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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나를 버렸다.

다리 밑에서 발견된 남매.

by fragancia

오후 3시쯤~ 눈을 비비며 어둠과 빛의 경계를 허물었다. 잠들기 전 곁에는 분명 부모님이 계셨는데 눈을 떠보니 아직 꿈속에 있는 동생만 덩그러니~ '꿈인가?' 주위를 둘러본다. 여전히 우리 둘뿐...

조용히 방문을 열고 엄마를 찾는다. 낮이지만 다소 어두 컴컴한 목욕탕 뒷집 반지하~ 현관문을 여니 목욕탕을 드나드는 아주머니들의 목소리로 시끄럽다. 집에도 계단에도 부모님은 보이지 않는다. 태어나 처음이다. 동생과 나는 버려졌다. ㅠㅠ


"엄마 나는 어떻게 태어났어요?"

"다리 밑에서 주워왔지~."

"정말? 정말 다리 밑에서 주워 온 거예요?"

"그럼 너랑 **이 둘 다 같은 다리 밑에서 주워왔어."


놀리는 걸까? 그런데 아무리 엄마 표정을 봐도 거짓말이거나 놀리는 것 같지는 않은데... 몇 번 같은 질문을 던졌으나 돌아오는 건 같은 대답. 문제의 다리를 두고 심각해졌다. 친엄마는 어디 계신 것일까? 어떻게 차가운 다리 밑에서 나를 버린 것도 모자라 동생도 버린 걸까? 그 후 나는 "혼자 있고 싶어요"라며 자주 혼자 방에 들어가 고민에 빠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질문에 대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고 급기야 조만간 나를 키워준 부모님께서 우리를 버리실 거라는 절망감에 몰래몰래 많이 울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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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낮잠을 자고 있을 때 결국 우리는 버려졌다. 처음 당황스러웠던 것도 잠시. 전부터 마음의 준비가 돼있었던 것일까? 담담해졌다. 이제 이별이다. 하지만 키워주신 은혜에 인사는 드리고 싶었던 마음이었는지 한 번은 뵙고 갈길을 가야겠다. 일단 자고 있는 동생을 깨운다.


"** 일어나. 엄마 아빠가 안 계셔. 우리가 찾으러 나가자."

"응?? 누~나 ㅠㅠ"


동생이 울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울기 시작한다. 어휴...

책장 위 작은 액자 속 부모님의 결혼사진이 보인다. 겉옷을 챙겨 입는다. 사진을 액자에서 빼내어 야무지게 주머니에 넣고 남동생도 겉옷을 입히고 밖으로 나왔다. 동생은 여전히 울고 있다. 사실 나도 울고 싶은데 동생이 안쓰러워 도저히 못 울겠다. 부모님이 우리를 버리면 의지할 사람이라고는 세상에 우리 둘뿐인데 동생을 꼭 챙겨야 한다.


눈물 콧물 바람인 남동생의 눈물을 내 옷으로 벅벅 닦으며 목욕탕을 벗어난다. 3분쯤 걸었을까?? 엄마 아빠와 다녔던 번화가가 나왔다. 쌀쌀한 가을날... '슬리퍼 말고 운동화를 신을걸~~' 겉옷만 입었을 뿐 옷은 실내복에 슬리퍼 차림. 둘 다 막자고 일어나 부스스한 몰골을 보며 사람들은 이리저리 우리를 피해 지나간다. 용기를 낸다. '분명 부모님을 본 사람이 한 명쯤 있을 거야.' 무슨 믿음이었는지 호주머니에서 챙겨온 부모님 결혼사진을 꺼내든다.


"혹시 이 사람 보셨어요?" 휙휙 우리를 지나치는 사람들...

남동생은 내 겉옷을 꽈악 붙잡고 졸졸 따라오기 바쁘다. 이제 눈물도 다 마른 건지 멀뚱멀뚱 나만 보고 있다. 한 명, 두 명, 열 명, 스무 명.... 얼마의 시간이 흐른 걸까? 발이 시리다. 울컥 눈물이 나려 한다. 어떻게 하지? 다시 집에 가 따뜻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와야 할까? 아는 사람을 만날 때까지 이렇게 물어야 할까? 집으로 가기엔 꽤 멀리 나온듯하다. 이렇게 감사하다는 말도 못 하고 부모님을 떠나야 하는 건 아닌지...


무작정 사진을 들고 물으며 걷고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 나를 불렀다.

"아이코.... 여기서 뭐 하는 거니?"

길에서 리어카로 화과자를 파는 60대 아주머니. 엄마가 가끔 그분에게서 화과자를 사서 우리 둘에게 간식으로 주셨는데 우리를 알아보신 모양이었다.

"아줌마..ㅠㅠ 저희 엄마가 우리를 버렸어요." 왈칵 눈물이 터진다. 펑펑 우는 날 보며 덩달아 남동생도 눈물이 터지고... 양손에 꼬옥 쥐고 있던 부모님의 결혼사진이 파르르 떨린다.


"어머나. 이 녀석들.. 하하 하하.. 이거 들고 엄마 찾으러 나온 거니?"

우리는 우는데 아주머니는 사진을 들고 웃고 이 상황이 이상해 보였는지 주위 사람들은 우리를 쳐다본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멀리서 아빠가 뛰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아빠 뒤에 엄마도 보인다.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모습을 보니 많이 놀라신 것 같다. 연신 부모님께서는 화과자를 파는 아주머니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신 뒤 화과자 두 봉지를 사 하나씩 우리 손에 쥐여주고 나는 아빠 품에 동생은 엄마품에 포옥 안겨 집으로 돌아오는 길.


"너희가 너무 곤히 자길래, 잠깐 일보러 나갔다 오니 너희가 없는 거야. 얼마나 놀랐는지 아니~ 세상에나 어쩜 결혼사진을 들고나갈 생각을 한 거야?"

"... 엄마가 나랑 동생 다리 밑에서 주워 왔다길래..ㅠㅠ"


6살. 남동생은 4살.~ 30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6살 나로 돌아간다. 환하게 웃고 있던 부모님의 결혼사진을 들고 4살 꼬맹이를 챙겨 여수 시내를 활보한 용기는 어디서 나온 걸까? 그냥 집에 있으면 될것을...ㅡㅡ;;; 쯧쯧

그래도 목적은 이루었다. 그날 나는 부모님께 키워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으니까... 그리고 정말 나를 데리고 온 곳은 다리 밑이 아니라 **조산소 임을 확인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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