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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한 Jul 15. 2019

오행(五行)의 순환 - 상생하는 모습(1)

오행의 木火土金水는 木生火生土生金生水에서 다시 水生木하면서 순환한다. 상생하는 모습은 물질, 일[事], 시공(時空), 에너지라는 네 가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1.물질의 관점

한자 뜻대로 보면 木을 나무, 火를 불, 土를 흙, 金을 쇠, 水를 물이라는 물질로 바라볼 수 있다. 한 가지 짚고 갈 것은 한자 뜻이 저러한 '물질의 명사'일 뿐이지 실제 木을 나무로만 인식하면 안되고, 木이라는 '에너지의 동사'로 넓게 보아야 한다. 상생의 원리를 보면 木生火는 나무가 불의 뗄감이 되어줌으로 불을 지속시켜줄 수 있다. 火生土는 불에서 뗄감이 모두 사그라들면 잿더미[土]가 생긴다. 土生金은 흙이 모여 산이 되고, 산은 돌을 만들어내는데, 돌에서 광석과 쇠금이 만들어진다. 金生水는 금은 윤택하여 진액이 흐르고, 금을 녹이면 물이 된다. 산의 꼭대기 부근에 수원지가 나오는 것도 (土生)金生水의 모습이 되겠다. 水生木 물은 다시 식물, 동물 등을 기르는 양생의 근원이 된다.

2.일의 관점

소설 집필을 예로 들어보자. 水는 멀리는 이제껏 살아오면서 쌓여온 자기만의 철학, 세계관, 문체 등이 될 수 있고 가깝게는 이제 곧 쓰고자 하는 소설에 대한 세계관을 구상하고,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사건 전개 방향 등을 기획하는 것이 된다. 

그러한 것들이 쌓여서 직접 첫 문장을 짓고, 소설의 도입부 전개 과정을 써내려가는 것이 木의 시작이 된다. 水가 제대로 갖춰져 水生木이 잘 이뤄진다면 소설의 배경이나 등장 인물, 사건과 같은 소설을 구성하는 것들이 생기(生氣)를 가지고 살아움직일 것이다. 

火는 木의 시작 단계를 넘어 사건이 전개되어 갈등이 고조되고 클라이맥스로 속도감있게 향하는 절정 단계다. 소설의 핵심이 담겨있고 작가의 세계관이나 실력이 가장 두드러지게 밝혀지는 포인트가 된다. 木, 도입부의 전개 과정에서 배경,인물,사건이 생명력을 잘 쌓아뒀다면 木生火로 작품의 빛이 밝아질 것이다. 

土는 이제 사건의 절정은 지났고, 소설을 정리하고 마무리하기 위한 전환이 이뤄지는 지점이다. 火에서 폭발하는 사건, 변화의 속도감, 모든 것이 연결되는 번화점, 화려하게 빛나는 작가의 문체나 철학을 제대로 보여줘야 火生土로 土의 전환에 의미가 생긴다. 

金은 이제 이야기를 정리하여 끝맺는 지점이 된다. 새롭게 자라나고 펼쳐지려는 木의 생기를 냉정하게 잘라내야 소설이 끝날 수 있을 것이다. 木火의 양(陽)으로 발산하는 에너지를 土가 제대로 수렴하고, 적절히 전환해줘야 土生金으로 이야기 흐름이 어색해지지 않을 것이고 하나의 완성작으로 마무리 맺는 것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또 火의 하이라이트가 제대로 되었다면 금화교역으로 소설이라는 하나의 결과물인 열매에 맛과 영양분이 알차게 들어갈 것이다. 계절로 따지면 여름이 가을을 낳으니 火生金의 이치도 성립되는 것이다. 

또한 金의 시점은 이야기를 끝맺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초고를 여러 차례 수정,보충,개선하는 퇴고 과정을 포함한다. 金剋木으로 순수한 초심으로 막 적어낸 어수룩한 내용이나 앞뒤가 안 맞는 내용부터 어색한 단어 선택 같은 것들을 가지치기로 개혁해서 잘라내고 고치는 것이다.

초고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木火를 주로 쓴다면, 퇴고를 통해 한 작품을 마무리짓는 과정에서는 土金을 주로 쓸 것이다. 그리고 그 창작과 고쳐쓰기의 전제와 본체로 水가 깔려있는 것이다.

마침내 퇴고를 끝내고 마침내 탈고를 한 시점이 다시 水다. 퇴고를 제대로 해서 金生水가 깔끔히 되었다면 후회나 미련보다는 개운함과 뿌듯함으로 집필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 작품을 이렇게 만들어낸 소회나, 만들면서 뭔가를 느끼고 전과 달라진 것, 출판을 앞두고 독자를 기다리는 것, 새로운 다음 작품은 어떻게 써야할지 다시 떠올려보는 것이 모두 水가 된다.

반대로 독자 입장에서 보면 작품을 고르게 된 동기나 계기가 水이고, 책 제목과 표지, 목차를 넘겨 첫 문장으로부터 도입부 전개 과정을 읽는 것이 木이다. 동기나 계기로 水라는 목적이 확실하면 水生木으로 초입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새로운 세계를 신선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사건이 절정에 이르러 작품의 절정, 클라이맥스를 재미와 흥분으로 속도감있게 읽는 것이 火다. 초입의 새로운 세계를 마음을 열고 제대로 받아들였다면(작품이 제대로 되었다는 전제 하에) 火의 하이라이트에서 맛보는 감정도 더 격정적으로 와닿을 것이다. 

사건의 절정을 지나 하나 둘 정리되고, 차분해지고, 마무리로 향하는 전환점이 土다. 火의 절정에서 제대로 읽고 느꼈다면 土의 전환점에서도 여운이 남은 채, 생각과 느낌이 하나 둘 정리되면서 이야기 흐름을 자연스럽게 좇아갈 것이다. 

마무리의 결론에 다다라 마지막 한 문장을 읽고, 책을 덮는 시점이 金이 된다. 책을 읽으면서 의문스러웠던 것이나 감명 깊었던 부분, 재미난 부분 등을 다시 찾아 읽는 것도 金이다. 火가 제대로 되었다면 작품[金]의 알참을 제대로 느껴 기대했던 감동이나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土生金보다 火生金이 더 결정적으로 金의 질을 좌우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토생금은 시간의 필연적 흐름이라면 화생금은 인과적으로 내용물의 질을 결정하는 것이다.

책을 덮은 시점이 金이었다면, 책을 다시 책장에 넣던지 도서관에 반납하던지 해서 물리적, 감정적으로 거리가 생긴 시점이 水다. 이따금 책의 내용을 사색하거나 되새길 수도 있다. 이 책을 읽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의 총체로부터 무의식에 약간의 변화가 생긴 것도 水의 상태에서다. 

金 마무리를 제대로 확실하게 끝냈으면 내용이 머리와 마음 속에 잘 정리되어 보관될 것이고, 金生水이 제대로 안 되어 독서를 급하게 서둘러 끝냈거나, 대충 넘어갔거나, 오독한 부분이 있다면 혼란스러운 파편만 머리를 어지럽힐지도 모른다. 이때 말하는 金은, (木生火生土生)金으로 전 단계의 상생이 모두 잘 이뤄진 상태여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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