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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한 Nov 04. 2019

상담소 운영에 관해

이번 달 11월 말이 되면 상담소를 오픈한지 딱 2년이 됩니다. 2년 간 천수백 명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왔지만 사람의 운명을 읽고 푼다는 것이 아무리 반복되어도 좀처럼 쉽거나 익숙하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영역인 것 같네요. 처음 상담소를 오픈할 당시만 해도 뭔지 모를 자신감에 고무돼있던 것 같은데, 2년 동안 상담소 자리를 지켜온 지금의 시점에서는 그 자신감이 무모해보이기도 하고, 귀엽기도 합니다. 명리 지식이든 상담 실력이든 분명 많은 발전이 있었겠지만 알면 알수록 무지의 깊이와 범위가 적나라하게 느껴지는 탓이고, 상담을 하면 할수록 무한한 인생의 스펙트럼에 단색의 렌즈를 섣부르게 들이미는 것에는 착오와 실수, 무리수가 도사리고 있다는 걸 알게된 까닭에요. 

그도 그럴 것이 최근에 2년 만에 다시 방문해주신 내담자분이 계신데, 2년 전의 제가 내뱉은 과격한 상담 멘트를 기억하고 그대로 읊어주는 것을 듣고는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함부로 얘기를 했었다니. 적지 않은 구업을 지어놨겠구나 생각이 드니 서늘하기도 하더군요. 지금이었으면 해당 표현 자체도 순화시키거나 돌려말할 것이고, 해당하는 기운의 양면을 모두 살펴볼 것이고, 불리한 기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면 마음가짐이나 액땜하는 개운법이라도 알려드릴 텐데 그때의 나는 많이 투박했더라고요. 내담자분께 2년이 지나 다시 상담 받아보니 바뀐 게 있냐고 물었습니다. 저보고 전에 비해 '차분해졌다'고 하시더군요. 공부가 깊어지고 상담을 해나갈수록 겸손해지고 조심스러워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태도의 변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 보는 모르는 사람을 만나 그 사람의 그 당시의 가장 무거운 고민을 듣고, 그 사람의 인생에 관해 정확하게 풀어주고, 고민에 맞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궁금증을 해소시켜줘야하는 이 일은 여전히 기를 뺏기게 만들고 부담스럽습니다. 그럼에도 난이도가 높은 일인만큼 누군가에게 진정으로 도움을 줬다고 느껴질 때 얻게 되는 보람과 희열이 이 일을 그래도 계속할 수 있게, 버틸 수 있게 만들어준 것 같아요. 이 일을 하지 않았으면 만나기 어려웠을 다양한 사람들, 저마다의 독특한 향과 색을 내뿜는 사람들과, 이 일이 아니었으면 함께 나누지 않았을 인생과 운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는 마음의 저변을 넓혀간다는 영적인 기쁨이 있는 것 같고요.


상담소 계약 기간을 2년으로 잡아서 이번 달 말에 계약을 연장할지, 종료할지 결정해야 했고, 결국 올해 19년 11월26일을 마지막으로 상담소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상담소 운영을 중단한다고 해서 상담을 아예 그만두는 것은 아닙니다. 전에 비해 상담 횟수는 줄어들겠지만 카카오톡,전화,영상통화,이메일을 통한 온라인 상담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고 내담자 분이 대면 상담을 꼭 원하신다면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일정을 잡아 거주하게 될 동네 근처 카페나 스터디룸에서 상담을 할 생각입니다. 상담소 운영을 중단하는 이유는 현실적인 비용의 문제도 있고, 삶의 다른 가능성과 기회도 다시금 탐색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하지만 이 공부는 언제까지고 계속 이어나갈 꺼라는 생각이 드네요. 단순히 사주팔자 운명론에서 그치는 공부가 아니라 우주와 자연, 영혼의 이치를 깨달아가는 기나긴 공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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