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만에 막힘없이 영어로 말하게 되다
(번외편을 이렇게 자주 쓰려던 것은 아니었으나 이번 주까지 마감하는 정말 중요한 사업계획서를 쓰느라 글을 쓸 여력이 없었다. 그래도 일주일에 한 편 글을 올리려고 나름의 원칙을 정한 게 있는데 정식으로 글을 쓰기엔 시간과 기운이 너무 없어서, 편하게 쓸 수 있는 그러나 영어학습과 관련 있는 나의 경험에 대해 쓴다.)
나는 수년간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회화를 포함한 영어 수업을 해 왔고, 지금은 종종 통번역을 하면서 엄마표 영어에 관한 정보를 부모들에게 나누고 도와주는 <아이와 엄마가 행복한 영어 그림책 산책>이라는 워크숍과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원어민을 대학교 가서야 처음 만났고, 영어회화 수업도 대학교 가서 처음 해 보았다. 그전까지 영어는 초등학교 6학년 2학기 때 토종 한국인에게 영어 과외를 잠깐 받아본 게 전부였고, 중고등학교 때는 보습학원에서 독해와 문법을 배운 게 다였다. 대학교 1학년 때 원어민 강사의 회화 수업에 들어갔다가 말을 거의 하지 못해 크게 좌절했었고, 동갑내기 외국인 친구에게 너 "몇 년도에 태어났냐?"는 간단한 질문도 하지 못해 중고등학교 6년간의 영어공부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던 순간도 기억난다.
그런 내가 영어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게 된 것은 대학교 2학년, 스웨덴에서 6개월을 지낸 후였다. 스웨덴은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국가가 아니고, 심지어 내가 있던 곳은 한국인들이 모여 있던 곳이었다. 선교사 훈련 프로그램에 6개월간 참여하게 되었는데, 참가자가 다 한국사람들이라 한국어로 말했지만, 강의실을 나가면 다른 여러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이 많아서 영어로 소통해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 그때도 영어로 말하는 건 쉽지 않아서 말을 꺼내기 전에 한참 생각하고 문법이 틀리지 않았나 점검하고 버벅거리며 말하곤 했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난 뒤, 나는 스웨덴에 남아 ESL 프로그램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레벨테스트를 겸해서 미국인 선생님이 나를 인터뷰했는데 그때 선생님이 나에게 물어봤다.
“왜 여기서 영어를 배우려고 해?”
"기초부터 (말하는) 영어를 배우고 싶어서요."
3개월간 나는 고3이라고 생각하고 잠자는 시간을 뺀 나머지 시간을 미친 듯이 영어에 매달렸다. 하루에 8시간을 잔다고 생각하면 16시간 x 90일 1,440시간을 영어에 올인한 셈이다. 중고등학교 6년 일주일에 9시간을 영어학습에 쓴다고 가정하면 2,808시간(9시간 x52주 x 6년)이니, 3개월 만에 중고등학교 영어 학습시간의 절반을 채운 것이다. 그것도 말하기와 듣기를 위주로 말이다. 그러니 말하기와 듣기가 늘 수 밖에.
나의 영어실력은 스웨덴 ESL의 전후로 나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스웨덴에서 ESL을 마치고 호주의 6개월짜리 미디어스쿨에 들어갔다. 아시아인은 내가 유일했고 모두 미국인과 호주인었다. 6개월간 그들과 같이 생활하는 건 쉽지 않았지만 적어도 영어 때문에 고생하진 않았다.
20살이 넘어 회화 위주의 영어에 노출되었지만 3개월이라는 시간에 영어에만 집중한 결과, free talking과 한-영/ 영-한 통역이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게 의미하는 바는, 영어에는 적기라는 게 있는데 그 적기는 '충분히 동기부여가 된 때'라는 것이다. 동기 부여된 성인이 5살 유아보다 훨씬 높은 성과를 얻어내는 건 누가 봐도 상식이다. 그런데, 이 상식을 우리는 "영어는 어릴 때부터 해야 한다"는 어디선가 들어본 말로 뭉개버린다. 그런데, 그 말만 믿고 아이들을 영어유치원이니 하는 곳에 보내는 부모들은 정작 자신이 몰입해서 성과를 이루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미안하다. 나는 "내가 해 봐서 안다."
도서관에서 영어 관련 책들 읽어보면, 성인이 될 때까지 영어 한마디도 못하다가 어떤 사건에 의해 동기부여가 되어 영어공부에 몰입해서 놀라운 성과를 거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내 주변에도 북한에서 온 친구인데 남한에 올 때까지 알파벳도 모르다가 1-2년 영어 공부해서 원어민과 어려움 없이 대화하고 영어권 국가로 유학간 친구들도 몇몇 있다.
그러니, 아이를 위해 아이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어떤 것이 아이에게 동기를 부여해줄 수 있는지를 고민해보자. 무턱대고 영어유치원이나 학원에 보내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