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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gancia Mar 02. 2021

저는 늘 시작점에 서 있었습니다.

'신나는 글쓰기' 후기

나는 알고 있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고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런 사실을 받아들이고 자기를 알고 자기를 믿으려면 글과 씨름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또한 나는 알고 있다. 그 씨름을 계속하려면 믿음과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또한 알고 있다. 글쓰기는 누구에게나 무한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 Roberta jean bryant - 미국 저술가



어제는 하루 종일 회색빛 세상이었습니다. 봄을 부르는 촉촉한 비가 나무를 적시고, 대지를 적시고, 저의 마음까지 적셨죠. 오늘 아침 파란 하늘을 보니 기분도 상쾌해집니다. 날씨에 따라 이렇게 기분이 달라질 수 있다니 제가 살아온 날들 중 단 하루라도 같은 날이 있었나 싶어요.

'글을 써야겠다'라고 다짐하고 쓴지도 벌써 1년이 넘었습니다. 180일 정도 매일 글인지 일기인지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 글을 썼어요. 꾸준함을 믿고 쓰면서 어느 순간부터 살짝 자만심이 비집고 올라오더라고요. '이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글을 쓸 수 있어. 잠시 쉬어도 괜찮아.' 그런데 웬걸요~ 막상 잠시 멈추었던 열흘간 저는 한 편의 글도 쓰지 못했습니다. 몸은 편했으나 마음은 불편했어요.

다시 글을 쓰려고 다짐하며 글쓰기 모임에 참여한 건 작년 5월이었습니다. 공심재 108일 글쓰기. 매일 글을 쓰려는 부담감을 조금 놓아버리고 주 5일 커리큘럼대로 써 내려갔지요. 중간중간 방학의 기쁨도 즐겼어요. 매일 글을 쓸 때는 글감이 없어서 끙끙거렸었는데 여유가 생기니 쓰고 싶은 글이 늘어났습니다. 글을 쓰는 일은 저에게 점점 신나는 일이 되었죠.


글쓰기 씨름을 계속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1. 끝까지 쓸 수 있을 것이라는 나에 대한 믿음

2. 남에게 글을 보여줄 수 있는 용기

3. 마지막 한 가지는 칭찬이라고 생각해요.

신글방에서 20편의 글을 쓸 수 있었던 건 바로 세 번째 이유가 컸습니다. 제 글을 꼼꼼하게 읽어주신 신글방 문우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를 전합니다. 제가 글을 쓰는 것보다 문우님들의 글을 읽으면서 더 큰 배움이 있었습니다. '신글방'이 저에게는 봄을 부르는 봄비 같았어요. 촉촉하게 마음을 적셨던 문우님들의 한 방울 한 방울 글들이 저에게 스며들었거든요


매일매일 다른 날씨처럼 글쓰기도 매일이 다릅니다. '글쓰기 모임' 후기를 끝날 때마다 쓰는데 글도 느낌도 모두 달라요. 신기해요. 그리고 이 글을 통해 '공심님'께 감사함을 전합니다. 어렵지 않은 주제들로 신나고 재미있게 글을 써 내려갈 수 있도록 해주셨으니까요. 

글쓰기 모임의 시작과 끝은 있지만 글을 쓰는 데는 끝이 없습니다. 단지 첫 문장을 적는 그 "시작점"이 있을 뿐이죠. 글을 쓴 지 몇십 년이 된 작가분들도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초보 작가도 시작점은 언제나 같습니다. 우리는 같은 장면을 바라봅니다. 규칙적인 커서의 깜박거림을요.


그렇게 생각해 보면 저는 위안이 되더라고요. 글쓰기는 힘들고 어렵지만 나를 글로 표현하는 일은 확실히 매력적이고 무한한 가치가 있는 일이에요. 아직 저는 글쓰기를 멈춰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어요. 이 글이 20번째 신글방 1기 마지막 글이지만 우리는 또 같은 시작점에 서있겠지요. 믿음과 용기를 가지고 칭찬을 주고받기 위해 2기에도 문우님들을 기다리겠습니다. 모두 수고 많으셨어요.


https://brunch.co.kr/@futurewave/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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