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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한 Jul 10. 2019

음양(陰陽)의 기원

음양이라는 개념은 어떻게 세상에 나온 것일까? 음양은 동양의 고대 현인들이 지구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현상들을 관찰하면서 발생한 개념일 것이다. 동쪽에서 해가 뜨면서 세상이 차차 밝아지다가 정오에 이르러 태양빛이 가장 환하고 태양열이 가장 뜨겁게 지구를 비추다가, 서서히 서쪽으로 저물어가면서 세상이 차차 어두워지고 자정에 이르러 가장 어둡고 차갑게 식혀지는 지구 자전의 시간 패턴을 어느 순간 인지한 것이다. 또한 사계절이 뚜렷한 동양권에서는 봄,여름,가을,겨울, 다시 봄으로 순환하는 계절을 매년 경험하고, 관찰하고, 인지하면서 지구 공전의 시간 패턴 또한 발견했을 것이다. 


이것을 관찰했어야만 하는 필요성은 씨를 뿌리고 수확을 거두는 농사와 관련이 짙다. 농사는 짧게는 하루, 길게는 1년이라는 자연의 에너지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식물의 적응 패턴을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성공적으로 결과를 낼 수 있는 일이다. 식량은 인간의 생존에 직결된 문제이기에 매년 절실하게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고, 생존의 문제를 더 확실하고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사, 즉 자연에 있어 전문가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동양 인류의 경험치들이 후대를 거쳐가면서 자연히 자연(음양)의 패턴에 대해 집단적으로, 누적적으로 지식이 쌓여갔을 것이다. 

정리하자면 세 가지 요소가 중요하게 작용했으리라 보는 것이다.  첫째 생존이라는 절실한 필요성으로 자연과 가까워진 것, 둘째 필요를 넘어 탁월함을 추구하면서 농법의 효율과 효과를 높여간 것, 셋째 시간의 힘을 빌려 그러한 조상의 경험치들이 후대에까지 지속적으로 누적되어 일종의 규칙성-패턴으로 발전된 것.



직접적인 문헌 기록으로는 기원전 3000년 전에, 복희씨가 물 속에서 용마가 등에 그림을 지고 나온 것을 발견한 하도(河圖)가 기원이 된다. 하도에 드러나있는 문양을 복희씨가 연구한 결과 상수의 원리를 알아낼 수 있었다고 한다. 그것을 바탕으로 두 가지 방향성으로 나아가는데, 한 쪽은 문왕-주공-공자를 거쳐 팔괘,64괘 등의 역학으로 발전하였고 다른 한 쪽에서는 복희-기자-노자-공손룡자-추연 등을 거쳐 음양오행의 변화원리가 형성되었다.

그러면 여기서 복희씨가 물 속에서 발견한 이 하도는 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인간을 가엾게 여긴 신이 전달해준 것일까? 엉뚱한 외계 문명에서 건너져 온 것일까? 나는 이 하도가 신석기 시대에서부터 농사를 짓던 동양인들이 축적한 지식 체계의 압축된 결과물이 하도로써 드러났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음양의 기원은 이렇듯 경험적 발견/귀납적 추리로 인해 발명된 개념인데, 이러한  귀납적 추리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우주의 일정하고 규칙적인 변화 원리가 존재해야만 한다. 음양은 태양 궤도를 공전하고 자체적으로 자전하는 지구 입장에서 성립된 개념이다. 만약 근처에 빛을 내보내는 항성이 없어서 항상 어둠 속에 파묻혀있는 공간에서의 행성에는 음(陰)이 지배하는 세상이 되기에 일관된 음양 법칙이 나올 수 없고, 태양과 같은 항성이 앞뒤에 있어서 매양 밝게 비춰지기만 하는 공간에서의 행성에서는 양(陽)이 지배하는 세상이기에 일정한 음양 원리가 존재할 수 없다. 그럼에도 빅뱅이라는 우주 탄생의 원리에서 비롯된 우주 안의 모든 시공간에서는 생물 입장에서 아무리 열악한 환경이라고 해도 극도의 미시적 차원, 혹은 극도의 거시적 차원에서 바라보면 어떠한 음양 규칙을 발견할 수 있긴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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