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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gancia Jun 19. 2020

코로나가 바꿔 놓은 장례식.

줌으로 장례식을 치르며...

올해 1월 그분은 뵈었다. 폐암 수술을 받으시고 1년이 되지 않으셨지만 다행히 초기였기에 몸 관리를 잘하시면 오래오래 가족들 곁에 계실 거라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예전보다 훨씬 좋아진 안색. 인사를 건네는 내 마음도 한결 가벼웠다. 친정엄마와 오랫동안 친분이 있으셔서 자주는 아니지만 한 달에 한두 번 얼굴을 뵈었는데~ 며칠 전 친정엄마에게 예상치 못한 연락을 받았다.


"있지~ 어휴... 어쩌니?"

엄마의 깊은 한숨에 혹시 아빠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긴장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아주머니의 이야기였다. 수술도 잘 되었고 별 이상도 없었는데 머리가 아프고 구토를 하셨단다. 급히 서울 쪽 병원으로 갔지만 장기는 너무나 깨끗해서 원인을 밝힐 수 없다기에 집으로 오셨다 한다.


다음날 정신을 잃어 큰 병원으로 옮겨 마지막으로 뇌 쪽 사진을 mra로 찍었는데 뇌수에 암이 전이되었다는 소식. 너무 늦어서 며칠 못 버틸 것 같아 오늘 저녁에 다녀오신다는 엄마의 떨리는 목소리. 믿기지 않았다. 코로나가 확산되기 전에 만나서 반갑게 인사도 나누었던 분인데... 어떻게 이럴 수가...


그날 엄마는 지인들과 함께 병원에 다녀오셨다. 의식 없이 입만 벌리고 누워있는 그분. 엄마는 아무리 불러도 미동 없는 그분이 앞에서 가슴아파하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가늠해 보셨다고 했다.

그래도 며칠은 버티실 거라고 나도 아이가 학교가 있을 때 한번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내 바람은 다음날 오전 부고장을 통해 산산이 깨어졌다. ㅠㅠ 가슴을 꽈악 손으로 쥐는 것처럼 아파왔고 뵙고 인사를 전하지 못한 죄책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친정엄마랑 나이 차이도 안나는 분인데...


충격은 그다음 문자였다. 코로나로 장례식이 줌으로 이루어진다는 내용이었다.

코로나 - 사회적 거리두기. 가족들은 얼마나 마음이 미어질까? 그러나 사람이 다 모일 수는 없는 일이었다. 현실의 벽은 더 차갑고 무겁기만 했다. 나 역시 아이 때문에 장례식장에 갈 수 없었으므로 약속된 저녁시간에 줌에 접속하고 책상에 앉았다. 저마다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화면을 통해 가까이 보였다. 장례식장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보다 영상 속 지인들의 모습이 훨씬 더 슬픔을 극대화시켰다.  


장례식장에 참석하지 못하는 연로한 분들이 화면을 넘기자 손수건을 눈에 대고 붉게 물든 눈을 연신 비비셨다. 잠시 후 너무나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 대화를 나누던 중 터트린 울음은 하품처럼 모든 이에게 전염되었다. 나도 뚝뚝 눈물을 흘리며 마지막 그분을 뵈었을 때를 떠올렸다. 허망하다 허망해...

1시간가량의 장례식을 마치고... 코로나로 변한 장례식에 대해 생각에 잠겼다. 전 세계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만 46만 명에 육박한다. 다른 질병이 아니라 코로나로 사망한 사람들의 장례식은 얼마나 더 참담하고 끔찍할까? 감염 위험으로 가족들도 격리된 채 마지막 모습도 눈에 담지 못할 그분들의 마음을 내가 어찌 짐작이나 할 수 있겠는가... 눈물이 앞을 가린다.


그나마 영상으로 그분과 가족들을 위로할 수 있어 다행이라 여겨야 하는 건지...

며칠 -코로나, 삶, 죽음-이 뒤엉켜 나를 끈질기게도 따라다녔다.

더 이상 이런 아픔이 오지 않길 바라는 맘으로 이 말을 그분께 전하고 싶었다. ㅠㅠ


"죄송해요 아주머니...ㅠㅠ 항상 만나면 저와 아이에게 웃어주셨었는데... 우리는 다시 만나겠지요? 남은 삶을 의미 있게 살게요. 병으로 아파하시면서 고생 많으셨어요. 부디 그곳에서는 아프지 않고 평안하시길 기도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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