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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한 Oct 16. 2019

이사

집 계약이 끝나가서 재계약을 할지, 이사를 갈지 슬슬 고민할 쯤에 행복주택에 당첨됐다는 문자가 왔다.  행복주택에 신청했다는 사실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무려 5차로 당첨된 것이다. 타이밍이 마치 정답을 정해준 것처럼 여겨져서 그 흐름을 자연스럽게 따르기로 했다. 현재 사는 집은 홍대의 오래된 원룸인데 이사갈 집은 은평구의 신축 오피스텔이다. 동네도 그렇고 건물도 살아가는 환경에 큰 변화가 찾아올 것 같다. 홍대는 집을 나서면 5분도 안되는 거리에 사람이 북적거리는 번화가인데 은평구 집 근처를 사전 답사해보니 사람도 별로 없고 조용해보인다. 북한산도 눈에 들어오고 동네가 대체로 산으로 둘러싸여있다. 집에서 5분 거리에 롯데시네마를 포함한 롯데몰이 있어서 생활에 큰 불편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놀러가려면 연신내나 종로 방면 교통이 편하다.

은평(恩平)구 진관(津寬)동으로 이사가게 되는 것인데 궁금해서 한자를 찾아봤다. 은평은 '은혜가 평평하다'는 뜻이고 진관은 '관대한 나루터'라는 뜻이다. 진관동은 진관동에 있는 진관사라는 절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진관동에 있는 창릉천이라는 하천에서 물길이 트여있으니 나루 진(津)자가 들어간듯 하다. 진자에는 수자 변(氵)도 들어가 있으니 수의 기운이 대표되는 동네인 것 같다. 은혜가 평평하고 나루터도 관대하다니 뭔가 고요하고 평화로운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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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己亥년이 내 사주의 월지 酉와 시지 巳에 역마살로 들어온다.  특히 의식주를 뜻하는 시지의 사화와 사해 충돌하니 거주지의 이동수가 발생했다. 재밌게도 현재 사는 홍대쪽에서 이사가는 진관동 방향이 북서쪽 30도인 亥 방향이다. 띠 기준으로 망신살 방향인데 망육천은 한 단계 윗그룹에 속하니 현재의 낡은 원룸집에서 전망 좋은 신축 오피스텔로 상승하는 방향으로 보인다. 사회환경을 뜻하는 월지와 직장/사업장에 해당하는 정관에도 격각/역마살이 작용하니 상담소 운영도 올해 11월 말을 끝으로 중단할 예정이다. (관련해서는 따로 공지할 예정)  

기해년에 己土는 내 일간 갑목 기준으로 뿌리내릴 터전이고, 亥水는 편인, 문서운으로 작용하는데 일지의 인목과도 육합으로 붙으니 문서 계약운이 되었다. 甲己合은 마감과 새로운 시작을 뜻하기도 한다. 천간지지가 모두 합하니 당첨운이 된듯. 타이밍이 딱 맞아떨어지다 보니 크게 따지고 재보지 않고 덜컥 변화를 따라가는 감도 있다. 편인의 문서라 100% 만족하기는 어렵고 단점이 있기 마련인데 우선 행복주택이긴 하나 월세와 관리비를 합하면 생각보다 그렇게 저렴하지 않다는 점이 있고, 여자친구와의 교통이 전보다는 다소 불편해지는 점도 있고, 근처에 환경플랜트라는 쓰레기소각장이 있어 대기 오염과 악취가 염려되는 점도 있다. 

살게될 집의 동수와 호수를 선천수로 따져 천간으로 치환하면 壬己丁동 辛壬甲호다. 모두 음계(陰界)에 해당하는 천간들이다. 씨종자辛金이 壬水에 풀어질 수 있도록 丁火가 열기를 가해  甲木 뿌리, 새싹이 己土 터전에서 성장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丁己丁호로 상관생재(표현활동으로 돈버는 구조)였는데 살게될 집은 辛壬甲으로 관인상생, 혹은 편인이 관을 설하는 구조가 된다. 이사를 하게 되면서 이곳의 풍수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쳐 나의 삶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어떤 변화가 찾아올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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