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rah Oct 12. 2022

전화위복, blessing in disguise

지난달, 바쁜 와중에 지원했던 여러 기회들 가운데 두 개가 실패로 돌아갔다. 


하나는 어려울 것 같았지만 그래도 내심 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당연히 쉽게 될 것이라 생각했던 것인데 둘 다 되지 않았다. 


예전 대학시절, 경험도 없고 관련 공부를 한 것도 아니라서 지원하는 족족 고배를 마신 적이 있었다. 


내가 다니던 꿈의 직장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런 경험 없이 단순히 열정만으로 지원했다 실패를 맛본 뒤, 유학길에 올랐다. 


대학원도 그렇다. 내가 원하는 대학에서는 다 불합격을 받고 소위 안전빵으로 냈던 한 군데에서만 입학허가를 받았다. 


심지어는 대학시절의 로망, 박카스 국토대장정도 불합격. 


그 외 작은 실패들은 너무 많아 기억도 다 나지 않는다. 


열정은 누구보다 뜨거웠다고 생각하지만, 열정만으로 합격을 주기에 열정만 가진 사람은 너무도 많았고 세상은 그렇게 녹록지 않았다. 


-


하지만 인생은 참 재미있다. 


돌이켜보면 그런 실패들이 사실은 전화위복(Blessing in disguise)이었으니 말이다. 


원하는 대학원을 모두 떨어지고 간 대학에서 내가 정말로 원하는 세부 전공을 발견해 공부를 할 수 있었고 그때 한 공부를 그 후 십여 년간 잘 써먹었다. (지금까지도!) 


그렇게 공부를 마치고 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뒤 내가 고배를 마셨던 꿈의 직장에 다시 지원해 3년 만에 입사했다. 


내가 대학원에서 전공한 것과 핏이 꼭 맞는 포지션이었다. 


박카스 국토대장정은 어떻게 됐냐고? 


그게 떨어지고 나서 방학 때 뭘 할까 고민하다 무급으로 인턴을 한 곳에서 꿈의 직장을 발견하게 되었다. 


굽이굽이 돌아간 길이었지만, 돌이켜보면 결국엔 그게 최선이었다. 


그 돌아간 길 위에서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내가 잘하는 게 무엇인지를 발견하고 내공을 쌓을 수 있었다. 


-


전화위복. Blessing in disguise란 말을 좋아한다. 


돌이켜보면 정말로 축복이 실패로 변장을 하고 내게 찾아온 순간이 많았다. 


숨어있는 축복을 못 알아보고 당장 닥친 실패에 좌절하고 고민하고 우울해할 때도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거리를 두고 돌이켜보니 이제는 안다. 


어떤 축복들은 그렇게 몰래, 돌아서 온다는 걸. 


공을 들이고 최선을 다했지만, 그래도 실패였다면 털어버리면 된다.


그냥 실패였을지, 그게 나중에 축복의 모습으로 내게 다시 모습을 드러낼지는 모르지만, 중요한 건 내가 최선을 다했다는 거고 최선을 다한 만큼 나는 성장하고 배웠을 테니까. 


그렇게 정신 승리하며 오늘도 keep on moving.

이전 09화 반짝이는 순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