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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gancia May 26. 2021

아름다운 초대

피천득 "인연" <초대>를 읽고...

이른 아침 커피를 내립니다. 커피향이 집안 가득 퍼지면 한 잔을 손에 들고 베란다로 향합니다. 탁 트인 전경은 아니지만 중학교 담장을 빙둘러 장미가 인사를 전합니다. 나무 아래로 연두빛 이끼에 맺힌 물망울들이 볕을 받아 반짝입니다. 마치 큐빅을 뿌려놓은 듯하네요. 아침에만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초대입니다.


음악이 빠질 수 없는 타이밍입니다. 이 계절과 어울리는 이루마의 "봄의 왈츠" 피아노 연주를 선택합니다. 아름다운 선율은 노란 유채밭으로 저를 이끌고 갑니다.


꿈나라 여행을 마친 아들이 눈을 비비며 제 곁으로 와 "엄마 좋은 아침이에요." 방긋 웃으며 에 안겨듭니다. 아이의 미소는 하루를 살아갈 에너지를 단번에 고속 충전 시키니 이보다 더 고운 초대가 어디 있을까요?


혼자만의 시간은 끝났지만 아이의 손을 잡고 주방에 가 일용할 양식을 챙깁니다. 치즈와 계란 양상추를 넣은 모닝빵 안에  딸기잼을 바른 토스트, 10가지 과일로 만든 후르츠, 담백한 우유가 선택됩니다. 이 또한 맛있는 초대이지요.


'독서 스팟'으로 갑니다. 미리 빼놓은 책들이 저를 반깁니다. 아이도 두 권의 동화책을 빼와 나란히 앉습니다. 가슴 설레는 에세이, 질문을 던지는 인문학, 벗에게 선물 받은 '그리스인 조르바'는 영혼을 정화시키는 청정지로 저를 초대합니다.


매일 여러 장의 초대장이 저를 반깁니다. 침대를 타고 밤 도시를 돌 때까지 아름다운 초대는 계속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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