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by 은한

손님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묻는다. 그럼 대학은 안 다니시는 거에요? 네. 지금 군대 휴학 포함 3년째 휴학했고 1년 더 휴학하려고요. 1년 더 휴학하는 이유도 사실 부모님 때문이다. 앞으로 삶이 어떻게 풀릴지 모르는데 최소한의 안전 장치는 있어야하지 않겠냐는 이유. 하지만 난 별로 학교에 복학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대학(大學). 이 쉬운 한자를 한글로 옮겨 보면 큰 배움이라는 뜻이 나온다. 그럼 대학교라는 기관의 본질은 큰 배움을 주는 곳이 되겠지. 근데 내 집중력은 참 콩알만해서 전공 서적이라는 직육면체 안에 내 정신을 고이 담굴 수가 없었다. 내 에너지는 이상하게 넘쳐서 대학 캠퍼스 안에서 이 강의실 저 강의실 틀에 박힌 공간을 옮겨다니는 걸음은 너무나 지루할 뿐이었다. 내 호기심은 궁상맞게 많아서 대학 교수 1대 대학생 다수의 일방적인 주입식 수업은 아무런 학문적 즐거움이나 정신적 긴장감을 조성하지 못했다. 내 반항심은 스무살이 넘어서 더 커졌는지 누가 시켜서 쓰는 글이 참 싫었고 누군가 채점하고 평가하는 시험 공부가 참 싫었다. 내 성향상 우리 학교 우리 과(지방국립대 공과대학) 특징상 나는 대학교라는 기관에서 큰 배움을 얻기가 참으로 어려웠다.


오히려 나의 대학은 지금 실전으로 뛰고 있는 장사에서 얻는다. 이곳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은 내 호기심을 채워주고 이곳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일들은 내 에너지를 방방 뛰게 만들어준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각종 문제들은 내 집중력을 극대화시켜주고 모든 문제를 온전히 해결할 수 있는 건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닌 우리일 뿐이므로 반항심은 커녕 책임감이 생긴다. 지금 나는 박제되어 있는 지식을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방식으로 습득시키는 지루한 삶이 아니라 피튀기는 현실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숨을 쉬며 공기를 공유하는 진짜 삶을 살고 있다.


난 알고 있다. 내가 스펙 경쟁에 들어가고 학점 경쟁에 들어간 순간 내 삶은 평균 그 이하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난 의자에 앉아있는 걸 끔찍히도 싫어한다. 고작 책 따위에, 그것도 지면이 빽빽하게 알 수 없는 알기 싫은 글자로 꽉 차 있는 책 따위에 온 정신을 어쩔 수 없이 팔아야한다는 점도 지독하게 싫어한다. 그래서 난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 대학 간판을 포기 하고 삶에 사회에 뛰어든 것이다. 어쨋든 살아남아야 하고 어쨋든 더 탁월해야 한다.


누군가는 대학교에서 더 큰 배움을 얻을 수 있겠지만 나는 내 스스로가 그럴 수 없다는 점을 너무나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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