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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한 Jul 22. 2019

미드소마 감상 - 농사와 상징들


미드소마는 작은 마을에 살아가는 특수한 종교 집단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는데, 그들은 직접 농사를 지어서 식량을 생산한다. 그래서인지 봄에 농사하여 가을에 수확하는 1년의 반복, 순환이 그들의 종교에 중요한 주제로 작용한다. 영화의 시간적 배경이 되는 '하지제'라는 9일간의 축제는 해가 가장 오랫동안 떠있는 하지를 기념하여 벌어지는 축제다. 태양은 농작물에 빛과 열을 주어 농작물의 생장과 성장, 곡식과 열매의 결실에 결정적으로 작용하기에 '하지제'를 통해 태양을 숭배하는 것이다. 


미드소마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데 있어 비중이 있는 역할은 모두 여자가 맡는 모습에서 그 사회 구조가 모계 사회임을 추측해볼 수 있다. 영화의 절정 부분에서는 외부의 남자를 축제에 초대해 철저히 생명의 씨를 건네주는 도구로만 활용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모계 사회도 어떻게 보면 농사와 관련이 있는 사회 구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농사에서 농작물을 수확할 수 있게 해주는 결정적인 '작용'은 태양 덕분이지만, 농사를 짓고 농작물을 기르고 재배하는 '본체'는 농사에 적합한 땅이 된다. 농업인의 시각에서 '생산성'이라는 측면에서 마치 대지와 같이 임신-출산이라는 생산에 직접 개입하는 여성의 존재가 보다 가치있다고 여길 수 있다. 


역학적으로 음양을 나눠보면 태양-남자, 대지-여자로 연결시킬 수 있는데 하지제를 통해 태양을 상징적으로 숭배하므로 남자를 따로 높일 필요는 없는 셈이 되고, 그러므로 현실적으로 대지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숭고한 여성을 자연스럽게 남성보다 높이는 게 아닐까.


미드소마에서의 하지제는 90년 만에 찾아온 9일간의 축제였다. 그리고 그 축제를 기리기 위해 외부인과 마을 사람을 합쳐 9명의 사람을 제물로 바친다. 마을 사람의 생애 주기를 봄,여름,가을,겨울의 계절로 나누는데 계절 주기는 18년이다. 18년도 아마 9년을 전후로 구분해 나온 숫자일 것이다. (참고로 나도 사주상담에서 대운을 설명할 때 이해를 돕기 위해 인생을 계절로 나눠서 설명한다. 사주에서는 계절이 30년 주기로 변하기에 꽤 차이가 나지만) 


이렇듯 미드소마의 마을 구성원들, 특수한 종교 집단의 사람들은 '9'라는 숫자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숫자 9는 10진법으로 보면 0이라는 순환을 앞두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완성된 단계에 속한다. 그렇기에 9는 완성,성취,결실을 뜻한다. 농사라는 1년 단위 프로젝트를 통해 결과적으로 수확물을 거두어들여 연명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9를 고귀한 숫자로 설정한 것은 아주 적절하다. 명리학에서도 숫자 9는 천간으로 庚金(선천수), 지지로 申金(아홉 번째 지지)이니 모두 열매, 곡식이고 금(金)은 인간 세상에서 가장 가치있는 것이 된다.


영화는 삼각형 성전에서 9명의 사람들을 건물과 함께 태워 제물로 바치면서 마무리된다. 하늘을 향해 뾰족하게 세워진 노란색의 삼각형 성전은 태양 숭배를 의식하면서 만들어진 건축물처럼 보인다. 하늘을 향해 세워진 것도 태양을 응시하며 색깔도 태양의 색을 상징한다. 삼각형은 세 개의 선을 이어 하나의 도형으로 만들듯 생명의 순환을 상징한다. 대각선 위로 오르는 선은 생장-성장이고 대각선 아래로 내려가는 선은 수렴-수장이고, 밑변은 죽음에서 삶으로 향하는 윤회-순환이다. 성전과 9명의 사람들을 불로 태우는 것은 그 상징물들을 연기로 만들어서 하늘로 날려보내면서 태양과 연결지으려 하는 것이고, 남은 잿더미는 그들의 터전인 대지의 일부로 환원될 것이다. 그러한 상징적인 의식을 치루면서 농사에 풍년이 들기를, 앞으로도 영원히 풍년이기를 태양과 대지에 기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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