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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한 Nov 06. 2019

천간 지지 단상(1)

사주를 공부할 때 가장 기본적으로 10천간과 12지지 22자를 외운다. 이것은 한글의 'ㄱㄴㄷㄹ,ㅏㅑㅓㅕ'처럼 시간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기호로 볼 수 있다. 한글 문자는 모음과 자음으로 나눠볼 수 있다면 시간은 천간과 지지로 나눠볼 수 있다. 그리고 모음과 자음이 결합해 하나의 음을 만들고, 음이 모여서 하나의 단어 뜻을 나타내듯이 천간과 지지가 결합해 하나의 간지를 만들고, 간지와 간지가 모여서 시간의 뜻과 성질을 나타낸다.


한자를 보면 천간天干과 지지地支인데 천간에서 干은 幹 '줄기 간'자의 간추림, 지지의 支도 枝 가지 지'를 간추린 것으로 알고 있다. 하늘의 시간이 줄기가 되어 땅의 시간에 가지로 뻗쳐 나가는 모습이다. 하늘의 시간이 땅의 시간을 만들어낸 것이다. 바꿔 말하면 에너지-파동, 장(場)이 물질-입자를 만들어낸 것이고, 시간이 공간을 만들어낸 것이고, 나아가 정신이 현실을 만들어낸다는 말이 된다.


천간은 왜 10개이고, 지지는 왜 12개인가?

고대에 태양과 달의 운행을 보며 태양태음력을 만들면서 나온 숫자일 것이다.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공전하는 데 365번 자전하고, 달이 지구를 한 바퀴 공전하는 데에는 29,30번 자전한다.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공전하는 동안 달이 지구를 12번 공전한다. 지지의 12라는 숫자는 여기서 나온 것이고, 태양이 뜨고 지는 지구 자전을 기준으로 달의 지구 공전에서 30, 지구의 태양 공전에서 365라는 숫자가 나온다. 30과 365는 5로 나누어 떨어지니 여기서 5라는 숫자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상기했을 것이다.

'다시'라고 한 이유는 10진법의 유래가 손가락 숫자가 다섯 개이고, 양손으로 셀 수 있는 가장 큰 숫자가 10이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태양-지구-달의 운행 원리에서도 5라는 숫자를 다시금 발견한 것이다. 달리 말하면 단순히 손가락 숫자가 10개여서 간단히 10진법을 채용해 10천간으로 나타낸 게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어쨌든 고대인들은 5라는 숫자로 묶어서 태양-지구-달의 운행 원리를 셈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거기다가 손가락도 다섯 개다. 5라는 숫자는 지상의 모든 것을 단위 매기고, 일월의 날짜 흐름을 묶음 짓는 데 적합하니 천지만물을 셈하고 구획 나눌 때1을 제외하면 가장 근원적인 숫자가 된다. 오행도 이러한 숫자의 신성함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다섯으로 완성짓고 마무리하는 사고의 습관으로 인해 만물이 목화토금수라는 5개의 성질로 다니고[行] 순환하는 시스템을 고안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지구에 살고 있는 인간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태양과 달에서 비롯된 숫자인 만큼 지구-인간 입장에서 그것이 적합한 법칙이 될 수밖에 없다.


오행(5)에 음양(2) 개념을 적용해 세분화한 것이 천간(10)이 된다. 이처럼 10천간 12지지라는 숫자의 유래를 생각해보면 의외로 10천간보다 12지지가 더 먼저 발견되고 정착되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12는 뭔가로 나누어 떨어지고 곱하고 할 새도 없이 그냥 자연적으로 나타난 숫자니깐. 12는 인류사적으로도 중요한 숫자로 나타나는데 성경 속 예수의 제자도 12명, 그리스신화의 신도 12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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