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한 명함, 포스터가 배송왔다. 색깔이나 디자인, 질감 모두 만족스러웠다. 상담소 자리에 앉아 계속 만지작 거리면서 뚫어져라 쳐다보기도 했다. 그동안 만든 명함들이 떠올랐다. 건대 앞에서 와플 장사할 때도 쿠폰겸 명함을 만들었었고, 잠시 고궁 투어 일을 할 때도 명함을 만들었었다. 그러고 보면 그리 길지 않은 시기에 참 별 꺼 다 하면서 사는 것 같다.
세 번째 명함을 만들면서 나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내게 있어 20대는 마치 직업을 탐구하는 시기가 된 것 같다. 그저 책에서 읽고 짐작하는 게 아니라 몸과 정신을 푹 담구는 수준으로 직접 부딪치면서 시행착오를 겪는다. 실속은 떨어지지만 나의 인생에 있어 꼭 필요한 자양분이자 어쩔 수 없이 겪어야만 하는 일련의 경험이라고 느낀다.
이번 직업도 마찬가지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제 완전히 다른 영역을 새롭게 도전하는 것보다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의 변형과 응용, 조합을 통해 낯선 영역을 밟아나가고 싶다.
2015년도 건대에서 장사할 때 만든 쿠폰명함
2017년 1월쯤 만든 책 모양 명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