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환대

by Sar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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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박사과정 연구주제는 미국 내 재정착 난민 여성의 모성보건 서비스 접근성이다.


그래서 요즘 중동에서 온 난민 여성들을 인터뷰하면서 미국에서 모성보건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어려움은 없는지, 개선점은 없는지, 어떤 니즈가 있는지 등을 파악하고 있다.


오늘은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내려다 주자마자 인터뷰를 하러 가서 하루 종일 3개의 인터뷰를 수행했다.


점심시간에는 통역을 도와주고 있는 친구의 집에서 함께 밥을 먹었다. (그 역시 미국에 온 지 얼마 안 되는 난민 여성이다.)


원래는 오전에 인터뷰를 하나 끝내고 집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에 나머지 인터뷰 2개를 하려고 했는데 오전 인터뷰 이후에 그 집에 놀러 온 다른 난민분들과 대화가 길어져 시간이 애매해져 버렸다.


점심을 어떻게 하나 고민하던 차에 통역해 주는 친구가 자신의 집에서 같이 식사를 하겠냐는 제안에 흔쾌히 알겠다고 했다.


그녀에게는 딸이 하나 있는데 우리 둘째와 나이가 같다. 간소한 살림이지만 정성껏 밥상을 차려냈다.


중동을 여행하면서 사람들의 따뜻한 환대에 놀라고 감사했는데 미국에서도 그들의 환대는 여전하다.


항상 인터뷰 말미에는 달콤한 간식과 차나 커피를 내온다.


예전 요르단에 있는 시리아 난민 캠프에 있는 가판대에서 음식을 하나 샀는데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한사코 거절하며 돈을 받지 않으려던 가게의 주인 분이 떠올랐다.


개발도상국에서 인터뷰를 하면 비슷하게 드는 마음이 있었다.


사는 풍경, 생긴 모양은 다 달라도 사람 사는 건 다 똑같구나. 어떤 환경에 처한 사람이든 아이들에게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걸 해주고 싶은 마음은 똑같구나.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간극이다.


그들의 필요는 거의 늘, 내 역량과 자원, 역할 혹은 내가 속한 기관의 역량과 자원 밖에 있기에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이렇게 이야기를 듣고 나는 떠나가지만, 그들의 고단한 삶은 그 자리에서 계속된다는 현실.


이야기를 꽉꽉 채워 듣고 아이들을 픽업할 시간이 다 되어 급하게 인사를 나누고 아이들을 픽업하러 가는데 시공간을 초월해 마치 아프간의 어느 마을로 여행을 다녀온 것만 같았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짜이를 나누고 음식을 나누고 여행을 떠나 다시 나의 안전하고 아늑한 세계로 돌아온 기분이다.


여러 고민과 생각으로 복잡해진 마음과 머리를 제외하면 모든 건 그대로다.


앞으로 이 고민을 꿰어 어떤 이야기를 써 내려갈지, 생각이 깊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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