까... 육지로 전해진 희소식!
남방큰돌고래 무리를 발견한 것이다. 제주도 푸른 바다에서 돌고래 100여 마리가 점프하는 모습이 장관이었다고.
베이스캠프에 돌아온 성시경 오빠는 마치 특파원처럼 휴대폰으로 촬영한 영상을 보여주며 생생한 현장을 전했다.
(백문이 불여일견)
**1박 2일 시즌2 - 남방큰돌고래를 발견한 영상 (32'20")
방송용으로 남방큰돌고래의 군무는 충분히 멋있었지만!
피디님은 '자연탐사프로젝트'인 만큼 멤버들이 돌고래를 가까이에서 못 본 것을 아쉬워하셨다.
그래서 또다시... 추가 촬영을 떠났다.
(나는 당시 집보다 제주에 머문 시간이 더 길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멤버들 중 대표로 나선 차태현 오빠와 촬영팀은 고무보트를 타고 다시 바다로 떠났다.
다행히 운 좋게! 돌고래 박사님이 예측한 장소에서 남방큰돌고래를 만날 수 있었다.
태현오빠는 어린아이처럼 "꺅~ 꺅~ 귀여워!" 반가워서 소리를 지르다가
(사람에 친숙한) 돌고래들이 가까이 오자 애들이 놀라겠다며 한층 목소리를 낮췄다.
마치 아이들과 놀아주는 다정한 아빠처럼 "돌순이! 돌남이!" 라고 부르며 이름도 지어줬다.
남방큰돌고래들은 더 힘껏 바다 위로 폴짝폴짝 뛰어올랐다. 사방으로 물이 튀어 다 같이 입수한 기분이었지만 태현오빠는 허허실실 웃었다.
그제야 나도 남방큰돌고래처럼 미소 지을 수 있었다.
(아주 솔직한 심정은 "나 집에 돌아갈래!!!")
P.S - 돌남이! 돌순이! 지금도 잘 살고 있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남아! 제주에서 또 만나자.
***다음 주 예고***
1박 2일을 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우리나라에서 어디가 제일 예뻐요?"
다음 주! 저의 최애 여행지를 공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