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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h Oct 04. 2021

육아는 블랙홀


가끔 아이를 키우는 일은 블랙홀에 내 모든 에너지와 시간과 젊음과 체력과 미래를 갈아넣는 일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아가 조금 쉬워지는가 하면 아이의 성장 단계에 맞는 새로운 과업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고 

내 몸 건사하기도, 내 하고 싶은 일 다 하고 살기도 바쁜 이 시간에 혹 하나가 붙어서 나를 자꾸 방해하는 것만 같은 모진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밑 빠진 독에 내 모든 것을 쏟아넣는 것만 같이 느껴지던 시간들이 지나고 아이도 자신의 주머니 - 낱말 주머니, 사랑 주머니, 행복 주머니 - 를 차곡차곡 채워 내게 돌려주는 시간이 왔다. 내가 쉼없이 들려준 단어들, 사랑의 말들을 돌려주는 딸.  아침에 일어나 때묻지 않은 순수하고 화사한 미소를 선물해주고 뜬금없이 사랑의 말을 들려주고 뽀뽀를 건넨다. 


예쁘다. 너무 예뻐서 "엄마 한 번 안아봐도 돼요?" 하고 걷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꼭 한 번 안아본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 딸이 살아가는데 밑천이 될 사랑 주머니, 행복 주머니 안에 사랑과 행복을 가득 가득 채우는 하루들을 보내야지 하고, 다시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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