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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h Oct 12. 2022

간만의 고국방문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했다. 코로나 때문에 2년만의 방문이었다. 버킷 리스트에 있던 목록을 하나씩 지워나갔다. 


버킷 리스트라고는 해도 거창한 건 아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차 한 잔 마시면서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 거리에서 떡볶이를 먹으며 어묵 국물을 홀짝거리는 것. 그리고 작은 책방에 들러 책 제목과 내용을 흘낏거리며 시간을 보내는 것. 


가고 싶었던 책방에 가서 시간을 보내다 그런 상상을 했다. 


미국 우리 집에서 작은 마법의 문 하나를 열면 이 서점으로 딱 하고 연결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그러면 아이들이 잠든 깊은 밤, 그 작은 문을 열고 서점으로 와서 커피를 홀짝이며 우리나라 말로 적힌 글들을 실컷 읽는 거다. 


그 작은 공간 속에서 나는 소설의 주인공과 함께 여행을 하기도 하고 위로를 받기도 하고 영감을 얻기도 하며 느긋한 시간을 보낼 거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평화로운 풍경 속에서 혼자 책을 읽으며 그런 상상을 하고 있노라니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다. 


너무나도 오랜만에 ‘우리’ 나라에서 우리나라 사람들 속에서 우리나라 말로 오랜만에 글을 읽는 기쁨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이 순간을 언젠가 또 그리워할 거라는 막연한 생각 때문이었는지 모르겠다. 


훌쩍훌쩍하며 책을 읽고 고르다 약속 시간이 되어 책을 계산하고 나가려는데 점원이 포인트를 적립하겠냐고 물었다. 언제 다시 오게 될지 모르지만 그리하겠노라고 하며 회원가입도 했다. 


떠남은, 그리고 돌아옴은, 아름답지만 너무 사소하고 소소해 눈길 주지 않던, 일상의 작은 것들에 눈길을 주고 마음을 주는 방법을 배우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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