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 가려고 알바하다가 갑자기 뛰쳐나오듯 창업을 했고, 얼마후에 상경을 하며 본격적인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가진 것 없이 시작했고 자리가 잡히지 않았으며 처음보다 장사가 안되니 지금이 내 삶에 있어서 바닥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잃을 돈도 지위도 없다.
전에 여유있을 때는 그 규모에 맞는 행복을 즐겼던 것 같다. 내가 처한 상황에서 최대의 행복을 누려본 것에는 나름의 운도 따랐고 복도 있어서 가능했던 거겠지. 그러한 바닥에서도 행복을 누렸던 경험은, 행복이라는 감정이 어느 시점/장소에서 느껴도 격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믿으므로, 앞으로의 삶을 바라보는 데 있어 안정감과 자신감을 심어준다. 바닥에서도 행복해봤기에 한계단 한계단 오를 때마다 더 좋은 상황이 올 때 누릴 만한 행복도 당연히 잘 챙길 수 있을 꺼고, 혹 운이 안 따르고 능력도 노력도 뒤따르지 않는다면 자기 분수를 알고 나름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기에.
하지만 한가지 변수가 있다면 시간이다. 시간이 지나면 젊음은 차차 사라지고 늙어가게 된다. 젊을 때만이 누릴 수 있었던 행복과 쾌락을 더 이상 누릴 수 없게 되는 시기가 올 것이며, 젊어서는 몰랐던 불행을 늙어서 짊어지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젊음이 늙음으로 가는 시간을 헛되이 보내면 안된다. 한때 누렸던 여유는 한때로 충분하고 그게 별 생산적이지 않게 지속된다면 헛되이 보내는 시간과 다름 없을 수 있으므로.(그럼에도 삶에 대한 안정감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나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젊음이 늙음으로 가는 시간을 소중히 다뤄 한계단씩 차분히 올라가고 싶다. 운이 따른다면 몇 층씩도 빠르게 상승하고 싶다. 그래서 점점 누리게 되는 규모가 커지길 바라며, 규모에 맞는 행복을 하나둘씩 쟁취하기를 바란다. 금수저로 태어난 사람은 누릴 수 없을 인생의 다층적인 면을 고루 접하며 삶의 범위와 행복의 감각을 넓히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현명하고 지혜롭게 늙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