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나쌤 Mar 07. 2020

엄마표 영어는 책 좋아하는 내성적인 아이만 가능하다??

이야기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이야기에 빠지지 않아 봤을 뿐!



어느 모임에서였다. “영어 그림책 읽기를 통해 영어를 자유롭게 읽고 쓸 정도로 배울 수 있다, 10살 이후에 시작해도 늦지 않다”라고 한창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한 분이 “난 당신의 의견에 반대한다”며 그 이유를 이렇게 이야기했다. “당신의 아이는 책 읽기를 좋아하는데 우리 아이는 그렇지 않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내성적인 성격의 당신의 아이나 그게 가능한 거다.”  


물론 아이마다 성향이 다르고 성향에 따라 권장하는 학습방식이 있다. 그러나 책 읽기를 내성적인 아이나 좋아하고 즉,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는 따로 있으며 그런 아이에게나 영어 그림책을 읽게 해서 영어를 배우게 할 수 있다는 말은 맞는 말이 아니다. 이야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광고인 줄 알면서도 광고에 빠진다. 왜 그럴까? 광고도 이야기 때문이다. 이야기에 빠져보지 않은 사람은 사실 없는데 책을 안 읽는 사람은 왜 있는 걸까? 그건, 책 읽는 환경에 노출되지 않았기 때문이고 책 읽는 습관이 안 만들어져 있어서 그런 것뿐이다. 


도서관에서 만난 엄마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과연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는 따로 있는 것일까, 영어 그림책 읽기를 통해 영어를 아이에게 영어를 배우게 하는 것은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에게만 가능한 것일까” 아이들은 있지만 책을 읽어줄 때 싫어하는 아이는 없는 것 같다. 책 읽는 환경에 노출되지 않아서 습관이 들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즉, 이야기를 싫어하는 아이는 없으며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의 생각도 그러했다. 


겨울 방학을 맞아 조카들을 데리고 실험을 한 가지 했다. 나에게는 초등 1, 3학년 남자아이 둘과 5학년 여자 조카가 있는데 이 아이들은 미디어에 노출이 많이 되어 있고 책 읽는 걸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이다. 친정에서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내 동생과 제부는 맞벌이에 주말부부여서 평소에는 친정엄마께서 아이들을 돌봐 주시지만 방과 후 대부분의 시간은 책 읽기와는 거리가 먼 것들로 보내는 상황이었다. 방학이 시작되자 나는 우리 집에 있는 딸의 책을 모두 친정에 택배로 보냈다. 그리고 딸과 함께 동생네 집으로 갔다. 2주일간 친정에 있으면서 나는 친정엄마 대신 아이들을 돌보며 책 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 것이다. 책 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이 있는 건지, 아니면 책 읽는 환경에 노출되지 않고 습관이 안 든 아이들만 있는 건지 확인하고 싶어서 말이다. 


일단 나는 아이들의 핸드폰을 모드 수거했다. 그리고 택배로 보낸 책을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놓아두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매일 40분에서 1시간씩 책을 읽도록 주문했다. 핸드폰은 하루에 30분만 할 수 있게 했고 책을 읽지 않으면 핸드폰을 아예 주지 않겠다고 했다. 첫날 아이들은 투덜거리며 책을 꺼내와서 읽었다. 중간중간 얼마나 시간이 남았는지 확인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이틀째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이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책을 꺼내 읽기 시작하더니 3일째부터는 정해진 시간이 지났는데도 책을 계속 읽는 것이었다. 그 일은 2주 동안 쭉 이어졌다. 


조카들과 2주일을 보내고 내린 결론은 앞서 말한 것과 같다. 이야기를 싫어하는 아이는 없다. 이야기에 빠져보지 않았을 뿐이다. 한번 이야기에 빠진, 이야기의 힘을 경험해 본 아이들은 시키지 않아도 이야기를 찾아 책을 읽는다. 책을 쉽게 만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이야기에 빠져들게 해 주면 책 읽는 습관은 절로 만들어진다.  


책 읽는 환경은 어떻게 만들까 

부모가 일단 책 읽는 모습을 자주 보여줘야 한다. 그러려면 부모가 먼저 TV, 핸드폰, 인터넷 등의 미디어 사용을 줄여야 한다. 일단 우리 집엔 TV가 있긴 했지만, 내가 TV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다른 집보다는 TV를 틀어놓는 시간이 적었다. 그리고 우리 부부 둘 다 책을 많이 읽는 편이라 아이는 자연스럽게 책 읽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 동네 도서관에 날마다 들러 함께 책을 읽고 빌려왔다. 빌려온 책은 밤마다 아이에게 읽어주었다. 또한 어릴 때부터 책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게 해주어야 한다. 딸은 생후 6-7개월 때부터 천으로 만든 책을 가지고 놀았고, 목욕할 때는 젖지 않는 책을 가지고 욕조에 들어갔다. 의도적으로 장난감을 많이 안 사주었는데, 대신 책을 가지고 인형 집을 만들고 블록처럼 책을 쌓으며 놀았다. 그리고 책이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한다. 나는 눈에 보이는 곳, 손에 닿는 곳마다 책을 놓았다. 잠자는 머리맡에도, 거실에도, 화장실에도.     

만약 이런저런 이유로 부모가 책을 읽어주기 힘들고 물리적으로도 책 읽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어렵다면 시중에서 유료로 이용할 수 있는 독서프로그램을 이용해도 된다. 친구의 경우 아이가 어릴 때 매월 돈을 내면 기기를 통해 책을 읽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신청해서 본인이 책을 직접 읽어주지는 않았지만, 아이가 책을 접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남자아이고 활동적인 아이인데도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집에 있을 땐 혼자서 몇 시간이고 책을 읽는다고 한다. 내성적인 아이만 책 읽는 걸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아이가 활동적이니까 책 읽는 것보다는 나가서 노는 걸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는 어른들의 편견일 뿐이다. 내성적이든, 외향적이든 이야기에 빠져본 아이들은 책을 읽는다. 그렇게 책을 읽는 아이들은 영어도 그림책으로 쉽게 배울 수 있다. 그것도 학습을 위해 인위적으로 만든 영어가 아니라 영어권에서 사용하는 생생한 영어를 말이다. 


다시 한번 이 문장으로 이번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이야기를 싫어하는 아이는 없다. 이야기에 푹 빠져보지 않은 아이가 있을 뿐. 

매거진의 이전글 책 때문에 산만한 교실 좋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