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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gancia Jan 28. 2021

'끈덕짐'이 나의 무기가 되도록.

<통필사를 마쳤다. 칭찬해>

* 끈덕지다 : 끈기가 있고 꾸준하다.                                                 


"왠지 당신은 한 번도 지각 같은 건 안 했을 것 같아. 그렇지?"

"지각? 음... 그러고 보니 나 학교 다닐 때 한 번도 지각을 해본 적이 없네요. 지각이 뭐야~ 당번보다 일찍 교무실에 가서 교무일지 가져와 교탁에 놔두는 게 나였는걸요."

"나는 지각을 밥 먹듯이 했는데... 우리 아들은 나중에 어떨까요? 이렇게 극과 극인 엄마 아빠니..."


저녁 식사 도중에 학창 시절 이야기를 하면서 남편과 나는 한동안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때를 떠올려보면 나는 선생님들께서 너무도 좋아할 만한 학생이었다. 아침 일찍 등교해서 가장 앞자리에 앉아 필기를 열심히 하는 학생, 한 번도 수업 시간에 졸아본 적이 없는 학생, 교칙을 단 한 번도 어겨본 적이 없는 학생. 왜 그렇게 범생이를 자처했을까? 그건 부모님과 선생님께 혼나기 싫어서 나온 행동들이었다. 


정말 내가 마음에서 우러나와 "꾸준함"을 습관으로 갖추기 시작한 건 사회생활을 하면서부터였다. 어떤 업무가 오든 나는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기한 내에 해야 할 일은 90% 이상 해 내었다고 자부할 만큼 나는 끈덕진 사람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그 노력 덕분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빨리 성취감을 맛보기는 했으나 결혼을 하고 육아를 하면서 내 꾸준함은 마음속 어딘가로 사라진 듯 보였다.


19년도 9월에 처음 온라인 필사를 시작으로 나는 '끈덕짐'을 다시 찾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 10개 이상의 모임에 참여하면서 매일 인증을 해야 하는 미션에 거의 빠져본 적이 없었다. 독서, 글쓰기, 필사를 포함하여 컨디션이 좋든 그렇지 않든, 주변의 환경이 어떠하든 그건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끈덕짐'은 나와의 약속이었고, 그 약속을 충실히 이행해 준 나를 오늘은 칭찬해 주고 싶다. 


한때 '나에게는 장점이 하나도 없어'라고 여겼던 한 소녀가 이제는 '나에게는 빛나는 장점이 있어. 그건 꾸준함이야'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10대 시절 지적을 당하지 않기 위해 꾸준함을 유지했다면 지금은 "끈덕짐"이 오직 나를 위한 노력이자 행복해지는 열쇠라 여기고 있다. 분명 "끈덕짐"은 나에게 큰 무기가 될 것이라고 이젠 믿어 의심치 않는다.                

11일 동안 단편집 <칼자국> 통필사를 마쳤다. 오른손이 다쳤지만 마무리 한 나를 칭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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