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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나쌤 Sep 13. 2019

책 때문에 산만한 교실 좋아!

미국 초등학교 교실이 산만한 이유

미국에 2주간 있게 되었다. 동생네 집에 머물고 있는데, 1학년 조카 학교 오픈하우스가 있는 날이어서 함께 조카네 학교를 방문하게 되었다. 오픈 하우스에 동생 부부도 처음 가는 날이라 전혀 정보 없이 가게 되었는데, 대학 때 기숙사 오픈하우스를 했던 생각이 나서 대략 교실이 어떤지 구경하고 선생님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눌 수 있겠거니 생각했다. 난 학부모가 아니니까 선생님과 많은 이야기를 하진 않겠지만, 미국 초등학교 교실이 어떤 지 관찰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에 살짝 기대가 되었다. 이틀 전에 동생이 받은 오픈하우스를 알리는 알림 문에 아이의 셔츠를 보내라고, 셔츠엔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는 문구를 보고 무얼 하려는 걸까 동생과 궁금했었는데, 교실에 들어서니 셔츠의 용도를 보고 빵 터졌다. 사진과 같이 옷으로 아이들의 분신(?!)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각 아이들의 셔츠를 입은 분신들ㅋ 머리색깔도 아이의 머리색에 맞추었다고. 벽에 책표지가 전면으로 보이게 책이 꽂혀 있다.


처음 둘러보는 미국 초등학교 교실은 한국 초등학교 교실보다 잡동사니가 엄청 많고 산만해 보인다는 느낌을 주었다. 미국에 오기 바로 며칠 전에 학부모 상담 주간이어서 아이 학교에 다녀왔던 터라 더 생생하게 비교가 된 것 같다. 한국 초등학교 교실은 물품이 많지 않고 수납장에 물품 정리가 잘 되어 있다. 물품이 적으니 더 정리가 잘 되어 있는 게 당연한 것일 테다. 우리가 쉽게 떠올리듯, 책상과 의자가 교실 중앙에 차지하고 그 외의 물품들은 교실 뒤에나 벽 옆 수납장과 사물함에 들어가 있다.


조카네 교실은 교실 앞쪽에 책상과 의자가 배치되어 있고, 뒤에는 카펫이 깔린 공간과 그렇지 않은 공간으로 분리되어 있었다. 미국 초등학교에는 카펫이 깔린 공간이 대부분 있다고 들었는데, 조카네 교실도 그랬다. 그리고 그 공간을 책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레벨별로 분류되어 바구니에 담겨 있는 리더스북들


교실이 산만하게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곳곳에 놓여있는 책들 때문이었다. 곤충에 대해 배우고 있는지 벽면과 창틀에는 관련 주제 그림책들이 놓여있었다. 카펫이 깔린 공간을 분리해주는 역할 또한 책꽂이가 하고 있었는데, 그 책꽂이에는 리더스북들이 레벨별로 나뉘어 꽂혀 있었다. 딸램이 한국에서 읽었던 책들도 보였다.


외부인의 입장에서는 깔끔해 보이는 게 매력적일 수 있겠지만,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는 이 산만한 교실이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깔끔해봐야 얼마나 깔끔하겠는가. 책이 여기저기에 놓여있는 교실에서 아이들은 책에 손이 가고 책 읽는 습관을 들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물론 과제로 책 읽는 게 있기도 하다. 매일 밤 조카는 3권씩 책을 읽는 숙제를 한다.  

곤충이 주제인 듯 곤충 관련 책들이 곳곳에 놓여있었다.


딸램이 다니는 학교는 독서를 무척 중요하게 여기는 학교다. 주변 학교보다 10분 빨리 등교해서 모든 아이들이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와 10~20분간 읽는다. 여러 가지 독서 촉진 행사도 한다. 교장선생님과 반 전체가 40분 동안 움직이지 않고 책을 읽는 대결을 한다든지(아이들이 이기면 과자가 가득 든 커다란 상자가 상품으로 주어진다), 방학 때 책을 많이 읽은 아이와 도서관을 많이 이용한 아이들에게 상을 준다든지 하는 식이다. 이런 것들도 책 읽는 습관을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쉬운 건 교실에서 교과서 아닌 책을 찾아보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교실 뒤편 한 구석에 책이 놓여있긴 하지만, 조카의 미국 초등학교 교실과 비교해서 양적으로 훨씬 적다. 늘 손 닿는 곳에 책이 있는 환경과 이동해서 책을 빌려야 하는 환경 중에서 어떤 환경이 더 독서습관을 수월하게 만들어줄까?


교실 여기저기에 놓여있는 책들. 복도에도 책이 전시되어 있었다.  


어떤 분이 블로그에 쓴 글에서 자신은 다른 나라에 가면 지하철에서 책 읽는 사람들의 숫자를 세어본다고 한다. 그 숫자가 대략 전 국민의 책 읽는 비율을 예측할 수 있게 해 준다는 내용이었다. 미국은 한국보다 확실히 책 읽는 사람들이 많다. 2015년 기준으로 한 달 평균 독서량이 한국 0.8권인 것에 비해 미국은 6.6권으로 월등히 높다. 초등학교 교실을 둘러보고 나니 수긍이 된다.   


주변에서 책 많이 읽기로 소문난 딸램에 대해 자주 물어본다. 비결에 대해 물으면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책 읽는 아이로 키우고 싶으면 책을 곳곳에 놓아두세요. 어릴 때부터 손 닿는 곳에 책을 놓아두면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다가 자연스럽게 읽게 되거든요.” 대답에 힘을 실어주는 경험을 오늘 미국 초등학교 교실에서 얻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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