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움으로부터
아침에 출근하며 류시화 시인의 산문집‘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을 폈는데, 단숨에 내 영혼까지 사로잡는 단어를 발견했다.
‘퀘렌시아’
애정, 애착, 귀소본능, 안식처를 뜻하는 스페인어다.
투우장에서 소가 지쳤을 때 휴식과 회복을 위해 찾아가는 장소에서 비롯된 말이라고 한다.
어떠한 방해도 없이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안식처를 찾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라고.
그러면서 류시화 시인은 자신의 퀘렌시아는 여행이었다고 했다.
이 문장을 마주하는 순간 깨달았다.
내가 그토록 떠나고 싶어 했던 것읃 나의 퀘렌시아를 찾기 위함이었음을.
안식처 없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라는걸.
“나는 어디에서도 편히 쉴 수 없어.”
내가 힘든 이유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말이다.
무력하고 원망스러운 나날들이 계속되자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을 인정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집에 가기 싫을 때마다 더 열심히 좋아하는 것들로 방을 채워나갔다.
조금이라도 머무는 동안 기분 좋기를 바라면서.
그 결과 내 방은 아름다운 둥지이자, 퀘렌시아가 되었다.
완벽한 형태는 아닐지라도 내 방식대로, 나답게 만들어낸 것이다.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삶을 살고자 하는지 방만 보아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내 방은 나를 잘 표현하고 있는데, 단순히 ‘방’이 아닌 방을 채우는 요소들이 나를 잘 보여주는 것 같다.
그래서 나다움의 요소를 챙겨 다닌다.
여행을 갈 때면, 자주 쓰는 물건들을 챙겨서 숙소 곳곳에 놓아두는데 그것만으로도 내 둥지, 나의 퀘렌시아가 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어디에 있어도, 나는 나답고 나다워서 아름답기에, 어디든 나의 퀘렌시아가 된다.
아직 퀘렌시아를 찾지 못했다면, 만들어보자.
나다움에서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