庚 - 戊己土의 음양 전환기를 지나 庚은 본격적으로 음운동을 시작합니다. 甲이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개척자라면, 庚은 잘못된 걸 뜯어고치고, 알맹이와 쭉정이를 구분짓는 개혁가입니다. 양陽을 포장하고 가둡니다. 甲 나무가 자라서 맺힌 열매가 庚이고, 봄여름에 푸른 이파리가 가을에 낙엽으로 탁해지고 바짝 말라 비틀어지는 게 庚의 작용입니다. 경금을 가지면 그래서 냉정하고, 공사구분이 확실하고, 날카로운 면이 있습니다.
辛 - 庚 열매가 무르익어 숙성된 것이 辛 입니다. 숙성된 열매 안에는 다음 세대의 기틀이 되는 씨종자가 품어져있는데 그것도 辛의 기능입니다. 시작을 외치며 튀어오른 甲木이 꿈 꿔온 최종 완성 단계가 바로 辛입니다. 庚이 큰 쇳덩어리라면 辛은 그게 제련되서 나온 보석입니다. 보석은 가치가 완성되어 있기 때문에 자존심,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소중한 보석은 어딘가 그을리거나 스크래치가 나면 곤란하기 때문에 예민하고 까칠한 면이 생깁니다. 경금이든 신금이든 金한테는 살기가 있다고 얘기를 합니다. 庚한테는 그 살기가 겉으로 드러나서 잘못된 게 있으면 바로바로 현실을 고쳐버리는 개혁성인데, 辛한테는 그 살기가 안으로 갈무리돼서 마음속으로 필터링하고 정리해버립니다.
壬 - 丙 태양이 지면 壬 어둠이 찾아옵니다. 丙 태양이 밖으로 모든 게 펼쳐져있다면 壬 바다는 안으로 모든 게 감쳐줘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게 죽은 건 아니고, 바다 안에서도 수많은 생물들이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겨울 나무는 창백하게 추위를 견디고 있지만, 그 땅의 뿌리에서는 생명의 기틀이 다시금 마련되고 곧 다가올 봄에 재가동을 준비합니다. 겉으로 보기엔 죽음의 단계이지만 안에서는 甲 생명의 잠재력입니다. 壬水는 어둠이고 바다이기 때문에 속마음을 알기 어렵습니다. 己土가 중심을 잡아야하고 복잡해서 알기 어렵다면, 壬水는 한없이 깊기 때문에 좀처럼 파악할 수 없습니다. 丙 태양이 양지의 왕이라면 壬은 태양을 위협하는 음지의 제사장, 교황이랄까요.
癸 - 임수가 죽음으로 들어서는 모습이라면, 계수는 생명으로 나아가려는 모습입니다. 10천간의 운동성은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의 일방향 운동이 아니라 원의 순환운동으로 다시 계에서 갑으로 연결됩니다. 그래서 癸가 끝이 아니라, 生하는 甲을 염두에 둬야합니다. 癸라는 한자 안에는 天 하늘이 들어있습니다. 또 癸와 비슷한 글자로 '쏘아올릴 발發'자가 있습니다. 하늘로 튀어오르려는 수증기의 성질, 다른 생물에 스며들어 생명력을 기르는 성질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계수는 타인을 자양,지원,보좌하는 모습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한자 이야기를 더 하자면 '헤아릴 규揆'에도 계수가 들어갑니다. 계산, 계량, 계측, 계략 모두 계수와 연관있다고 봅니다. 그만큼 지혜롭고 치밀하고 비밀스러운 면이 생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