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론최 통역 단상
통역과 사주상담
봉준호 감독이 해외의 상을 휩쓸면서 그의 말을 통역해준 샤론최도 함께 주목을 이끌었다. 통역사로서 탁월한 재능을 보여주었기 때문인데, 심지어 그녀는 전문 통역사가 아니고, 전문 통역사를 지망하는 것도 아니며, 영화 감독을 꿈꾸고 있을 뿐이다.
유투브에 올라오는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감, 인터뷰와 그걸 통역해주는 샤론최의 영상을 시청하며 나 또한 그녀의 탁월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말을 어떻게 영어로 정확하게 번역-발음하느냐는 어학 능력에 대한 감탄도 있겠지만, 봉준호 감독의 의도를 순식간에 정확하게 파악해서 영화계에 종사하거나, 영화를 좋아하는 외국인들의 기대에 맞게끔 전달하여 웃음과 호응을 유발하는 센스에 대한 감탄도 있었던 것 같다.
샤론최는 초년에 미국 유학을 가고 몇 년간 지내면서 한국인과 미국인 사이에서의 정체성 혼란을 겪었다고 하는데 그게 한국과 미국의 문화적 차이를 부드럽게 좁히고 공통분모를 우아하게 나타내는 통역을 가능하게 했을 것이다. 또 영화감독을 꿈꾸는 전공자 입장에서 영화인에게 통용되는 언어감각이나 그들만의 역사적 문화적 밈(meme)을 충분히 파악했을 것이기에 그것도 탁월한 통역에 자양분이 되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타고난 섬세함, 상황 판단 능력, 공감 능력, 언어 센스도 뛰어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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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한국어로 전환하여 전달하는 통역과 우주의 언어를 인간의 언어로 전달하는 사주 상담의 메커니즘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통역에도 탁월함의 레벨 차이가 있듯 사주 상담에도 분명히 질적인 차이가 존재하고, 그렇기에 전설로 불리는 대가의 신통한 이아기도 남게 된다.
영문학자가 통역을 잘하는 것이 아니듯 이론적으로 뛰어난 명리학자가 사주상담을 잘하는 것도 아니다. 명리학의 모든 내용을 꿰고 있는 것과 인간사의 통변술에 능숙한 것은 다른 영역이다. 물론 전자, 이론적으로 필수적인 기본기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정도로 체화해야 통역이든 사주상담이든 능숙해지겠지만, 이론 실력과 실전 실력이 꼭 정비례하지는 않고 필요 이상의 전문성,깊이,세부지식은 실전 통역/상담에 더 이상의 큰 쓸모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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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론최의 경우를 보며 탁월한 사주상담 실력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힌트를 찾아본다.
그녀는 어린 시절 미국에 유학을 가서 한국과 미국이 언어적,문화적으로 충돌하고, 융합하고, 혼란을 겪는 경험을 하였다. 뇌가 말랑말랑한 초년이었기에 그 과정을 유연하게 흡수했을 것이다.
사주로 생각해보면 마찬가지로 머리가 너무 굳고 딱딱해지기 전에 사주를 접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도움이 되리라 본다. 또 사주라는 우주의 언어를 실생활에 끊임없이 대입하면서, 예컨대 하루의 일진이든, 진로적성이든, 심리든, 몸상태든, 인간관계든, 특정 개인이든, 자연의 이치든, 일의 진행과정이든 간에 내 삶의 거의 모든 것을 사주의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우주의 언어와 인간 세계를 충돌, 융합 시키면서 혼란을 느끼기도 하고, 이해를 얻기도 하는 경험을 반복하고 누적해야할 것이다. 그러면서 사주-현실의 괴리감을 극복하고 친밀감을 키워가는 것이다. 그러한 경험이 상담시에 벌어질 특수인의 특수 상황에 대해서도 그에 맞는 사주 내용을 떠오르게 하고 연결시켜주는 응용력을 길러줄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영화계에 이해도가 높은 것이 통역에 도움이 되었듯, 불특정 다수의 내담자의 고민에 이해/공감할 수 있도록 인간의 심리에서부터 인류 문명과 현대 사회의 직업, 관계 등에 대한 최소한의 상식을 갖춰야할 것이고 나아가 이해 폭이 넓고 수준이 높을수록 상담의 질 또한 좋아질 것이다. 그래서 명리학 공부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독서와 공부, 문화 생활이 사주 상담에 필수적이라 생각한다. 그에 대해서도 사주의 시각으로 응용해보는 훈련을 병행해야할 것이고.
더불어 상담을 할 때 내담자의 고민에 몰입하여 공감하고, 상황 판단을 확실히 하여 그 속내를 섬세하게 알아내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센스까지 장착한다면 금상첨화로 훌륭한 프로 상담사가 되지 않을까 한다.
이 과정에 완성은 없겠지만, 적어도 전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실력으로 향하는 발전 과정은 언제나 항상 존재할 것이기에 꾸준히 멈추지 않고 정진해야할 것이다.
