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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gancia Jul 10. 2020

나를 길들이고 있는 브런치.

2개월 차 발행한 브런치 글을 돌아보며...

"작가"라는 이름은 매력적이다. 혼자 쓰는 사람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라고 해야할까? 독자를 위해 글을 발행하는 사람 - 내 글을 공감해주는 이들이 있다는 것에 기쁨과 감동이 곱게 포개어진다. 그리고 앞으로의 내가 써야 할 방향을 고민하게 만드는 시간이 덤으로 주어진다. 


내일이면 브런치라는 늪에 발을 담근 지 정확히 2개월이 되는 날이다.  이곳에 오기 전 선배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을 보며 과연 내가 이곳에 들어와서 무슨 글을 쓸 수 있을까? 내 글을 읽어주기나 할까? 어쩌면 평생 노출 한번 되지 않은 체 혼자 쓰고 혼자 읽고 평하는 일기 형식이 돼버릴지도 모르겠다는 맘을 가지고 이곳에 들어왔다. 그리고 내 소신껏 글을 쓰기 시작했다.


1개월 차를 정리하면서 과연 한 달이 더 지났을 때 나는 얼마의 글들을 발행하게 될지 알 수 없었다. 적어도 이틀에 한 번은 글을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한 달간 17개의 글을 올렸다. 첫 달 86명의 독자님들이 내 글을 읽어 주셨다. 두 번째 달은 '늘던 줄던 일단 쓰자' 이 목표가 가장 컸다.


어린 시절의 기억, 결혼생활과 관련된 글이 하나하나 인기글에 오르기 시작했다. 17개 중 10개가 브런치 인기글로 올라가다니 어안이 벙벙했다. 1000, 2000..... 10,000 그리고 7만... 브런치에서 조회수가 울릴 때마다 이게 바로 기막힌 반전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12월에 처음 글쓰기를 시작한 초보 작가. 아니 작가라고 말하기조차 민망한 나에게 브런치가 왜?? 브런치가 작정을 한 모양이었다. 사람 혼을 빼기로...


메인에 노출이 되고 조회수가 오르는 것보다 더 기분이 좋았던 건 바로 구독자 숫자였다. 86명으로 1개월 차를 마감했던 내게 소중한 83명이 더해졌다. 거의 두배가 된 것이다. 글을 읽고 상처 난 나를 위로해주는 따뜻한 댓글들을 보면서 울컥 눈물이 나기도 했다. '글로 소통한다는 건 이런 의미구나...' 새삼 글의 힘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겁이나기도 했다. 나는 메인에 오르기 위해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기에 내가 쓰고 싶은 글의 방향성을 정확히 할 필요가 있었다. 자꾸 브런치가 깜박거리며 -클릭-을 유도하지만 연연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메인에 잠시 오른다고 해서 내 글 실력이 월등히 좋은 것이 아님을 하루에도 몇 번씩 되새겼다. 나는 아직 다듬어야 할 원석에 가까운 사람이기에 겸허함을 유지하자고, 교만해지지 말자고...


어쩌면 브런치는 어린 왕자와 사막여우처럼 나를 길들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빨리 글 써야지 모하는 거야. 나는 너의 글을 기다리고 있어. 조회수를 봐... 이 얼마나 달콤하니? 쓰라니까~" 기분 좋은 꿀을 뚝뚝 흘리며 나를 유혹한다.


나는 기분 좋게 브런치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글을 발행할 수 있도록 도와줘서 고마워.^^ 너는 정말 매력적이라 중독될까 봐 나는 두려워. 어쩌면 이미 너는 나는 길들여졌는지도 모르지. 하지만 나는 인기글이 되기 위해 기를 쓰진 않을래. 단지 내 글을 읽어주는 독자분들을 위해서 진솔한 글을 써나갈 거야. 그러니 브런치야. 앞으로도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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