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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한 Jul 18. 2019

오행(五行)의 순환 - 상생하는 모습(2)

시공의 관점

3.시공의 관점지구의 태양 공전이라는 공간 운동으로 사계의 변화, 춘하추동(春夏秋冬)이 나타나고, 지구의 자전이라는 공간 운동으로 사시의 변화, 조주석야(朝晝夕夜)가 나타난다. 태양의 고도가 가장 높은 때가 여름과 낮, 태양 고도가 가장 낮을 때가 겨울과 밤이며, 고도가 낮은 곳에서 높아지는 사이에 봄, 아침이 되고, 높은 곳에서 낮아지는 사이에 가을, 저녁이 된다. 


사계(四界), 사시(四時)로 나눈 것은 음양을 쪼개 소양,대양,소음,대음으로 나누었기 때문이다. 이때 土기운은 대양과 소음, 火와 金을 잇는 사이에 대음양의 전환점으로 들어간다. 대칭적으로 생각하면 대음에서 소양, 즉 水에서 木으로 넘어갈 때도 土가 들어가야할 꺼 같은데 그렇지 않은 이유는 뭘까. 水木은 우주자연의 이치로 따지면 본체 水의 첫 변화의 시작점이 木이 된다. 木이라는 용출력, 바깥으로 터져나가는 에너지가 있어야 우주가 시작될 수 있는 것이다. 그 사이에 土라는 조절 매개자는 사실상 불필요하고 오히려 방해만 된다. 다른 한편으로 생명체(木)가 출현하고, 진화를 거듭하여 지적인 사고까지 할 수 있게 된 시점에서 음양오행의 법칙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니 水라는 無에서 木이라는 有가 나타난 시점에서 중간 사이에 土가 들어갈 틈이 없고, 무의미한 것이다.


반대로 火金 사이에 土가 들어가야하는 이유, 개입시킨 이유는 뭘까. 먼저 다시 水木을 인간사의 범위로 좁혀서 태아가 다 자라서 출산한 신생아 상태, 잠에서 깨어나 일어난 상태라고 보자. 아기의 입장에서는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혹은 자기 의지를 잊어버린 채) 세상에 던져진 것이고, 기상하는 사람도 잠이라는 무의식, 혹은 꿈이라는 무작위의 세계에서 의식이라는 스위치가 OFF→ON으로 전환되듯 그냥 깨어나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0과 1, ON과 OFF의 이분법이 적용된다. 

火金을 인생의 시점으로 보면 火는 성장이 가장 활발히 극적으로 이뤄지는 청년기로 볼 수 있고, 金은 몸이 숙성되어 굳어가기 시작하는 장년기로 볼 수 있다. 여기서는 土의 개입이 들어가 성장을 수렴해서 멈추고 굳어가기 시작하는 전환점이 들어가야 시간 흐름이 자연스럽다. 火金을 하루의 시점으로 보면 火는 가장 일을 활발하게 하는 시간, 金은 이제 일을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시간이다. 여기서 점심 시간이라는 중간 전환점, 土가 개입한다. 점심 시간이 없다면 火열기가 과열돼 체력이 방전될 것이고, 金일의 마무리를 어떻게 끝맺을지에 대한 목표의식이 무뎌질 것이다. 

정리하면 水木은 '그냥 그렇게' 시작된 것이고, 火金은 '그럴만한 이유'가 필요한 음양의 전환점이다. 그래서 火金 사이에는 금화교역의 역할을 수행하는 土의 존재가 필수적이며 유의미한 것이다.


다만 목화금수의 4행을 시중종(始中終)으로 나눈 12지지에서는 (亥子)丑(寅卯)으로 水木의 전환자로서 丑土가 들어간다. 오행-10천간은 순수한 에너지의 의미를 정신적으로 따지기에 대음양의 전환점에서만 土가 개입하는데, 12지지는 10천간의 '시간' 에너지가 지표면에 닿아지내는 '공간'이기에 정신적인 의미를 따지기보다는 현실적으로 어떤 현상이 나타나는지 보는 것이다. 그래서 동지와 입춘 사이에, 자정과 동트기 전에 丑이라는 전환점이 들어간다. 더불어 辰戌丑未라는 四墓庫地 중에서 본체와 작용면 모두에서 가장 土다운 역할을 수행하는 土는 午火와 申金을 잇는 未土라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인생이라는 시공에서 木火土金水가 상생하는 모습을 살펴보자. 인생에서 木은, 水生木으로 엄마 자궁에서 수정되어 태아로 성장하여 시기에 맞게 출산한 것이다. 엄마의 몸 관리, 태교 등 水生木이 제대로 이뤄져야 건강한 신생아가 나올 수 있다. 木은 신생아부터 청년기 초반으로 볼 수 있다. 봄의 새싹처럼 하루가 다르게 성장한다. 木이라는 여린 생명체는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다뤄야 성장할 수 있기에 다른 4행의 구족이 모두 필요하다. 부모님, 혹은 양육 시설로부터 안정적이고 적절한(木剋土 삶의 터전 제공) 양육(水生木 정신적,현실적 영양분), 교육(金剋木 가지치기, 나쁜 행동 지적하고 안좋은 버릇 고치는 등), 보호(火剋金 위험한 사건사고나 질병재난으로부터 막아주는 보호막)가 있어야 木生火로 성장할 수 있다. 

火는 청년기~성년기 초반으로 볼 수 있다. 양기 분열의 정점이니 육체적으로 성장의 극점을 찍는 시기이다. 육체적인 능력도 가장 발달하는 시기이고, 정신적으로도 가장 사고의 흐름이 활발하고 관심 분야도 넓다. 가장 활발하지만 火는 정신적인 에너지이기에 아직 실속을 챙기기는 어렵다. 火氣의 빛으로 화려하게 밝혀지는 색계(色界)의 시기이니 만큼 눈으로 보여지는 외모, 이성-결혼 상대, 사회적 인정, 세속적 성공 등이 중요하게 다가오는 시기다. 육체적,정신적 에너지(火氣) 방향을 적절하게 설정하여 진로를 정하고 능력과 커리어를 차곡차곡 쌓아가야 火生土로 안정적인 인생의 중년기,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다.

土는 인생의 중년기다. 木火의 양기 분열을 수렴하고 전환하여 金水의 음기 통일로 향하고자 하는 시기다. 시간적으로 삶과 죽음의 가운데에 있는만큼 의미심장한 시기라고 볼 수 있다. 배우자 관계, 직업적 성취, 재물 축적, 건강 상태 등 삶의 많은 것들이 결정되는 시기다. 음양의 대전환점인 만큼 은퇴를 앞두면서 사회적 정체성에 위기가 오기도 하고, 이전 같지 않은 건강 상태를 맞닦뜨리는 등 삶에 대한 고민과 걱정도 많아질 수 있고 자기만의 철학이나 세계관이 확고해지기도 한다. 중년의 시기에 관계, 직업, 재물, 건강 등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유지해야 土生金으로 노년이 편안해진다.

金은 인생의 노년기다. 金이라는 열매, 결실이 완성되는 시기이니 삶이라는 과정의 결과물이 드러난다. 삶을 잘 쌓아온 사람에게는 경제적 풍족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거나 운이 잘 안 풀렸다면 노년기에 金의 실속보다 살기(殺氣)를 크게 느낄 수 있다. 삶보다 죽음에 가까워진 시기다. 죽음을 생각하며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가고 정리할지 은퇴 이후 제 2의 인생이 시작된다. 金의 딱딱한 기운이 작용하므로 몸도 굳어서 뻣뻣해져가고, 정신도 유연성, 진취성 등이 약해져 융통성이 떨어지거나 보수적으로 되어갈 수 있다. 말년의 시기에 삶을 잘 정리해야 金生水로 죽음을 담대하게, 미련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水는 죽음 이후 다시 水生木으로 순환하니 아마도 '윤회기'가 될 것이다.


다시 전체적으로 보면 木은 金이라는 열매가 나타나기 이전에 보이는 새싹의 잠재력이고 가능성이다. 아직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렇기에 모든 것이 될 수 있는 가능성 그 자체의 시기. 木 초년의 시기에 金이라는 열매가 어떤 식으로 만들어질지 예상하고 가늠해볼 수 있는 '잠재성'이다. 火의 청년기에는 金이라는 열매의 부피를 키우고 영양분과 맛을 채우는 '품질'에 관여하는 시기다. 인생의 향방에 가장 결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土 중년기는 火 청년기의 활동을 수렴하여 인생의 실질적인 결과물 완성해간다. 

水는 生木,인생의 시작이 나타날 수 있었던 근원 에너지다. 그러니 조상의 유전인자가 水에 들어가고, 전생의 업보가 담겨있다. 그와 더불어 태어난 날짜, 시간에 흐르고 있던 우주의 에너지(사주팔자)도 水에 담긴다. 즉, 조상의 유전인자, 전생의 업보, 현생의 우주 정보가 한데 섞여 水에 담겨 인생의 본체, 캐릭터, '품종'을 결정할 것이다. 요컨대 水는 품종, 木은 품종의 잠재력이자 1차적 발현, 火는 품질, 土는 수렴-전환, 金은 품종의 완성체이자 2차적 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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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과 하루라는 시공의 관점에서 生의 이치를 만들어내는 것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공간이다. 계절로 따지면 그 변화하는 힘은 태양의 중력-공전 궤도가 우선으로 작용하고, 안정적으로 변화하는 조건은 23.5도로 기울어진 지구의 자전축이다. 하루로 따지면 그 변화하는 힘은 지구 탄생 과정에서 중력을 통해 합극합(合剋合)하여 발생한 회전력이고, 안정적으로 변화하는 조건은 지구의 자전축을 안정시키며 지구의 회전 속도를 진정시키는 달이다. 

종합해서 보면 태양(太陽)이 변화를 무조건적으로 만들어내는 '중심 본체'가 되고, 달[太陰]은 변화를 조건적으로 안정시켜 부드럽게 받아들이게 하는 '보조 작용'이 된다. 


달이 지구로부터 아주 조금씩 멀어지고 있기에 아주 먼 과거나 미래에는 다르겠지만, 현 시점에서는 달과 태양의 크기가 거의 일치한다. 단순하게 해석하면 태양과 달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쳐 기울어지지 않고 음양이 균형을 잘 맞추고 있다는 말처럼 들린다. 그러한 시공적 배경이 있기에 음양이라는 상대성 원리, 우주 변화의 원리가 등장할 수 있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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