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5년도 더 된 일이다. 인도 바라나시에서 여행을 하다 그곳에서 만난 길동무들과 저녁을 함께 했다.
루프탑 레스토랑이었다.
루프탑이라고는 하나 그저 낡은 건물 옥상에 테이블 몇 개가 다였다. 인도 거리 어디에서나 흔히 맡을 수 있는 향과 향신료, 매캐한 연기 냄새가 어울려 해가 지고 나서 선선해진 바라나시의 밤공기를 가득 채웠다.
낡고 보잘것없는 테이블이었지만, 테이블 위에 놓인 작은 초 하나에 누군가 틀어놓은 음악까지 나름 운치가 있었다.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대화를 나누는데 별안간 정전이 되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 우리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초만 일렁이고 있었다.
누군가가 말했다. 꼭 여기가 세상의 중심 같다고.
세상에 중심에서 유일하게 남은 사람들처럼 우두커니 앉아 각자 생각에 빠졌다.
살면서 그런 순간이 몇 번 있었다.
반짝이는 순간.
공기와 바람과 향기
햇살, 달빛, 혹은 은은한 초
누군가와의 대화 혹은 풍경
모든 것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완벽한 순간.
주변의 소음과 머릿속에 떠오르는 끊임없는 잡념으로부터 벗어나 오롯이 빠져들 수밖에 없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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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첫째와 둘째가 번갈아 울어대는 통에 혼이 쏙 빠졌다가 첫째가 밖에서 노는 동안 둘째를 달래고 팔에 안고 있었다.
아이가 어둠 속에서 눈을 반짝이며 나를 바라본다.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세상에서 가장 신비롭고 아름다운 것을 본다는 듯이 내 왼쪽 눈과 오른쪽 눈, 코와 입을 지긋이 바라보다 싱긋 웃는다.
힘겨웠던 하루도, 해야 할 일도, 세상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 사고들도 잊어버린 채 한참 아이의 눈을 보며 함께 미소 짓다 문득 바라나시가 떠올랐다.
바라나시의 그 밤. 향과 서늘해진 공기와 초와 음악. 그리고 세상의 중심.
세상의 여러 부침과 어려움과 고난 가운데서도 여전히 살아갈 수 있는 건, 삶 가운데 마주치는 그런 반짝이는 순간들 덕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게 바라나시 루프탑의 초든, 아이의 눈망울에서 발견하는 희망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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