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04 庚午日

by 은한

오늘부터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었는지 상담소 안에서 보일러를 틀어놔도 전보다 공기가 냉랭했다. 어느새 12월도 4일이나 지나갔고 진정한 겨울이 시작되려 한다. 甲子月로 들어가는 절입일은 12월8일부터다. 퇴근하면서 집까지 걸어오는 길에서도 패딩 지퍼를 끝까지 올리고, 바람에 몸을 더 웅크리게 되고, 길거리에 사람들의 숫자도 줄어들었다.
겨울 속의 겨울이랄까, 이렇게 날씨가 차가워지는 순간의 공기는 좋아하는 편이다. 물론 초반만 그렇다는 것이고 겨울의 기세가 짙어지면 얼른 봄이 다가오길 염원한다. 서서히 꺾이고 어느새 전환되는 부분에 담겨있는 상쾌함과 신선함, 그런 걸 느껴보게 된다. 어떤 계절이 가장 좋냐고 물어볼 때 환절기라고 하면 답이 될 수 있나? 환절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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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마칠 쯤 많은 분들이 위험한 것, 불길한 것, 안 좋은 것들을 물어보신다. 궁금할 수도 있겠지만 급박한 상황이 들이닥친 것도 아닌데, 그것을 굳이 미리 알아가려는 것이 갸우뚱하게 만들기도 한다. 스스로 최대한 객관적으로, 중립적으로 사주를 간명한다고(하려고 노력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러한 부정적인 측면을 얘기해줄 때 멈칫하는 걸 보면 긍정으로 60 정도 기울어져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어느 팔자를 보더라도 그 팔자의 긍정적이고 희망적이고 무기가 될 수 있는 것, 특별한 점을 보려고 한다. 현실에 치이고, 현실이 힘들어서 찾아온 사람에게 굳이 부정과 절망이 더 끼얹으려는 것에서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객관적,중립적 차원에서 주의할 점, 경각심, 부족한 점은 함께 언급하긴 한다. 그래도 뭔가 더 강렬하고 특별한 불길함을 궁금해하는 분들이 계셔서 그렇지.)
명리학계에 유명한 사람중에 자신을 찾아온 내담자에게 이렇게 말한 사람도 있다 한다. "ㅇㅇ씨, 내가 당신 오빠였으면 자살했겠다" 당사자는 그 소리를 듣고 엉엉 울었다나. 실제로 불운하고 기구한 삶을 살아온 사람이었다고 한다지만 상황을 꿰뚫어보는 눈을 가지고 있으면 뭐하나, 가슴에 비수를 내리꽂는 말이나 할 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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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하면서는 팟캐스트 문학이야기를 듣는다.
출근하고 1시간 정도 주구장창 글을 쓴다.
상담을 준비하고 상담이나 이메일 풀이를 한다.
명리 책을 공부하면서 데이터를 분류한다.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글로 옮겨적는다.
대학 인강을 한두개 듣는다.
포스팅 안한지 꽤 된 거 같아 집에 와서 일기를 쓴다.
아마 소설책 먼 북쪽을 읽다가 잠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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