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16 己卯日

by 은한

상담소와서 블루투스 스피커로 언니네이발관 노래를 큰 소리로 틀어놓는 게 좋다. 나의 공간을 지배하고 만끽하고 있다는 충족감인 것 같다. 언발은 처음 들었던 게 16년? 싱글 앨범으로 나왔던 '혼자 추는 춤', 이랑 '애도'였다. 그때는 그렇게 몰입해서 듣지 않았었는데 어쩌다가 5집을 듣게 되었고, 그때 이후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5집을 한창 듣다가 얼마 안지나 6집이 나와서 6집을 집요하게 파고들었고, 지금은 다시 전으로 올라가 3집, 4집을 듣고 있다. 그중에서도 3집의 '2002년의 시간들', 4집의 '깊은 한숨', '천국의 나날들'을 매일 몇 번씩 반복하며 듣는다. 지금도 방금전 음악에서 천국의 나날들을 들었고, 지금은 깊은 한숨을 듣고 있으며 다음 곡은 천국의 나날들을 틀 것이다.
내 팔자에는 생지(生地) 밖으로 튀어나가려는 미래지향적인 것들 투성인데, 어느 영역에 한해서는 지독하게도 과거에 얽매이고 한 가지만 파고드는 반복성, 중독성(묘고지-화개살의 성향)이 있다. 아마도 申酉 방합에서 戌 화개지가 끌려오고, 巳酉 삼합에서 丑 화개지가 끌려와서 그련 면도 덩달아 작용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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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철학과 명리 지식, 공부량, 상담량과 상담의 질이 무조건 정비례하는 건 아닌 것 같다. 기본적인, 필수적인, 응용이 되는 실력이 받쳐주는 건 당연히 어느정도까지 상담의 질을 책임질 수 있지만 최대 70% 정도인 듯하고, 사람을 바라보는 인문적 관점, 현시대의 트렌드에 대한 안목, 인류애, 개별 인간을 대하는 상냥한 애정이 나머지 20% 정도를 채워줄 수 있는 것 같다. 나머지 10%를 채우기 위해서는 스스로도 마음 공부를 하고 맑은 정신을 유지해야 하고. 역으로 생각하면 이 10프로, 20프로의 전제가 엉망이라면 아무리 뛰어난 프로의 지식, 기술을 가졌어도 상담의 방향성이나 목적 자체가 흐려질 우려가 생긴다. 그래서 아무리 지식과 경력이 화려한 술사라도 막상 상담의 만족도는 현저히 떨어질 수 있다. 아직 총체적으로 채워야할 게 많다고 느낀다. 조금 더 스스로에게 만족스러운 상담으로 끌어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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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는 내담자가 상담 끝나갈 무렵에 '혹시..'하면서 이런 질문을 던졌다. 티비에서 보니깐 한국 10대 유명 역학자. 무당에게 유영철 사주를 내밀면서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맞출 수 있겠냐고 질문했는데, 대부분이 살인자라고 맞췄다나. (대부분 명리 해석 체계보다는 신기, 직감, 점에 의지해서 맞췄으리라고 믿는다) 나보고 그런 팔자가 따로 있는 거냐고 묻더랜다. 나의 대답은 일단 사주 자체만 두고 살인자다 아니다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무례하고 윤리적으로 올바르지 못하다는 것이다.
사주가 두시간 단위로 조금씩 바뀐다고 보는데, 그래도 똑같은 사주로 태어나는 사람이 100~150명은 된다고 본다. 그럼 유영철이랑 똑같은 생일에 태어난 사람은 모두 살인자고, 문재인 대통령과 똑같은 생일에 태어난 사람은 모두 대통령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사주 자체만으로 귀천, 길흉, 빈부가 결정되어있지 않다. 1)나의 연월주 간지에 의미를 부여해줄 환경과 주변 관계인, 2)사주에 잘 맞는 길로 가는지에 대한 선택과 방향성, 3)그리고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이 내게 부여된 사주팔자의 글자들을 더 질 좋고 스케일 크게 활용하게도 만들고, 글자들이 아깝게 묻혀버리는 일도 생길 수 있다. 팔자에서 유추할 수 있는 건 성향, 특수 능력, 잘 맞는 직업 환경, 삶의 흐름, 안정적으로 잘 맞을 수 있는 배우자의 모습, 혹은 인연으로 들어올 수 있는 배우자의 모습이다. 그 모습을 따를 때 안정성이 생기고, 역량을 최대치로 발휘하며 보상,성취가 잘 따를 수 있다. 하지만 그 모습과 전혀 어울리지 않거나 반대될 때 삶에 불안과 불만이 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정론적 시각을 가지고 타인의 사주, 인생을 평가내리고 단정 짓는 상담은 피해야 한다. 나는 일차적으로는 내담자가 본인의 삶의 모양을 이해하게 하고 싶고, 이차적으로는 그에 따른 올바르고 효율적인 방향을 제시하길 원하며, 삼차적으로는 명리라는 학문의 신묘한 원리로 돌아가는 세계와 인생의 모습을 대략적으로나마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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