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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gancia Apr 12. 2021

엄마는 글을 쓰면 행복해요?

<신글방 2기 후기>

"엄마 또 글 써요? 왜 자꾸 지워요?"

"자꾸 틀리니까... 엄마 이것만 쓰고 숙제 봐줄게 잠깐만"

"엄마... 그런데 엄마는 글을 쓰면 행복해요?"


아이는 의자에 앉아 10칸 공책을 펴며 내게 물었다. 나는 아이보다 먼저 책상에 앉아 컴퓨터 모니터를 뚫어지게 노려보는 중이었다. '타다닥 탁탁' 손가락이 일정한 속도를 내며 달리다가도 이네 '다다다다'하며 흰 바탕으로 되돌아가기를 반복하는 모습이 아이의 눈에는 신기했나 보다. 숙제를 봐주지 않고 모니터에 고정된 내 시선이 불편했던 건지 한 단어를 툭 뱉었다. "행복" 나는 그 단어를 듣고 신나게 뒤로 달리는 커서를 정지시켰다. 그리고 아이의 맑은 두 눈을 바라보았다.


"엄마가 글을 쓰는 모습이 어떻게 보이는데?"

"음... 엄청 진지해 보여요. 이렇게 인상 쓰고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잖아요."

"그럼~ 당연하지. 엄마는 진지하게 글을 쓰는 사람이니까. 네가 보기엔 행복해 보이지는 않고?"

"엄마는 글을 쓸 때보다 글을 다 쓰고 나면 행복해 보여요. 웃으니까."

"아 그랬구나. 몰랐네."


아이는 자세를 바로잡더니 숙제를 하기 시작했고 나 역시 모니터로 시선을 옮겨왔지만 한동안 커서는 제자리를 지키며 깜박거렸다. 아이의 물음에 단번에 '엄마는 글을 쓰면서 너무너무 행복해'라는 말하지 못했다. 1년간 글을 쓰고 있지만 행복을 위해서 글을 쓰는 건 아니었으니까... 때때로 글쓰기는 고통스러웠고 마주하고 싶지 않은 커다란 돌덩이처럼 내 가슴을 짓눌렀다. 마지막 마침표를 찍고 나서도 다시 읽고 쓰레기통에 던져버린 적도 많았다. 그럴 때면 가라앉은 기분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아 다시 컴퓨터 앞에 앉기 두려웠다.


이런 글쓰기에 대한 어둡고 두려운 감정은 '글쓰기 모임'을 하면서 조금씩 나아져갔다. 저번 주에 '신글방 2기' 글쓰기 모임이 마무리되었다. 전혀 생각지 못한 글쓰기 미션을 마주할 때마다 과연 '내가 주제에 맞게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반, '일단 써보는 데까지 써보는 거야' 도전의식 반으로 자리에 앉았다.'나만 하는 고민이 아니었구나. 모두들 자신과 싸우면서 글을 쓰고 있구나.'


때로는 즐겁고 신나게 때로는 아픔과 상처를 대면하면서 문우님들과 나는 성장해갔다. 그 모습을 보며 나 역시 격려를 받았다. 내가 스스로에게 가차 없이 내렸던 혹평을 문우님들은 따뜻한 칭찬의 댓글로 어루만져 주셨다. '아~ 나는 이 따뜻함에 끌려 글을 쓰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점점 더 굳어졌다. 내 자존감이 올라갔으며 다음 글을 쓸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글을 쓰며 심각했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아마도 그 모습을 아이는 유심히 관찰한 듯 보였다.


"엄마 이제 글 다 썼어요? 웃고 있네."

"웅~ 다 썼어. 네가 방금 물었지? 엄마는 글을 쓰면 행복해져. 엄마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좋고, 그 사람 중에 사랑하는 너도 포함이 되니까... 언젠가 엄마 글을 볼 너를 떠올리면 당연히 행복하지. 엄마는 우리 아들도 언젠가 글쓰기에 행복을 맛봤으면 좋겠어."

"엄마~ 그건 나중에요. 나중에."


행복하기 위해서 글을 쓰는 건 아니지만 함께 글을 쓰면서 행복해졌다. 아마 글쓰기 모임이 아니었더라면 그렇게 많은 칭찬을 내가 어디서 받아봤을까 싶다. 다시 또 글을 쓴다. 함께 성장하며 숲을 이룰 그날까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커리큘럼을 만들어주신 공심님과 함께 글을 써주신 문우님들께 감사한 마음을 적어봅니다.

https://brunch.co.kr/@futurewave/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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