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첫 시.
슬픔이 흐르는 길을 걷는다.
울부짖는 큰소리.
부서진 빛을 지르밟으렴.
모든 목숨이 이 길을 지나쳐 왔다고
너의 뒤에 오는 이도 흡사할 터이니
걷고 또 걸어보라고
빛이 관통한 발가락뼈 사이로
따스히 매만져진다.
길 위로(慰勞) 걷는다.
깜깜한 밤 멀리서 파도소리가 들려왔다. 옆에 외할머니와 이모들이 잠들어 있었지만 나는 일어나 잠들지 못하고 이불을 꼭 껴안은 체 눈물만 흘렸다. 분명 엄마는 두밤만 자면 온다고 했는데... 여러 날 별들은 뜨고 지기를 반복했지만 기다리는 엄마는 오지 않았다.
나는 왜 할머니와 이모들에게 물어보지 못했던 걸까? 엄마가 언제 오는지 몇 밤이 더 지나야 볼 수 있는지 나는 묻지 않았다. 물으면 또 두 밤 자면 올 거라는 거짓말을 듣게 될까 봐... 그 거짓말을 바보처럼 믿으며 기다리고 또 기다릴까 봐 나는 입을 닫았다.
다음날 아침 나는 마당에 나와 멀리 보이는 버스정류장을 바라보았다. 어린 나에게 정류장은 점처럼 보였지만 왠지 내가 그곳에 도착할 즈음 엄마를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 말도 안 되는 믿음이 나를 그곳으로 이끌었다. 커다란 슬리퍼를 뚫고 나온 5살 아이의 발이 애처로웠다. 하지만 이 길이 무척 내 맘을 설레게 했다. 엄마에게 가는 길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