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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gancia Aug 31. 2020

노래 가사가 가슴에 스며들 때...

매일 배달되는 음악과 가사.

'오늘은 누구와 만날까... 어디 보자...'

핸드폰 화면을 터치하는 손가락 끝이 느릿느릿 움직인다. 잠시 시야를 창밖에 두었다가 다시 화면을 들여다본다. 아침엔 커피 생각이 간절하다. 커피를 마시지 않아도 온 집안에 커피 향을 한가득 퍼지게 할 수 있다. 그런 만남이 지금 바로 가능하다.


-어반자카파 - 커피를 마시고 를 플레이했다. 캐러멜 마키아토의 달달한 맛이 입안 가득 느껴졌다. 분명 몸은 답답한 이곳 집안에 콕 박혀있는데 순식간에 시원한 카페, 여유로운 그 시간으로 나를 데려다준다. 마스크가 필요 없었던 시절을 떠올리며 그때 느꼈던 감정을 모두 소환시켰다.


"가사를 배달해 드립니다."라는 모임의 오픈 소식을 들은 건 3달 전 그날이었다. 한 달에 커피 한잔 값이면 음악과 가사를 평일 밤마다 배달해주는 단톡방의 신청서. 이 신청서가 나를 위한 초대장처럼 느껴졌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음악을 좋아하긴 했지만 가사 하나하나를 곱씹지는 못했다. 그냥 흥얼거리는 정도? 내가 즐겨 듣는 장르는 대중적이었고 슬픈 발라드가 대부분이었다. 책처럼 음악도 편식하면 안 좋다고 하는데 뭔가 색다른 음악에 대한 갈증을 느끼던 차였다. 그렇게 시작된 "음악 배달 서비스"


기존에 내가 알던 음악은 30~40프로 밖에 되지 않았고 전혀 접해보지 않은 장르의 노래를 들었다.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식재료가 손에 쥐어진 듯했다. 일단 맛을 음미해보고 이 재료들을 사용해 뭔가를 만들어 보란다. 매일 재미있는 미션이 첨부되었다. 예를 들면 음악 감상평을 7자로 써보라든지 이 노래에 어울릴만한 영화나 책 여행의 기억이 있는지... 때때로 가사의 한 단락을 개사해 보는 미션도 보았다.


일단 배달되어 오는 음악을 두세 번 듣다 보면 코끝이 찡한 가사도 접하게 되었다. 유난히 몸과 마음이 지쳐 있던 날 배달되어 온 노래는 이 곡이었다.


좋은 일이 올 거예요. - 달동네 뮤지

"괜찮은 척하지 말아요. 아플 땐 그냥 울어요. 너무 지칠 땐 내려놓고 다시 시작하면 돼요."


하루의 끝 - 종현

"수고했어요. 정말 고생했어요. 그댄 나의 자랑이죠." 


약이 되어준 노래도 있었지만 한 편의 아름다운 시를 닮은 가사도 기억난다.

우주가 기울어지는 순간 - 조소정

"우주가 기울어지는 순간 내 마음 휘청여 너에게로... 우주가 기울어지는 순간 내 마음 쏟아져 너에게로..."


이별 뒷면 - 권진아

"내 맘 언제부턴가 긴 그늘을 드리워. 우리는 서로가 괜찮다 하는데 완전히 돌아갈 수는 없는걸. 감았다 떠보니 너무 멀리 와있어."


이 부분을 나는 "그날 너의 눈빛을 보면서 난 알았어.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단 사실을. 붙잡는 내 손이 너무 싫은 걸. 날 사랑했던 넌 어디 있는 거야. 왜..."라고 적었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차곡차곡 리스트에 쌓여 60곡이 되었다. 가사를 필사하고 미션을 수행하는 것은 내게 즐거움이었다. 더군다나 방을 운영해 주시는 음악 PD님의 따뜻한 격려와 음악에 대한 정보만으로도 행복했던 시간. 수박 겉핥기식으로 즐겼던 음악이 가사를 음미하는 순간 가슴에 스며들었다.


이젠 익숙한 발라드 음악에서 조금 벗어났다. 앞으로 새로운 곡들을 더 많이 접하게 될 순간을 생각하면 가슴이 설렌다. 가사를 온전히 곱씹은 노래들은 또 다른 감동을 내게 선물할 테니까...

 https://brunch.co.kr/@futurewave/992

https://bit.ly/35R19l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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